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돈의가치

by 티보치나


2020년



요즘 J가 나한테 H가 했던 말을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말한다. 억양도 비슷하다

꼭 H를 닮고 싶어 하는 것처럼.

요즘 J를 볼 때마다 H모습이 겹쳐 보인다.

목구멍에 돌을 씹어 넣은 거 같고

가슴이 터질 거 같다. J가 H 편에 서서

나에게 뭐라고 하면 목구멍부터 심장까지 타들어갈 만큼 뜨거워졌고 갑자기 배도 아팠다. 위축되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계속하게 된다. H앞에 서면 운동화끈도 잘 못 묶게 되고 함께 식사를 할 때면 젓가락질도 잘 못한다.

손이 떨려서 반찬을 잘 짚지를 못한다.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해서 또 혼난다. 모자란 애 같다고.


모처럼 쉬는 날이 주어지면

J의 아버지가 계신 시골에 가서 농장일을

도와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가 저물 때까지 쪼그려 앉아서 밭일을 했다.

하지만 이게 나았다. 아무 말 없이

밭일을 하는 게 H가게에서 매출 압박받으면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H는 늘 본인의 인생가치관을 항상

나한테 말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으면 인생 망한다고 했다.

H의 인생관은 이랬다.


돈이 인생에서 전부다.

돈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

돈이 없는 건 죄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전부 부자가 될 수 있는데

나약하고 똑똑하지 못하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가난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므로 죄다.



나는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돈이 불행을 막아줄 수 있고,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H는 가게에서 일하면서,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마인드 교육이랍시고

매일 내 뇌를 통제했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J에게 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집안 다 일으켜 세운 고생 많은 우리 집 막내딸,

다 맞는 말이지. 라며 오히려 나를 욕심 없고

철이 없다며 소리쳤다. 나는 J에게 내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H가 나에게 말했던 이야기했지만 조금만 참아달라고, 곧 독립할 거고 그러면 편해질 거라고 하거나, 혹은 H편만 들었다.


내가 J랑 정식으로 결혼을 하면

서열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그땐 이런 식으로

날 대하지 않을까? J는 언제쯤 청혼을 할까

시험이 합격하지 않더라도, 다른 일을 하더라도

난 다 괜찮은데. 왜 계속 미뤄지는 거지

왜 처음 말과 다른 걸까

아냐, 그래도 믿어야지.



환각



퇴근후 방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심장에서 시냇물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다.

그만 울고싶다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억울하고 분하다.내가 왜 여기있지..?

여길떠나면 난 어디로 가야하지?

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건 생존의 문제였다.

나를 깨우고, 멀쩡한 정신을 가지기 위해

계속 마인드컨트롤을 하고,출근을 했다.

이따금씩, 아니, 자주 찾아오는 엄마생각때문에 좀처럼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나는 노력했다.

쓰러질 지경이 와도 다시 나를 일으켜세운건

내 자신이었다.

씻고,먹고,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J곁에서 나는 묵묵히 기다려주고 믿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J는 공부에만

집중할수있었다. 나는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랑했기때문에.믿었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나는 어디론가

떠내려 가서 누구도,영영 나를 찾지않는곳으로

소멸해버리고 싶단 상상을 한다.


잠을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눈이 거의 감긴 채로 비몽사몽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거기서 엄마가 바닥에 앉아있었다.

엄마가 죽었을 때 그 자세로.

분명히 엄마였다. 눈이 쯤 감겨있는채로.

환각이었다 처음으로 환각이 보였다

엄마가 내눈앞에 보이는데 너무 반갑고 행복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토하듯이 울면서 안았다.

안고 또 안았다.

안고 있을 것이 없는데 계속 안았다.


'엄마.. 엄마.. 미안해

미안해 엄마.'


내가 본것이 실체가 아님을 인지했으면서

깨어나고싶지 않았다.계속 보고싶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모습에 나는 더 격렬하게

안았다. 울었다.


새벽에 그 소동이 일어나고 J가 제일 먼저 깼고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달랬다.

나는 엄마 좀 깨워달라며 한참을 울부짖었다.

H도, J의 어머니도 모두 잠에서 깼다.

귀신 본 듯처럼 멍하게 나를 보고 있는 두 여자를

보고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sns, 숏츠를 버릇처럼 보는 거처럼

엄마가 죽은 후 나는 구글에 '특수청소업체', '고독사'를 계속 검색해 본다.

자살 후 어떤 흔적으로 남는가를 습관처럼 검색한다. 웬만하면 엄마랑 비슷한 방법으로 죽은 것으로.

청소 전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찾아본다.

어느 날은 티브이 보다가 청산가리, 막걸리를 섞어마시면 술맛 느끼면서 죽는다는데.

'나도 해볼까' 라며 청산가리는 어디에 파는 건지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여기도 지옥, 죽어서도 지옥이라면 '영원,천국,행복,사랑,변함없는' 이런 단어는

왜 만들어졌을까 그런게 실제로 존재하기는 할까?

엄마가 죽은후 J와 J가족들의 점점 심해지는 폭력적인 언어들과, 과도한 업무는

나를 미쳐버리게 만들었다.

뭔가가 나를 집어삼켜 갉아먹고있는게 분명하다. 도망치고싶은데 어떻게 도망쳐야할지 모르겠다.

포기하고싶다.

사람들이 '너 왜사냐?'라고 물으면 그냥 산다고하는데 그래서 정말 그냥 살려고 하는데

그냥 사는게 뭐이리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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