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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Nov 06. 2024

아프리카 여행기(1)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힘들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는 잘 날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의 나는 꼬리뼈 쪽이 아프다

자리도 맨 가운데 자리라

맘대로 돌아 댕기지도 못한다

양옆의

사람들은 잘만 자는데

나는 왜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날을 지새우고 있는가

확실히 늙어가는 모양이다

체력도 엄청 약해졌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옆사람 화장실 갈 때

얼른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생각해 보니 숙소에 비데 없겠지?

어느새 나는 비데에 익숙해져 있는데 휴지로만 닦아야겠지?

휴지통 있는데서는 물티슈를 사용해 봐야겠다

지금 쓰는데 시계의 숫자는 5:00이라고 써져 있다

비행기는 날기 시작한 지 4시간 30분이 되었다

아직 9시간을 더 날아야 한다

나는 왜 이리 멀리

떠나는가?

쓸데없이 멀리 떠나는 거 같다

근데 이왕 여행하는 거 특별한 데 가보고 싶다

근데 무섭다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현지인들이 요하네스버그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계속 그런다

그래도 다행히 내 숙소는 안전한 구역에 있는 모양이다

바로 옆에 큰 쇼핑몰도 있는 거 같고 ㅎ

근데 사실 뭘 살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뭔가를 산다는 건 짐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거 아니겠는가

내 가방 13.5킬로더라

시작부터 무겁다

더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여행하면서 쓸데없고 무거운 건 버려야 쓰겠다

생각해 보니 버리고 비우는 게 어쩌면 이 여행의 목적이려나?

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

왜 열심히 살았을까?

20대 때는 오히려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거 같고

또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

연애도 하고 있었고 나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 30대 중반쯤에 모든 게 흔들려 버리기 시작하더라

잘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직전까지 갔다가 헤어지는 경험도 하고

잘 다니던 회사에 불만을 품게 되고

또 이직을 하게 되고

어느 순간 자신감이 훅 떨어지더라

그러면서 무기력함과 내 삶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났지

그래서 다 내려놨어

다시 시작하려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바랐기에

결혼을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러기 위해서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고

또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느라

내 깊은 내면의 나의 마음은 못 헤아린 거 같아

나는 내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하고 싶어

사실 여행이 내 마음을 뜨겁게 하지는 못해

근데 익숙한 것에서 멀어질 필요는 있겠더라

일을 쉬면서 3달가량을 집에 있었어

쉬면 하고 싶은걸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찾을 줄 알았어

근데 점점 그 익숙함에 절여져 가더라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내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길 바라

그냥 생각 난대로 썼어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그래도 이거 쓴다고 30분이 훅 지나갔네

가끔씩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

밤에는 무서워서 잘 못 돌아다닐 거 같아

겁 없이 마구 돌아다니는 거 같겠지만

나름 도망갈 구멍을 생각해 ㅎ

글 쓰는 게 어렵다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그냥 막쓰니

재밌다

왠지 다른 사람들이 봐도 재밌다고 생각할 거 같아

생각해 보면 나는 참 관종인 거 같아

관심받는 걸 좋아해

근데 어려서부터 큰 관심을 못 받아봤어

그다지 잘생기지 않은 얼굴과 크지 않은 키

그냥 평범한 인기 없는 사람이었지

그래서 그런지 미리 방어하는 성향이 있어

생일이 다가오고 있으면

그냥 지나가는 하루 일 뿐이야를 생각해

괜히 큰 기대 했다가 실망하는 일이 없게 미리

방어하는 거겠지

그래도 나는 감사할 때가 많아

소소하게 나를

신경 써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어

내가 크게 뭘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말 걸어주고 인사해 주고 웃고 찾아주는

내가 먼저 다가가도 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더라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걸까?

그래도 이런 습성이 또 사람들에게 큰 기대 하지 않는 모습이 되어서 좋기도 해

사실 사람은 자기 몸 하나 지탱하는 것도 힘들잖아

사람은 결국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주잖아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생각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거 같아

그만큼 다른 사람한테 너그러워질 수 있잖아

근데 그 너그러움이 또 사람들 끌어당기더라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렸을 때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 생각이 중간에 많이 바뀐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 거 같아

나는 관심도 많이 받고 싶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근데 그 방법을 모르는 것뿐일까나?

여러 가지 마주하게 될 상황에서

하게 되는 것들이 특별함의

초석이 되기를…


2024.11.1 아프리카 가는 지루한 비행기 안에서

50분 순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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