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힘들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는 잘 날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의 나는 꼬리뼈 쪽이 아프다
자리도 맨 가운데 자리라
맘대로 돌아 댕기지도 못한다
양옆의
사람들은 잘만 자는데
나는 왜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날을 지새우고 있는가
확실히 늙어가는 모양이다
체력도 엄청 약해졌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옆사람 화장실 갈 때
얼른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생각해 보니 숙소에 비데 없겠지?
어느새 나는 비데에 익숙해져 있는데 휴지로만 닦아야겠지?
휴지통 있는데서는 물티슈를 사용해 봐야겠다
지금 쓰는데 시계의 숫자는 5:00이라고 써져 있다
비행기는 날기 시작한 지 4시간 30분이 되었다
아직 9시간을 더 날아야 한다
나는 왜 이리 멀리
떠나는가?
쓸데없이 멀리 떠나는 거 같다
근데 이왕 여행하는 거 특별한 데 가보고 싶다
근데 무섭다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현지인들이 요하네스버그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계속 그런다
그래도 다행히 내 숙소는 안전한 구역에 있는 모양이다
바로 옆에 큰 쇼핑몰도 있는 거 같고 ㅎ
근데 사실 뭘 살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뭔가를 산다는 건 짐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거 아니겠는가
내 가방 13.5킬로더라
시작부터 무겁다
더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여행하면서 쓸데없고 무거운 건 버려야 쓰겠다
생각해 보니 버리고 비우는 게 어쩌면 이 여행의 목적이려나?
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
왜 열심히 살았을까?
20대 때는 오히려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거 같고
또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
연애도 하고 있었고 나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 30대 중반쯤에 모든 게 흔들려 버리기 시작하더라
잘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직전까지 갔다가 헤어지는 경험도 하고
잘 다니던 회사에 불만을 품게 되고
또 이직을 하게 되고
어느 순간 자신감이 훅 떨어지더라
그러면서 무기력함과 내 삶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났지
그래서 다 내려놨어
다시 시작하려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바랐기에
결혼을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러기 위해서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고
또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느라
내 깊은 내면의 나의 마음은 못 헤아린 거 같아
나는 내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하고 싶어
사실 여행이 내 마음을 뜨겁게 하지는 못해
근데 익숙한 것에서 멀어질 필요는 있겠더라
일을 쉬면서 3달가량을 집에 있었어
쉬면 하고 싶은걸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찾을 줄 알았어
근데 점점 그 익숙함에 절여져 가더라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내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길 바라
그냥 생각 난대로 썼어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그래도 이거 쓴다고 30분이 훅 지나갔네
가끔씩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
밤에는 무서워서 잘 못 돌아다닐 거 같아
겁 없이 마구 돌아다니는 거 같겠지만
나름 도망갈 구멍을 생각해 ㅎ
글 쓰는 게 어렵다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그냥 막쓰니
재밌다
왠지 다른 사람들이 봐도 재밌다고 생각할 거 같아
생각해 보면 나는 참 관종인 거 같아
관심받는 걸 좋아해
근데 어려서부터 큰 관심을 못 받아봤어
그다지 잘생기지 않은 얼굴과 크지 않은 키
그냥 평범한 인기 없는 사람이었지
그래서 그런지 미리 방어하는 성향이 있어
생일이 다가오고 있으면
그냥 지나가는 하루 일 뿐이야를 생각해
괜히 큰 기대 했다가 실망하는 일이 없게 미리
방어하는 거겠지
그래도 나는 감사할 때가 많아
소소하게 나를
신경 써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어
내가 크게 뭘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말 걸어주고 인사해 주고 웃고 찾아주는
내가 먼저 다가가도 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더라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걸까?
그래도 이런 습성이 또 사람들에게 큰 기대 하지 않는 모습이 되어서 좋기도 해
사실 사람은 자기 몸 하나 지탱하는 것도 힘들잖아
사람은 결국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주잖아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생각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거 같아
그만큼 다른 사람한테 너그러워질 수 있잖아
근데 그 너그러움이 또 사람들 끌어당기더라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렸을 때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 생각이 중간에 많이 바뀐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 거 같아
나는 관심도 많이 받고 싶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근데 그 방법을 모르는 것뿐일까나?
여러 가지 마주하게 될 상황에서
하게 되는 것들이 특별함의
초석이 되기를…
2024.11.1 아프리카 가는 지루한 비행기 안에서
50분 순삭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