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와서 혼자 독립해서
지내고 있지만 나는 침대에서만 지내고 있다.
화장실에 가는 걸 무서워하는 나는 음식도, 물도
먹지 않는다. 샤워는커녕 양치도 하지 않는다.
손목에는 빨간 핏빛자국으로 자해 상처투성이다
며칠 전에는 4 바늘을 꿰맸다.
몇 번의 자살소동이 있었다. 이제는 집에 번개탄을 여유분으로 두지 않으면 불안하다.
어느 날, 어느 평범한 날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수면제, 번개탄을 피웠다. 엄마와 같은 방법으로.
고통보단 짜릿하고 온몸에 느끼지 못했던 큰 자극이 느껴지는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방법. 대형견 목줄, 혹은 샤워기 헤드로 목조르기. 그 두 방법으로 나는 자살시도를 한다. 화장실 안에는 천천히 숨이 막히는 냄새가
번지고 있었다. 그렇게 몇십 분을 앉아있었다.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선 물이 나오고 눈과 귀는 따가웠지만 수면제를 먹은 덕분인지
온몸이 나른했고, 눈이 감겼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엄마아빠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있다고 느꼈다.
이상하게도, 마음은 아주 조용했다.
이 방법으로 시도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엄마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며 엄마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고통보단 마음이 편안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을 긋거나
약 뭉텅이를 입에 털어넣은일뿐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같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일한 언어같았다.
나는 그 속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결국 누군가의 죽음을 따라가는 사람처럼.
어째서인지 늘 진짜 죽을 거 같다 싶을 때 되면
화장실에서 엉금엉금 기어서 나온다.
그런 내 꼴을 보고 있자면 말로 설명이 안된다.
어쨌든 난 안 죽었다 그건 언제라도 나에겐 불행이다.
마치오래전에 정해져 있던 순서처럼
눈이 감기고 의식을 잃을때쯤, 마지막은 늘 실패였다.
결국은 실패한다.
내가 따라가고 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당장 좋은 기분이 들어서 웃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내가 아직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불행인 건 변함없다
오늘도 살아남았다는 불행에 밤마다 신음한다.
'너 못 움직여.'
'너 못 나가.'
'너 못해.' 또는
'너 이거 해.'
'이렇게 해'
하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그 상태를 지나면 그때는 정말 병이 보여주는 것만 알고 믿게 된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나 자신에게서 화가 난다는 것이다.
외출, 식사, 수면, 청소, 샤워 등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들을 못하게 되었다.
공황과 조증과 우울이 동반하는 신체 증상의 총집산과의 전쟁이다.
집밖으로 나가면 땅이 울렁거리고, 시야불편,
기분 나쁜 냄새들, 비현실감이 계속되고
어떤 장소에 가면 심장이 요동치고 근육이 튕기고, 팽만감이 느껴지면서 숨쉬기가 힘들고, 밤이 되면 잠들기가 힘들거나, 하루 종일 자거나
약에 의존하는 이 반복되고 있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우울이 나를 집어삼켜 갉아먹고 있다
그리고 결국 정신병이 없는 정상인 들과는
어느 시점 이상으로 이해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곤 더 이상 소수 남아있는 지인들과도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겪지 않아도 되었을 그 경험들이 자꾸 떠오른다
내 기분은 지독한 기분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몰라도 되는 병의 세계.
엄마의 죽음 그 이후 시신현장 처리
반년 후 또 아빠의 자살
J와 J가족들의 폭력적인 언어, 노동, 이별방법.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내가 잘못이라고 비난한 이들을 나는 기억한다
내가 잘못 태어난 거라고.
하고 싶은 말이 생겨도 머릿속에 수없이 되뇌어 목구멍까지 나오다가
멈추고 만다. 도통 수면 위로 오르지 못하는 그 말을,
그 말들을 찾지 못해서 자해를 하고 난장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깨부수고
나 자신을 제일 많이 괴롭히며 소속과 집단을 계속 떠돌면서 SOS를 친다.
언어를 앗아갔다.
입밖으로는 말이 안 나온다.
그래서 나는 쓴다.
쓰는 거조차 되지 않으면 정말로 나는
가슴이 답답해서 자살 같은 혼자 하는 사고가 아닌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를 것만 같다. 이를테면 J가족들을 죽인다는.
요즘은 기억력도 나빠지고, 글을 읽는 게 어려워졌다. 문해력이 아주 나빠졌다.
문장을 몇 번이고 읽어야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나마 일상에서 사람답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읽고 필사하고 일기 쓰는 것인데 이것마저도
점점 힘들어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간다. 주치의 선생님께
기억력도 안 좋아진 거 같고, 손떨림이 너무 심해졌다고 하니 약물 오남용을 하면 뇌기능이 저하되며, 기억력 문제, 여타 인지 기능의 퇴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약물오남용 문제로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야 하는 병원을 4일에 한 번씩 가게 되었다.
그게 싫으면 입원을 하라는데 그게 더 싫어서
그냥 병원을 간다 너무 싫다.
어쩌면 J가족들의 영향도 있는 거 같다.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고, 나처럼 아프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내 몸이라도 망가뜨리는 거 같다. 우울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포기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왜 사느냐 물으면 그냥 산다라고 해서
나도 그냥 살려고 해 봤는데
그냥 사는 게 왜 이리 힘든 건지.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면 삶의 의지가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숨을 쉬는 게 죄인 거처럼 느껴지는데.
죄책감은 깊고 집요한 감정이라고 어디서 봤는데 나는 지금 엄마아빠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
이러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나도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J 때문인 건가
요즘은 밖이 아니라 집에만 있어도
오한, 메스꺼움, 수전증, 빈번하게
뒷목으로 올라오는 불안감을 겪는 일이 많다.
손떨림이 심한 날엔 볼펜을 잡고 일기를 쓰기가 힘들어서, 핸드폰 메모장에 써두고
나중에 일기장에 옮겨 적는다.
아침이 오고 밤이 찾아오고 다시 아침이 오는 게 살인적으로 느껴진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분주한 날이 있다.
잠도 안 자고 밤새면서까지 몇 시간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닦고, 쓸고, 또 닦고를 반복한다.
특히 화장실 청소를 병적으로 한다.
그리고 샤워하고, 필사를 쉬지 않고 한다.
1분 1초를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 밥도 많이 먹는다.
라면을 3개씩 끓여 먹고, 돈도 없는데 통장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는
남은 음식은 다 버려버린다.
롤러코스터처럼 역동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다가 아주 오래전부터
고도도 모를 곳까지 끌려 올라갔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내동댕이 쳐지는
그런 일상이다.
또 어떤 날은 침대에서 몇 날 며칠을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지낸다.
음식도, 물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마치 식물인간처럼 듣고 볼 수는 있지만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상태.
아빠는 어떻게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거지?
그날그날을 투신하며 살았겠지?
발끝에 절벽을 메단 채 살았던 아빠는 그 방법이 전부였겠지 엄마도 마찬가지고.
나의 삶들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그 결말은 뭘까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너무 억울하고 외롭고 서럽다
입원이 무슨 소용인가 치료가 도움이 되나
도망가고 싶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저 멀리로.
자꾸만 내 몸을 망가뜨리고 싶단 생각만 한다
칼을 쥐고 있는 모습이 구체화되고 실현된다.
칼을 들고, 손목을 긋고, 목과 배를 긋는 모습을 상상하고 손에 힘을 빼고 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힘을 줄 수가 없다. 칼날을 꽉 움켜쥐면
찾아올 고통이 아직은 겁이 나나보다.
당장은 칼날 없는 손잡이만 쥐고 있는 것이
덜 아프니까, 그나마.
2주에 한 번씩 정신복지센터에 가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4시간에 한 번씩 낯선 사람과 전화통화를 해서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말해야 한다.
4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병원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싫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나는 완전히 고립될 거 같아서 최대한 그것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나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
상처를 꺼내보아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병원에 찾아가는 것이
J말대로 나를 더 환자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간다.
그래서 나도 병원에 간다.
그런데 사실 나는 치료를 받기 싫다 이대로 그냥 미쳐서 죽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무엇 하나 녹록지가 않다.
무엇 하나 내 인생에 온전한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나 말고도 모두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 많고
정말 알 수 없는 사람 사는 일들이지만 죽지 않고 이렇게 생존하고
병원 가고, 교육받고, 생존신고하고 하는 것들이
나는 참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매일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외치고 또 외치고,
나 자신을 해치는 인간인데
나를 도와주는 소속과 집단의 SOS에게는 또 감사하게 생각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인생은 형벌 같기만 하고 하루하루 불속에서
타들어가는 것만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