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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Sep 18. 2022

동남아에 살아서 누리는 베너핏

동남아에서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별히 가족이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아이들 교육과 위생, 한국음식의 공수와 같은 일들이 특히 그렇다. 자카르타 근교에 살다가 자바 중부의 족자카르타라는 도시로 이사온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국인을 만나서 교제한 경우가 별로 없다. 주변에 한국인이 없다는 것은 때로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고립감 또한 유발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늦은 시간에 일어나서 우리 부부와 함께 두 시간 정도 같이 공부를 하고 나면, 온전히 자신들만의 자유를 누린다. 일주일에 두 번은 영어학원에 가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카르타에 위치한 홈스쿨링 베이스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미술수업을 듣기는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외의 시간엔 각자 그림도 그리고 레고도 가지고 놀다가 오후 3시가 되면 게임이 가능하고 6시가 되면 어린이 유튜브를 볼 수 있다. 아내와 나 역시 집중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서 그 이상의 케어가 힘들기 때문에 타협한 부분이다. 


두어 주 전 체육시간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아내가 집 근처 수영장을 하나 알아놨다. 아이들이 이제는 자전거 타는 것에는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장에 가는 것으로 체육을 대체하기로 했다. 보통은 입장을 위해 모두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우리가 간 수영장에선 부모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이들 한 명당 입장료는 한국돈 1,000원이다. 이전에 살던 곳에서는 한국과의 물가 차이가 크지 않았었는데 이곳에서는 그 차이가 크다. 우리가 갔던 시간에는 우리 가족 외에는 아이 하나와 아이 엄마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수영장의 운영이 어떻게 유지될지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입장료를 받는 주인아주머니와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이 있었는데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여놓고는 컵라면과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두 잔에 1,000이다. 아이들에게 사이다도 하나씩 사줬는데 역시 두 개에 1,000원이다. 그렇게 한국돈 4,000원을 지출하면서 3시간 동안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놀다가 들어왔다. 유아용 풀과 어린이 풀, 성인용 풀까지 갖췄을 뿐 아니라 좀 작고 위험하긴 하지만 워터 슬라이드까지 갖추고 있다. 담장 밖의 야자나무와 바나나 나무는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물씬 풍기고 있다. 1년 365일 이용 가능할 뿐 아니라 한적하다. 그러고 보니 꽤 괜찮은 수영장이다. 


살아가기가 만만하지 않은 이곳에선 언제나 상대적으로 유익한 면들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늘 무엇이 우리에게 베너핏일까 생각하게 되는데, 수영장이 바로 그 베너핏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호텔에서 하루씩 묶을 일이 있을 때는 아이들 수영복을 꼭 챙겨서 다니는데 하룻밤에 3-4만 원씩 하는 호텔에도 수영장과 조식은 주로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혜택이지 않을까? 삶의 유불리를 따지며 살아가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이곳에서의 삶을 긍정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이 기분 좋은 베너핏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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