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1
나는 노력했다 한계다.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말엔 언제나"넌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어,
노력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그 말들은 나에게 용기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지만 때로는 엄청난 압박감과 부담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는 죽을 만큼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부족한 건가 대체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건가.
그 말들이 나를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게 만들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내 역량이 부족한걸 왜 남탓하냐고. 그쪽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냐고. 그저 트라우마,
우울증이란 병 뒤에 숨은 것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완전히 지쳤다. 엄마의 자살 이후에, 더 지쳐버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 사람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J에게도.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팠다.
약을 많이 먹어도 안정이 되지 않았다.
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슬프다. 가만히 발끝만 내려다보는 기분이랄까 나도, 나로서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노력하면 할수록 '더, 더, 더,! 지금보다 더
움직여'라고 한다. 그럼 내가 한 노력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는 걸까
그대로 나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걸까 나, 살고 싶어서 평범하게 지내고 싶고
소소하게 행복하고 싶어서 진짜 애 많이 쓰고 있는데.
외롭고 못난 인생, 끝내고 싶었다. 아프고 아파서 그냥 죽고 싶었다. 근무하다가 뛰어 나갔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서 근처 모텔을 갔다.
대형견이 사용하는 목줄을 샀고, 번개탄과 롱라이터를 샀다. 집에 약을 모은 게 있던 게
생각이 나서 집으로 가서 약을 챙겨 왔다.
물과 함께 털어 넣었다.
한 봉지에 12개 들어간 약봉지 9개를 털어 넣었으니까 100알이 조금 넘는 약이다.
미리 준비해 둔 개목줄로 내 목을 졸라보았다
첫 자살시도였다. 목에서 감겨오는 느낌이 생각보다 좋았다 날 꽉 조이는 느낌이 좋았다.
이제 번개탄만 피우면 되었다. 그 순간 무서웠다. 실제로 불을 지피려고 하니까 겁이 났다.
그러다 약에 취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났다.
112에서 연락이 왔다.
'긴급 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2022.02.01. 18:19:35)
119와 112가 도착했다. 그 옆엔 J가 있었다.
나를 보더니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며
괜찮냐고 쓰다듬어주는 J.
타들어가고 무너진 내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 난.. 그냥 진심 어린 사랑과 위로가 필요했을 뿐야
하지만 그 상황에서 J를 마주 보기란 너무 힘들어서
그만 가달라고 했다. 경찰이 내 안정을 위해
J에게 일단 집에 가있라고 했다.
나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 문자가 왔다.
'내가 시험준비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지금 상황은 네 마음이 어딘가 불안하고
무거워서야 네가 편안하게, 편안한 곳으로 흘러가려는 게 어두운 그늘처럼 보이는 거야
네가 우울에 잠식되지 않게 내가 노력할게'
'너 말이 맞아 내 맘속 어딘가엔 포근한 건지
종종 네가 그렇게 마음이 너랑 헤어지진 않을까란 불안감이 있었어 그래서 먹먹했어
어떻게든 너한테 소리치고 억지로라도 기둥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다만 그만두기 전에 내 마음 한번 들어주지 않을래?
'너 나쁜 년 만들고 싶은 거 아니고.
나만 좋은 사람인척 하는 거 아니야.
어제도 네 편 들어줄 수 있는데 네 편 안 들고 소리치고 그런 거 미안해. 이러다 우리 가족 문제로
결국 우리도 끝까지 함께할 수 없겠구나 싶어서 그랬어. 내가 말이 과했고, 진심으로 나빴어.
추운 날 밖에 있지 말고 제발 집에 얼른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하자.'
'오빠가 소리친 거 잘못했어 남들은 몰라도 우리는 우리를 서로 많이 알고 보듬어 왔잖아 어떻게 이야기하든, 매듭을 짓든 우리 좀 더 서로가
함께 해온 시간과 노력에 존중을 보이자. 우리는 미워하는 사이 아니잖아. 흔들리는 거고, 불안해서 그런 거지. 작지 않은 노력 꾸준히 해와줘서 고마워 집으로 제발 돌아와 줘 오빠가 잘못했어 추운데 밖에 있게 해서 미안해 꼭 끌어안자 다시.'
'오빠가 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야
너의 마음에 상처 다 못 떠안고 좀 더 못 보듬어줘서 미안해 나도 많이 견뎌왔잖아 네가 계속 치료 중이라 미뤄왔어 우리 따뜻한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여태껏 서럽고 힘들었던 것들이 다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J가 보고 싶었다.
입원권유를 거부하고
나는 안정제만 맞고 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곳에서 끝내야만 했는데, 약해진 내 마음을
못 이겨내고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간 것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