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그림일기]내가 좋아하는 자세

2023.8.14

by 수수한



내 위에 엎드려줘." 혹은 " 내 위에 누워줘."라고 하곤 한다.

때로는 엎드려 있는 나를 보고
"엄마, 내가 올라가 줄까?" 하곤 한다.

꼬마는 최대한 다리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포개려고 애쓴다.
적절한 무게감이 좋다. 등에 닿은 부드러운 배가 따스하다. 안마받는 것처럼 시원한 묵직함이 있다. 그러나 상대가 힘들까 봐 마음 쓰이는 안마와는 달라 "이제 그만해도 돼."라는 말을 언제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으며 웃으니 내 등이 들썩인다.
"왜?"
"책이 너무 웃겨서"
"재밌어?"
"응."
"무슨 책인데?"
대답대신 책 표지를 보여준다.
"아."

무슨 의미의 "아."인지 살짝 궁금했으나 묻지 않고 그다음 줄로 눈을 옮긴다. 꼬마도 곧장 자신의 책으로 돌아간다.
읽으며 생각한다. 내 등에서 바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딱 기분 좋은 무게.

지금 이 글을 쓴다는 핑계로 느낌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다시 올라와 달라고 했다. 나는 꼬마를 내 등에 얹고 두 손가락을 폰 위에 얹어 토닥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꼬마는 "그러면 다 쓰고 보여줘야 해!."라고 당부하며 순순히 책을 들고 내 등 위에 엎드렸다.
이제 글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등 위에 고른 숨이 느껴진다.
잠이 들었네. 살짝살짝 움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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