꼬마는 최대한 다리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포개려고 애쓴다. 적절한 무게감이 좋다. 등에 닿은 부드러운 배가 따스하다. 안마받는 것처럼 시원한 묵직함이 있다. 그러나 상대가 힘들까 봐 마음 쓰이는 안마와는 달라 "이제 그만해도 돼."라는 말을 언제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으며 웃으니 내 등이 들썩인다. "왜?" "책이 너무 웃겨서" "재밌어?" "응." "무슨 책인데?" 대답대신 책 표지를 보여준다. "아."
무슨 의미의 "아."인지 살짝 궁금했으나 묻지 않고 그다음 줄로 눈을 옮긴다. 꼬마도 곧장 자신의 책으로 돌아간다. 읽으며 생각한다. 내 등에서 바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딱 기분 좋은 무게.
지금 이 글을 쓴다는 핑계로 느낌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다시 올라와 달라고 했다. 나는 꼬마를 내 등에 얹고 두 손가락을 폰 위에 얹어 토닥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꼬마는 "그러면 다 쓰고 보여줘야 해!."라고 당부하며 순순히 책을 들고 내 등 위에 엎드렸다. 이제 글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등 위에 고른 숨이 느껴진다. 잠이 들었네. 살짝살짝 움찔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