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EP33: 동물마을의 심판

by 권수


_893d18b4-a6bb-4d83-8d5c-dd2c45664e0f.jfif

루나는 어느 날, 또 다른 꿈속에서 익숙한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길 끝에는 커다란 나무가 서 있었고, 그 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고, 대화는 점점 열띠게 이어지고 있었다.


루나가 다가가자, 동물들 사이에서 유명한 앵무새가 눈에 띄었다. 그는 늘 날카로운 말솜씨로 주장을 펼치곤 했다. 이번에는 한 사건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봐봐, 이 사건은 명백해. 분명히 여우가 잘못한 게 확실해. 내가 며칠 전에 본 기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 그리고 여우는 원래 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잖아.”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너는 여우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말이야.”


앵무새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증거를 봤거든. 내 판단은 틀릴 리 없어.”


그 주변에 있던 다른 동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앵무새의 말에 동의하며 이미 결론을 내린 듯했다. 루나는 그 광경을 보며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왜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앵무새의 말만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까?’


루나는 그들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그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어봤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지만, 실은 모두가 같은 결론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 어떤 반박이나 다른 의견도 허용되지 않았다. 다른 동물들이 말할 때마다 앵무새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만 꺼내 놓고 있었고, 마치 모든 상황이 그들의 믿음을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처럼 쓰이는 듯했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부엉이가 한마디를 던졌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아?”


루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가 이상해?”


부엉이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여기 있는 동물들처럼 말이야. 앵무새가 제시한 증거들만 계속해서 강조하고, 다른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잖아.”


루나는 그제야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했다. ‘모두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구나.’


나는 동물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혹시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본 적 있어?”.


하지만 동물들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있는데, 왜 굳이 다른 각도를 생각해야 해? 여우가 잘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잖아.”


루나는 그들의 반응에 살짝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


“혹시 여우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았어?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들어볼 필요는 없을까?”


이번엔 앵무새가 나섰다.


“여우는 말이 필요 없어. 우리가 이미 충분한 증거를 모았다고.”


루나는 그들이 이미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어떤 새로운 정보도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때, 루나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내가 너희에게 다른 증거를 보여준다면, 너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동물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중 몇몇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이미 알 거 다 알았다고. 더 이상 새로운 정보는 필요 없어.”


루나는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그렇구나. 이미 결론을 내렸으면,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그러고 나서 부엉이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결국, 동물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구나.”


부엉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하지만 결국 그런 편향된 시선은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중요해.”


루나는 그 말에 동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상황에서 진짜 진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결국, 확신보다는 열린 마음이 더 중요한 법이지.”


루나는 동물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음에 어떤 일이 닥쳐도, 자신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겠다고.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루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이전 05화아무리 봐도 구린데, 결과가 나오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