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모가 이제 막 태어난 아이에게
새하얀 티셔츠를 사줬다.
아이는 아직 혼자 밥을 먹을 줄 모른다.
부모가 열심히 밥을 떠먹여 준다.
아이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지만
어쩔 수 없이 흰색 티셔츠에는 음식물이 튄다.
학교에 가니 미술시간이다.
열심히 그려보려 하지만 흰색 티셔츠에는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이 튈 수밖에 없다.
친구들을 만나 뛰어놀다 보니
먼지와 흙탕물이 티셔츠에 묻는다.
그렇게 살아가며 흰색 티셔츠는
온갖 오물과
이물질이 계속 달라붙는다.
그 아이는 어느새
냄새나고 회색에 가깝게
되어버린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
남자가 된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 그 남자에게 말한다.
"당신이 입고 있는 그 티셔츠는
원래 새하얀 색이었습니다."
남자는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내 티셔츠의 색은 내가 제일 잘 압니다.
이렇게 어두운 색에 가까운 게 내 티셔츠요."
그렇게 그 남자는
냄새가 가득하고
검은색이 되어버린 티셔츠를
입고 계속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