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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Dec 20. 2022

갈등의 씨앗

개신교의 입장에서 기독교-이슬람 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다들 한국에서 온 나의 의견을 궁금해한다. 안 되는 영어로 잘 모르는 내용들을 설명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말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줄여 나가는 것도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은 한국의 종교상황을 거의 궁금해하지 않는데, 인도네시아의 학자들은 그 전공이 종교학이건 역사학이건, 혹은 신학이건 한국의 종교적 상황들을 많이 궁금해한다. 한류가 이곳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것도 이유이겠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권 국민 중 인도네시아인들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를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몇 주 전 학장님이 진행하는 세미나 수업에서 한국의 종교 갈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한국엔 종교 갈등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이슬람권의 종교 갈등들은 많은 이들이 죽고 난민이 되는 폭력과 분쟁 상황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맥락 가운데서 가볍게 설명했던 것이다. 그런데 학장님은 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스크 건축에 대한 갈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면서, 한국도 종교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뻘쭘했다.


최근에 이슬람 혐오와 관련된 아티클 몇 개와 대구의 모스크 건축 갈등에 관한 신문기사 몇 개를 읽을 일이 있었다. 정부가 허가한 모스크 건축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건축주 측은 계속해서 모스크를 짓겠다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모스크 주변에 돼지머리를 가져다 놓기도 하고, 돼지고기 BBQ 파티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돼지고기 문제가 무슬림들에겐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정보화 시대이다 보니 이슬람권에서도 이러한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조금 우려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기독교 지역인 파푸아에 이슬람 선교(Dawah)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무슬림인 자바인들이 돼지고기를 즐기는 파푸아 인들의 마을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반면에 기독교 선교사들은 할랄과 하람의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마을 깊숙이 들어가서 선교활동을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파푸아인 대부분이 기독교도가 된 이유이라는 것이다. 개고기를 먹는 보르네오 섬의 다약족 역시 개신교를 받아들였다. 허가와 금지의 의미를 가진 할랄과 하람은 무슬림들의 삶에 있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렌츠가 주장한 것처럼 북경 나비의 날갯짓이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니 작은 갈등의 씨앗에 대해 민감하게 관찰해 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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