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Meditation)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은 김하온, 직업은 traveler
취미는 taichi, meditation, 독서, 영화시청~"
안다.
수년 전 유행했던 거.
고등래퍼의 김하온이라는 벌꿀을 닮은 소년이 나와 자기소개 랩을 뱉었고, 그중에서 첫 소절을 따왔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사에 따르면 그의 취미 중 하나는 meditation이라고 한다.
맞다.
명상이다.
그래도 정신과 의사가 쓰는 에세이인 만큼, 그래도 한 챕터 정도는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싶었다. 그 하나가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현재에 집중하여 나를 바라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말이 정말 중요하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우울감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상처로부터 오고 불안감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미래를 집어던지고 지금, 여기에 집중해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나로서 바로 설 수 있다.
우리가 헬스장에서 웨이트 운동을 하게 되면 근질이 좋아지고 펌핑되는 것처럼 두뇌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단련시킬 수 있는데, 명상을 통해 자신과 주변 상황을 관찰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신체가 이완되어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은 크게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하는 정적명상,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동적 명상이 있다. '정적 명상'에는 사물이나, 호흡, 이미지 혹은 단어에 집중하는 '주의집중 명상'과 마음챙김처럼 순간순간 내 몸에 집중하여 오감을 묵묵히 느끼는 관찰명상이 있다. 반대로 '동적 명상'은 태극권이나 기공, 단무 등을 떠올리면 된다. 몸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켜 뇌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럼 명상이 우리 몸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될까?
우리 뇌에는 내부적/외부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서와 인지상태를 통합하여 인식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뇌섬엽(insula)이라는 부위가 있다.
명상을 수행하면 이 뇌섬엽과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해서 주의력이나 집행능력 및 정서 조절능력 등이 상승하게 된다. 정신과 질환 중 우울장애, 불안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 식이장애 등에서 뇌섬엽의 구조적/기능적 장애가 있을 수 있기에 명상이 이러한 질병들의 예방적 혹은 보조적인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뇌섬엽뿐만 아니라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전전두엽, 대상피질, 체성감각피질, 운동피질, 해마 등의 다양한 뇌영역에서 두께가 증가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고 fMRI와 PET을 이용한 영상학적 검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복내측전전두엽의 기능을 강화시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편도체를 억제하여 분노나 짜증을 조절하기도 한다. 우울, 불안, 분노, 혐오감 등은 누구나에게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감정들이지만 너무 과하면 나 자신이 매몰되고 만다. 명상을 통해 자기 성찰이 증가하여 이를 조절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전두엽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는 능력과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작업기억이 증가하여 학업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명상의 이점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인생의 역경을 맞이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일컬어지는 코티졸이 부신에서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우리 몸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도망치거나 싸울 때처럼 침이 마르고 동공이 확장되며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등 긴장과 흥분 상태가 유지된다. 단기간의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각성상태로 만들어 업무능력 등의 상승을 유도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지나친 코티졸 분비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고 뇌에서 해마나 대뇌피질의 두께를 감소시켜서 기억력 감퇴는 물론 정서조절 능력 및 인지능력 저하를 초래한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구는 부정적으로 느껴 스트레스를 더 받는 반면 어떤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 귀로 흘려 넘기는 경우가 있다.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컵에 물이 반이 차있는걸 보고 '반이나 차있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주관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과 정서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명상의 효과이기에 만성적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단점도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상하는 사람들에게서 생물학적 나이의 감소를 보인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말초혈액의 면역세포에서의 텔로미어 길이 및 DNA에 붙은 후생 유전적 수식을 보았을 때 명상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향한 필수불가결한 발걸음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명상의 이점은 이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더욱 자세히 설명하면 머리만 아프니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된다.
글을 마무리 짓기 전에 내 외래로 오는 환자분들께 알려드리는 실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에 대해 알아보자. 우울이나 불안감이 심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자주 연습해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복식호흡이라는 말은 다들 들어봤겠지만 실제로 잘 활용하는 분은 몇 없다. 우리 몸엔 열두 가지의 뇌신경이 있는데 그중 열 번째 뇌신경인 미주신경이 복부와 연동되어 있어 복식호흡을 통해 자극된다. 이를 통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정서적 안정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왼쪽 손은 가슴에, 오른쪽 손은 배꼽아래 단전에 살포시 올려두고 숨을 쉴 때 마치 풍선이 배 안에 있다고 상상하며 눈을 감아보자. 이제 호흡을 할 때에 가슴은 가만히 있고 배만 볼록해지도록(손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다) 3초 정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5초 정도 내쉬어 보자. 들이쉴 때 풍선이 부풀어 오르고, 내쉴 때에는 입과 발끝을 통해 스트레스가 나간다고 상상해 보면 더 좋다. 실제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크게 구분하지 않아서 이러한 상상훈련이 뇌와 몸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끝이다!
이런 과정을 5분에서 10분만이라도 반복해보시길 권해드린다.
명상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분들이라면 요즈음에는 다양한 명상 무료어플들이 많으니 찾아보시기 바란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잘 컨트롤하여 힘든 세상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과거와 미래를 떠나 현재에 집중하여 오늘을, 오늘도 힘내서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