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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연재 Apr 22. 2022

퇴사 생각? 맞춰볼까?

인공지능에는 어떤 지능이_#3

얼마 전에 기재부에서 일하는 동서가 집에 놀러 왔다.

"형님, 아세요? 요새 행시 패스(pass)해서 갓 입사한 친구들이 퇴사를 해요. 보니까 어디 스타트업(start-up)으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몇몇 주변 사람들은 제 뭐냐며 굉장히 의아해하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공무원으로서의 평생직장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의아할 수 있겠지만, 나는 어쩌면 동서의 말이 작금의 MZ 세대의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SKY 출신이나 해외 유수 대학 출신들도 요새는 대기업 안 가. 그럴 바에는 뭔가 가능성 있어 보이는 스타트업 가지. 그게 대세야"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주변에서 똑같은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었다. 자꾸 듣다 보면 어느새부터인가 맞는 말이라는 느낌이 들어 반박하기 힘들어진다.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고, 기성세대들과는 직장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사람인의 조사를 보니 1년 차 이하의 신입사원의 퇴직률이 무려 47%에 달했다. 입사자의 절반이 1년 차에 퇴사를! 현재의 채용 시장의 단면이다.  


'우리 회사는 어떻지?'  어림잡아 계산해 보니 우리 회사의 1년 차 퇴직율도 대략 25% 선이다. 사업 초기에는 바빠서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이제는 짬이 나니 조금씩 이런 통계에 눈이 간다.  '1/4이나 이직을 하다니.' 얼마 동안은 도통 이해가 안 됐다. '경영진으로서의 나의 덕성(德性)이 부족한가?' 자책도 많이 했다.


"남들은 평균 50%인데, 너네 회사는 1/4이니 훨씬 양호하잖아." 우리 회사 경영진들이 아주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는데서 아주 쪼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채용한 인력의 반(半)에 가까운 숫자가 1년 내로 이직을 하면 어떻게 제대로 조직을 꾸려갈 수 있겠는가? '예전엔 뽑아 놓고 교육시키면, 결혼식, 돌잔치, 부모님 환갑, 고희, 장례식 등 평생 친구이자 선/후배로 얼굴 보며 그냥 쭉 갔는데...'  


채용도 채용이지만, 수시로 바뀌는 인력을 고려해서 인력을 운영하자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여간 고단하지 않을 수 없다.  업무의 연속성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여기저기 운영상에 누수가 생기게 되고, 결국은 회사의 제반 매출과 원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뭐 일 좀 할 만하면 떠나는구나.'

떠나는 사람의 고민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기업 하는 사람의 고충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변변한 인사팀이나 내부 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스타트업에게는 이는 실로 더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진 회사의 유사한 프로젝트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개념은 심플(simple)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퇴사할 직원 예측하자.


'이야, 퇴사 같은 사람의 속 마음을 어떻게 알아?'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관점에서 보면 이 문제는 직원의 프로파일(profile)과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이항(二項) 분류(퇴사하느냐? vs. 잔류하느냐?) 문제에 해당한다.


'아니 그런데 인공지능이 어떤 사람이 퇴사할 것도 예측할 수 있어요? 참, 신기하네'

K사의 콜센터 인력 관리를 담당했던 팀장님의 말씀이다.  며칠 뒤 이분이 다시 찾아와서 말했다.

'지난번에 퇴사 예상 리스트를 뽑아 줬잖아요. 그래서 몇몇 직원들과의 면담 시간이 있어서 살짝 그 내용으로 떠 봤어요. 그랬더니 이 친구가 화들짝 놀라는 거예요. 팀장님이 어떻게 아셨나며..., 아무튼 신기하긴 하네.'


그럼 인공지능이 어떻게 해서 퇴사를 예측할까?

여기서의 답도 결국은 데이터에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은 해당 의도와 관련된 징후(symtom)를 보인다. 좀 안 좋은 예이긴 한데 테러를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치밀한 범죄를 위해 테러 장소를 수십 차례 사전 탐사를 할 것이고, 폭발물 제조 관련 사이트에 수차례 접속할 것이다. 이처럼 관련 징후 정보를 모으고 종합하게 되면 어떤 의도(intention)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의도는 행동을 낳고 행동은 징후를 드러낸다.  평균적인 집단의 행위를 이용하여 개인별 행위와의 차이를 일종의 지수(index)처럼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의도(의심) 행위의 이해


완벽한 인과(causality) 관계는 아니지만 데이터를 통한 분석은 여러 해석을 객관화한다.  <그림 1>은 인력을 몇 개의 등급 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구간별 퇴직 확률을 도식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붉은 점선은 이탈률을 나타내는데, 등급 5 구간의 경우 이탈(퇴직) 확률이 100%이다(그림 2 우측). 사실 케바케(case by case)라 예측 성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모(某)사에서 만든 인공지능 모델의 경우, 퇴직으로 예측했을 때 실제 퇴직인 경우(정밀도, precision)가 대략 95%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그림 2 좌측). 헐~

 

그림 2. 모델 성능평가 & 등급 구간별 이탈(퇴직) 확률


MZ 세대들은 이직의 이유는 뭘까?

몇몇 조사를 보니 MZ 세대는 역량 성장성취(성과)를 중시하고, 반복적인 단순 업무는 퇴사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


이런 분석을 하다 보면, 몇 가지 특징들이 자연스레 보인다.

첫 번째는 기간이다. 입사 후 특정 기간이 되면 퇴직이 확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아주 좋다고 알려진 외국계 회사 관련해서는 이런 소문이 파다하다. '그기, 3년 지나면 그기는 다 나오게 되어 있어. 누구라도 진이 빠져서 못 버텨.'

두 번째는 업무량이다. 할당되는 업무의 총량이 평균이나 비교 집단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나게 되는 경우이다. 평소 대비 갑자기 하던 일의 내용과 양(量)이 확 차이가 나니 생각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세 번째는 직군 또는 업무의 종류(내용)이다. 우스개 말로 '누구는 금광 깨고 누구는 동광 깬다'라는 말다. 딱 봐도 단순 반복적이고 비전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이다.  

네 번째는 적절한  보상이다. 이 부분은 따로 더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분석하는 업종에 따라 세세한 퇴직 이유는 훨씬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정리해 보면 직원들의 유지율(retention)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마음 속에 <다음>과 같은 확신이 필요 하지 않을까 싶다.  


--- <다음> ---

 이곳에서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2) 매일 매일 구체적으로 성장하고, 가시적인 성취감을 느끼며

3) 이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회사를 떠나갔던 exANer들의 이유는 뭘까?  인재 없이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고민은 치열하고 치밀하게 계속되어야 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조직만이 제대로 강건해질 수 있다. 당연한 얘기라 새삼스럽다.


또 하나 언급할 것이 있다. 이런 모델이 만들어 지면 예전에 없던 부가적인 골치거리가 생기게 된다. 모를 때는 그냥 살았지만 막상 뭔가를 갖게 되면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 따라 온다. 도구는 쓰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칼이 되기도, 예방적 치유의 약이 되기도 한다.


호호야,


이제 너희들도 대학 공부를 마치고 나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게 될 거야. 아빠, 엄마는 호호가 어떤 일로 자신의 삶에서 꿈을 이루며 성취감을 느끼고 살 지 너무 궁금해. 아마 너희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때는 또 다른 꿈을 꾸겠지. 네 꿈에 하나님이 늘 동행하여 이 지구별의 인재가 되기를 늘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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