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살유가족으로, 양극성장애와, 극심한 불안장애, 불면증, PTSD, 자해중독,
그리고 잇따른 자살시도 끝에 자살고위험군으로
정신병원에 총 11번을 입원했다.
지금 이 기록은 정신과 폐쇄병동에 처음으로 입원했던 기록이다.
응급실에 잠시 있다가, 간호사와 함께 나는
휠체어를 타고 부축을 받으며 어디론가 향했다.
철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하나 더 세워지는 느낌이었다
가자마자 소품검사를 했고, 들고 갈 수 있는 건
일회용 목욕용품,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것만 허용됨) 노트 한 권이 다였다.
볼펜도 허용되지 않았다 자해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몰래 투폰으로 핸드폰을 소지하고 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금속탐지기로 몸을 탐색했다.
나는 병원복으로 갈아입었고, 1인실로 향했다.
복도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곳에서는 시간도, 감정도,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창문은 열리지 않았고, 바람 대신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방 안을 떠다녔다.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 목소리와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식사 시간이었다.
나는 밥을 먹지 않았다.
약 먹을 시간이라는 말이 들렸다.
복도로 나갔다.
이미 몇 명의 환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 줄 끝에 섰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약을 받아 입에 넣었다.
물과 함께 삼켰다.
간호사가 말했다.
"혀 보여주세요."
나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약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복도 로비에는 탁구대가 있었다.
텔레비전도 켜져 있었다.
책 몇 권과 보드게임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탁구공이 튀는 소리가 가끔 들렸다.
텔레비전 소리도 멀리서 흘러왔다.
나는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가 조금씩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 문은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잠깐 나가고 싶어도
누군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나는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이 천천히 몸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조용히 나를 둘러싸는 것처럼.
그날 처음으로
나는 여기에 갇혀 있다는 감각을 알게 되었다.
탁구대 앞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아주 재미있게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탁구공이 탁, 탁, 하고 가볍게 튀었다.
소파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창가 쪽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창문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쪽에 서서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여기 들어오게 된
어떤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이곳에 조용히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쪽에 서서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이곳에 조용히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처음이에요?"
"..."
내 옆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적었다
그녀는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다시 로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 처음 온 사람들은
다 그렇게 서 있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 앉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엔 다들 그래요.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서."
탁구공이 탁, 하고 튀는 소리가 들렸다.
텔레비전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물었다.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어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아주 조용히 말했다.
"그건... 아무도 몰라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탁구공이 튀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탁, 탁, 탁.
공이 바닥에 떨어지면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공을 주워 들었다.
소파에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를 묶지 않은 채
항상 같은 자세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눈은 화면을 향해 있었지만
정말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창가에는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거의 매일 같은 자리에 서서
창문을 바라봤다. 창문은 조금도 열리지 않았다.
그저 오래 바라보기만 했다.
복도 끝에는 나이가 많은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가끔 혼자 중얼거렸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잘 몰랐다.
하지만 누가 어디에 앉는지
누가 언제 복도를 걷는지
그런 것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모르면서도
같은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누군가 크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나는... 여기 세 번째예요."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앳된 얼굴인데.
10대였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처음엔 잠을 못 자서 왔고."
손가락 두 개를 접히며
"두 번째는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또 하나가 접혔다.
그녀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이번엔.. 그냥 버티다 버티다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녀는 웃는 것 같았지만 웃는 얼굴은 아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나를 한번 바라봤다.
"언니는 왜 왔어요?"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다가
대답했다.
"죽으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왔어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거의 다 자살시도하다가 온 거예요."
어느 순간 죽음이 나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가 되어있었다
부모가 남기고 간 죽음이 내 안에서 아직도 숨을 쉬고 있었다.
이틀 동안 나는 양치도, 씻지도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정말 힘든 노동처럼 느껴졌다.
둘째 날, 생리가 터졌는데도, 속옷이 그대로 젖어 바지에 묻었는데도
나는 누워있었다. 화장실에 가야 할까 봐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은 닿지 않았고,
바람은 들어오지 않고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셋째 날, 나는 2인실로 옮겨졌고, 넷째 날, 나는 보호실로 들어갔다.
보호실에 갔던 날, 나는 복도에서 무너졌다.
소리를 질렀고
머리를 뜯었고,
가슴을 내리치고, 책을 던지고, 주먹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말리던 간호사의 팔을 나도 모르게 밀어내며 간호사도 다쳤다.
나는 보호실로 끌려갔고, 손과 발이 묶였다
몸이 고정되자 나는 더 크게 발악했지만, 링거가 꽂히는 순간
나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날, 나는 마음속으로 물었다
공간이 내 몸보다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나를 접어서, 구겨 넣듯이 그 안에 맞춘다.
아프다.
그래도 숨을 쉰다.
또 숨을 쉰다.
다시 1인실로 돌아왔는데,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고 있으니 간호사가 들어와서
주사를 놔줬다. 그 주사는 내가 맞아본 주사 중 가장 아팠다.
시간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7시에 눈을 뜨고,
8시에 밥을 먹고,
얼마나 밥을 먹었는지 체크를 받고, 젓가락숟가락은 무조건 반납한다.
그것마저 자해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식판을 들어
머리를 내리쳤다.
반찬과 밥은 난장판이 되었다.
나는 여러 번 머리를 내리쳤다. 힘껏, 여러 번.
그 순간 나는 미친 것이 아니라
이미 끝까지 삶에서 밀려난 것처럼 느껴졌고,
더 이상 미칠 곳도 없어서 그저 끝내고 싶었다.
나는 또다시 보호병동으로 갔다
손목에 수갑이 다시 채워졌다.
링거,
잠.
깨어나면 다시 같은 하루였다.
용기를 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다
나는 계속 핑계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로 부서질 것 같아서.
나는 자라지 못한 채 버티고 있었다.
마른 줄기 위해 철없이 붙어있는 푸른 잎처럼.
나는 병원에서 계속 울었다.
울음은 슬픔을 녹이는 장치라고 들었지만, 나는 울수록 더 무거워졌다.
이제는 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아픈지도 모르겠고.
오히려 편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게 삶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옥인데.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불안은 갑자기 밀려와 목을 조른다.
나는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채 내 몸을 붙잡는다.
칼을 쥐는 상상을 한다.
목과 가슴을 향해 조용히 방향을 잡는다.
그 장면은 점점 또렷해진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쓰지 않으면 정말로 무너질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직은 쓸 수 있어서.
모든 게 슬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