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7: 실패하는 여우와 실패한 돼지
루나는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반짝임에 눈을 떴다. 발길을 부드럽게 감싸는 햇살을 따라 걸으니 멀리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을 멈춘 루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소리는 여우의 몸이 돌과 나뭇가지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여우는 다시 일어나, 목표를 향해 또다시 돌진했다. 하지만 여우가 달리던 방향에는 큰 나무가 서 있었고, 그 나무를 넘어서기 위해 여우는 계속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가까운 나무 그늘 아래서 한 마리 돼지가 비웃는 목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또 부딪혔네! 내가 뭐랬어? 너는 절대 저 나무를 넘지 못할 거야. 그렇게 실패할 줄 알았어!"
루나는 여우를 관찰하며 돼지의 비웃음을 들었다. 여우는 여러 번 넘어졌고, 얼굴에 흙이 묻고 털은 엉망이었다. 하지만 여우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그 모습이 루나의 마음에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여우는 자주 다치고 실패했지만,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돼지는 계속해서 비웃으며 자신이 안전하고 편안한 자리에서 여우의 실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우가 또다시 나무에 도전하다가 한숨을 쉬며 잠시 쉬었을 때, 루나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계속 나무를 넘으려 하는 거야? 돼지 말대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어때?"
여우는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저 나무를 넘는 건 불가능해 보이지만, 난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내가 넘어야 할 건 나무만이 아니라 내 한계야. 비록 지금은 실패하겠지만,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거야."
루나는 여우의 강한 의지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돼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 계속 부딪혀 봐라. 넌 고작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주제에! 나는 여기서 편안히 잘 살고 있는데, 너는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해?"
돼지는 여우의 도전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삶은 안전했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 그의 자부심이었다. 돼지는 늘 여우가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결코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여우는 계속 나무를 오르고 또 넘어졌다. 몸은 점점 지쳐갔고 상처도 늘어갔지만, 여우의 눈빛은 더 강렬해졌다. 한편 돼지는 매번 같은 자리에 앉아 여우를 비웃었다. 그가 매일 하는 일은 그저 여우의 실패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여우는 이전과는 다르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고, 마침내 나무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루나는 깜짝 놀라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여우는 더 이상 실패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나무 너머의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루나가 돼지를 돌아보니, 돼지는 전보다 더 불안해 보였다. 여우가 나무를 넘은 후, 돼지는 자신의 안전한 구석에서 나와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돼지는 여우가 계속 나무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우가 마침내 성공했을 때, 돼지는 갑작스레 자신이 틀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날 이후, 여우는 나무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그 경험을 통해 더 큰 도전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자신감이 붙어 더 어려운 장애물도 기꺼이 맞서게 되었다. 그는 성장하고 변화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지니게 되었다.
반면 돼지는 여전히 나무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살고 있었다. 그는 여우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고, 안전한 자신의 작은 세상 속에서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집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했고, 세상의 변화는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여우는 여러 도전 끝에 결국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다. 그는 자신이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무뿐 아니라 더 큰 벽을 넘었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갔다. 돼지는 끝내 집 안에만 머물며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했다. 결국 돼지는 자신이 평생을 실패 없이 살았다고 믿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루나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실패는 두려운 것이지만, 실패하지 않으려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이 더 무섭구나."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숲 속을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