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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ug 20. 2023

[수수한그림일기]두 장의 찢잎

2023.8.17





구멍 없는 잎만 가득했던 몬스테라는 드디어 구멍 있는 잎을 내주었다. 구멍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잎테두리에 간신히 작은 선이 있기 때문이다. 건들기만 해도 톡 찢어질 것만 같은 '선'이라고 부르기에 알맞은 테두리가 경이롭다.

 이렇게 드디어 찢잎을 가지게 되었다고 기뻐한 반면, 돌돌 말린 채 쑥쑥 올라오고 있는 여인초의 신엽이 언제나 펼쳐지려나 기다렸던 나는 예상치 못한 찢잎을 만나고 좌절한다.
 여인초의 신엽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아기미가 넘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연둣빛인데 중간 부분이 갈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배우게 되었는데 수분이 부족해서 일어난 현상으로 샤워기로 물샤워를 해주고 습기를 주면 잘 펴진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에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여인초를 영차 화장실로 데려가서 물샤워를 시켜주고 잠시 뒤 가보니 똘똘 말려있던 잎이 스르르 펼쳐 여리한 속살을 보여준다. 찢어졌지만 찢어진대로도 여전히 아름답다. 다음에는 미리 촉촉하게 적셔줄게. 좀 더 수월하게 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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