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별히 가족이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아이들 교육과 위생, 한국음식의 공수와 같은 일들이 특히 그렇다. 자카르타 근교에 살다가 자바 중부의 족자카르타라는 도시로 이사온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국인을 만나서 교제한 경우가 별로 없다. 주변에 한국인이 없다는 것은 때로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고립감 또한 유발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늦은 시간에 일어나서 우리 부부와 함께 두 시간 정도 같이 공부를 하고 나면, 온전히 자신들만의 자유를 누린다. 일주일에 두 번은 영어학원에 가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카르타에 위치한 홈스쿨링 베이스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미술수업을 듣기는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외의 시간엔 각자 그림도 그리고 레고도 가지고 놀다가 오후 3시가 되면 게임이 가능하고 6시가 되면 어린이 유튜브를 볼 수 있다. 아내와 나 역시 집중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서 그 이상의 케어가 힘들기 때문에 타협한 부분이다.
두어 주 전 체육시간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아내가 집 근처 수영장을 하나 알아놨다. 아이들이 이제는 자전거 타는 것에는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장에 가는 것으로 체육을 대체하기로 했다. 보통은 입장을 위해 모두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우리가 간 수영장에선 부모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이들 한 명당 입장료는 한국돈 1,000원이다. 이전에 살던 곳에서는 한국과의 물가 차이가 크지 않았었는데 이곳에서는 그 차이가 크다. 우리가 갔던 시간에는 우리 가족 외에는 아이 하나와 아이 엄마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수영장의 운영이 어떻게 유지될지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입장료를 받는 주인아주머니와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이 있었는데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여놓고는 컵라면과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두 잔에 1,000이다. 아이들에게 사이다도 하나씩 사줬는데 역시 두 개에 1,000원이다. 그렇게 한국돈 4,000원을 지출하면서 3시간 동안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놀다가 들어왔다. 유아용 풀과 어린이 풀, 성인용 풀까지 갖췄을 뿐 아니라 좀 작고 위험하긴 하지만 워터 슬라이드까지 갖추고 있다. 담장 밖의 야자나무와 바나나 나무는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물씬 풍기고 있다. 1년 365일 이용 가능할 뿐 아니라 한적하다. 그러고 보니 꽤 괜찮은 수영장이다.
살아가기가 만만하지 않은 이곳에선 언제나 상대적으로 유익한 면들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늘 무엇이 우리에게 베너핏일까 생각하게 되는데, 수영장이 바로 그 베너핏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호텔에서 하루씩 묶을 일이 있을 때는 아이들 수영복을 꼭 챙겨서 다니는데 하룻밤에 3-4만 원씩 하는 호텔에도 수영장과 조식은 주로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혜택이지 않을까? 삶의 유불리를 따지며 살아가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이곳에서의 삶을 긍정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이 기분 좋은 베너핏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