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뭐지?
영어, 英語, English, 공통점이 있는 표현들이다.
영국에서 영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그런데 사실 요즘 우리가 “영어”라는 말을 들으면 미국이 떠오른다.
영어는 곧 “미국말”이다.
어쩌다가 영어가 미국말이 됐을까는 다 아는 이야기이다.
영국 사람들이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서 세운 나라가 미국이니까.
그렇다면 미국말은 미어, 美語, American이 돼야 할텐데...
아마 이는 역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유럽 대륙에서 한 발 떨어진 섬나라인데
어찌어찌해서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 곳곳을 약탈하고 식민지를 세우고
산업혁명도 일으키고 해서 19세기가 되자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됐다.
이 나라의 원래 이름인 Great Britain의 한 부분이자 약칭인 England를
한자로 영국으로 번역했기에 그 나라 말은 영어가 됐고...
이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 역사가 300년이 넘었기에 이 나라 사람들이
세운 식민지 국가였던 United States of America에서 쓰는 말도
자연스럽게 English, 영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무튼, 지금 이 시기에 영어는 영국말이라는 뜻보다는
그냥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편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바로 그 언어를 영어라고 부른다.
사실 영국말은 Queen’s English, 미국말은 American English,
싱가폴에서 표준어로 쓰는 말은 Singlish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 영어는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중고교까지 합치면 10년이나 영어를 배운다.
심지어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부모들도 있다.
정규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해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학원을 다닌다.
영어를 배우려고.
그 정도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영어를 배우면 영어를 잘해야 정상이다.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한국인들의 지적 능력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언어 능력이 탁월해서 좀 더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영어를 배우는 아니 가르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몇 날 며칠을 생각해도 답은 안 나온다.
뭐가 잘못인가?
거리마다 골목마다 영어학원이 있고 입시를 위해서 미친 듯이 영어를 공부하는데
왜 영어가 생각만큼 안 되는지?
의외로 답은 쉽다.
첫째, 영어를 배우는 목표가 이상하다.
둘째,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됐다.
문제는 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운 좋게 미국에서 공부했다. 딱 5년 하고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서 5년 하고 하루 치에 정도의 영어를 익혔다.
그게 내 평생의 영어 자산이다.
영어를 가르쳐보기도 했고 영어로 일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위의 저 두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내가 겪었던 과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덧붙여서,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영어학원에 다녔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는 취업과 출세의 하나의 사다리로 보였다.
외국말을 잘해야 출세할 수 있는 나라, 이건 거의 식민지가 아닌가.
아무튼, 영어를 좀 더 잘 듣고 잘 말하기 위해 남들처럼 학원에 등록했다.
당시에는 미국인, 소위 말하는 원어민으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 들어가려면
일정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자존심 상하는 식민지 근성, 그 자체.
기본적으로 어학에 남들보다는 조금 소질이 있었기에
중학교 이후 영어가 재밌었고 쉬웠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은 젬병이었지만 영어는 만점에 가까웠다.
사실 당시의 영어 시험이 오늘날 수능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이었다.
요즘 수능의 국어, 영어, 수학은 사실 시험이 아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암튼 처음 미국인이 진행하는 수업에 들어갔다.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 되는 남자였고, 이름은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미국인을 처음 대한다는 긴장감에 굳었지만 한 번, 두 번 수업을 지나고 나니
사실 별거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문제는...그 선생이라는 미국인의 수준이었다.
영어라면 무조건 주눅이 들고 외국인,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당연 서양 백인,
외국인 앞에서 또 움츠러드는 불쌍한 한국인...
미국인 선생이 영어로 말하면 모두가 진리로 들리고 뭔가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그런 열등감.
그 선생이라는 친구는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냥 심심해서 세계를 떠도는 그런 방랑자 수준.
나중에 미국 학교 게시판에서 그런 사람을 뽑는 광고를 봤다.
동아시아, 즉 일본, 한국, 중국, 대만에서 영어를 가르칠 사람 모집....
일반적으로 할 일이 많은 바쁜 학생이나 직장인이 그런 광고에 호응할 일이 없다.
그런 프로그램을 타고 우리나라에 오는 미국인들은 상당수가 할 일 없는 놈팡이들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 부류의 광고는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무튼, 그 선생 수업을 석 달 정도 들었다.
수업 내용은 한심했다.
무슨 스트림인가로 기억나는 회화교재였는데, 내용은 참혹했다.
선생도 그걸 아는지 교재로 수업 진행은 대충 하고 잡스러운 이야기만 떠벌렸다.
그렇게 석 달 동안 그 수업을 다녔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 공포증을 없앴다고나 할까?
미국인 막상 만나 보니 별거 아니더라, 뭐 이 정도 소득이었다.
바로 이듬해 미국에 가서 학교에 적응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
그게 다였다.
원어민 회화라고 우리나라 학원에서는 아직도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
물론 나름의 의미가 있다. 외국인과의 대화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통해
외국인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우리를 가르치는 이 원어민들이 과연 합당한 자격이 있는지가 문제이다.
간접적으로 전화를 이용하는 회화 프로그램도 있다.
나도 얼마 전에 활용해 봤다.
주로 인건비가 저렴하지만, 영어가 유창한 필리핀 사람들을 선생으로 활용한다.
다 좋다. 그렇지만 뭔가 아주 아쉽디.
영어가 뭐길래 우리는 이걸 배우려고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나.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사실 영어든 뭐든 배우는 데 쉬운 길이 있겠는가.
좀 더 근원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