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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지혜 Sep 27. 2021

02 ‘나를 사랑하는 법’,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나’

프롤로그 02

‘나를 사랑하는 법’엔 관심 없었는데,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나’는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생각해보면 연애뿐만이 아니었다. 입시도 취업도 인간관 계도 비슷한 패턴의 연속이었다. 나를 사랑하기 전에 내가 갖춰야 할 세상 기준에 너의 기준에 나를 맞췄다. 행동으론 못 옮겨도 내내 신경 쓰고 마음 썼다. 애써서 뭔가 이루면 잠시 좀 행복했다가 또 애쓸 시간이 찾아왔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 보다 공허를 견디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다짐하고 익숙한 대로 노력하기를 반복했다. 안타깝게도 그 반복 안에 ‘나’를 기준으로 삼은 건 없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은 채로 인정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애쓰다 지치기를 반복한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나 를 꼭 안아주세요.’ 로이킴의 노래 <그때 헤어지면 돼>의 첫 마디 가사다. 헤어짐을 걱정하는 연인에게 하는 말이지만 어쩐지 이 노랫말을 중얼거리면 내가 떠오른다. 내게 미안해진다. 나를 사랑하는 법이 어렵지 않다는데, 왜 나는 도통 모르겠지?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라는데 어째서 서른이 되도록 나는 나를 안아주는 법을 몰랐던 거지? 그러니까 내게 찾아온 타이밍은 서른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견딜만한 시간을 모조리 태우고 재만 남은 순간. 세상 기준에 맞춰 불태울 내가 더 없이 사라지고 만 순간. 그야 말로 넉다운 된 순간, 번아웃 된 순간 말이다. 어수 없이 세상을 뮤트하고 나를 볼륨업한 순간 말이다.


누군가는 진작에 나를 사랑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는 재가 되어 가는 중인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는 재가 되지 않은 채로 잘 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나처럼 재가 된 후 나름의 방식을 찾아 새롭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음… 그러니까 이 글은 나 같은 이를 위한 글이다. 모든 이 에게 ‘나답게 삽시다.’를 주장하기엔 내가 좀 많이 겁쟁이라서. 그저 나를 사랑하고 나답게 살고 나를 탐구하며 살고 싶은 타이밍을 만난 사람들을 위해 써본 글이다. 비슷한 동지 한 명 있다고 알리는 글이다. 지나간 과거 속 애처로운 나마저도 위로하고 싶어 써본 글이다. 어떤 모습이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같이 힘내보자고 으쌰으쌰 하고 싶어서 엮어본 글이다. 지난 3년, 머리로 깨우친 똑똑한 팁이라기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인 흐릿하고 선명한 단상을 담아놓은 글이다. 3년이라니… 30년을 익숙하게 챙겨온 자격지심을 말끔히 지우기엔 어림없는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익숙하게 둬야 할 것을 제대로 확립하는 데에는 성공한 시간이었다. 1:1 경쟁이었지만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불꽃 튀었다.



그러니까 이건 나를 선명하게 돌이킨 지금, 사랑하는 나에게 보내는 나를 위한 글이다. 지워지고 싶지 않아 자유롭게 만들어본 나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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