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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쓰비 보름달 Nov 22. 2022

노가다 갤러리아

11월 6일

오래간만에 일기를 쓴다. 오래간만에 삽을 잡아 처음 얼마간은 죽을 것 같았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운좋게 그나마 괜찮은 현장을 찾아서 일하게 된 것도 감사하다. 어차피 두 개의 언론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노느니 출근하며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샐러드를 챙기고 역으로 질주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때때로 몸을 휘감는 절망감과 자괴감을 털어버릴 수 있다.


 겨울이 온다. 날씨가 추운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전반적인 건설경기나 작업이 얼어붙는다. 그만큼 용역에게 주어진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적어도 지금 시기는 서있든 앉아있든 하루 일하면 13만원씩 따박따박 입금되기 때문에 최대한 땡겨놓아야 한다. 노가다가 무서운게 맛들리니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보상심리’도 크나큰 변수다. 새벽 5시에 나가 오후 4시쯤 퇴근을 하고 나면 나는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쉬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노는 날이 아니면 책을 읽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TV조차 30분도 보지 못하고 골아떨어지는 날이 부지기수다. 신체의 피로와는 별개로 정신적인 피로, 즉 보상심리가 굉장히 강하게 작용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밀어붙이기엔 현장이 너무나 위험하다. 까딱 정신을 팔면 포크레인에 튕길 수도 있는 토목현장이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은 필수적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놀지만 당장 내일도 또다시 출근을 해야하는데 무척 힘에 부친다. 그래도 곧 7일을 채워 이 현장도 끝난다 생각하니 홀가분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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