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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Jan 05. 2023

강아지만 왔다 갔다.

- 미국 주택시장_심리와 가격의 괴리

 안녕하십니까. 투자하는 이들에게는 이제 식상한 말이지만 '22년은 40년 만에 부활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의 해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달러화 등 몇몇 자산을 제외한 각종 자산들의 가격은 '21년 대비 급격하게 하락하였습니다.


 최근 각종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Peak-Out을 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하게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애매한 상태에서 더 끈적하게 버틸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긴축의 영향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또한 강해지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 지표, 정책들이 나올 때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대중들과 전문가들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정말 변덕스럽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은 시장이지요.


 결국 시장이 변덕스럽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당장 결과가 그렇기도 하고 과거 사례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위기들이 시장을 더욱 떨게 합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각종 경고들을 들으면, 뭔가 터져도 큰 것이 터질 것 같습니다.


 자산시장에서 심리라는 것은 참 묘합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많은 부정적인 지표들은 묻히고 앞으로도 계속 상승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상황이 꺾이면 다시 모든 긍정적인 지표들은 생각 없는 상승론자의 헛소리가 되어 버리고, 시장은 끝도 없이 추락할 것만 같습니다.


 물론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많은 우려들은 일견 합리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은 투자의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심리와 공포가 너무도 앞서 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이러한 심리와 가격의 괴리가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표로 <미국의 주택시장>과 관련된 지표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불안에 떨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


(1) 첫 번째는 전미주택건설협회의 주택시장지수입니다. 현재 및 미래 단독주택 판매의 상대적 수준 및 미국 내 약 900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하는 지수로, 50을 넘을 경우 미래의 주택 판매 전망이 낙관적임을 의미합니다. (출처 : Investing.com / 최근 5개년)

  보시는 바와 같이 2022년 초부터 심리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현재 30 정도니 거의 코로나 시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군요. 미국 주택시장의 미래 전망 심리가 매우 좋지 않으니 관련된 기업들 (예를 들어 모기지 금융사, 건설사, 건자재 및 건설기계 관련)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겠군요.


(2) 이렇게 심리가 바닥을 기는 원인은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론) 금리의 급상승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미국 모기지 론 분야의 최대 금융기관 Freddie Mac은 모기지 이자율이 1% 증가 시 주택 가격 상승률이 4%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역시 거대 금융기관인 J.P Morgan은 조금 더 부정적으로 6% 하락을 예상하였군요.  

 위 자료는 미국의 30년 모기지 론 금리입니다. 최근에 조금 꺾이기는 했는데 '21년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금리 인상만 봐도 심리에 부정적인데, 긴축이 가져올 경기침체까지 생각한다면 주택경기 관련 심리가 저렇게 꺾인 것도 이해가 갑니다.


(3) 그에 따라 미국의 기존주택판매 및 신규주택판매 지수 또한 저조합니다. 아래는 12월에 발표된 11월 기존, 신규주택판매 지수입니다. (기존주택판매는 백만단위, 즉 가장 최근 지표는 4백만 호, 신규주택판매는 천 단위, 즉 가장 최근 지표는 60만 호입니다.)


 두지표 모두 코로나 당시 시점까지 지표가 내려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규주택판매 지표는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일까요? 애매합니다.) 즉 심리가 좋지 않고 그에 따라 거래량도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그런데... 심리가 너무 앞서간 것 아닌가요?


(4) 아래 지표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입니다. '22년 12월 27일 발표된 '22년 10월 주택가격지수인데, 다른 지표와 같이 5년으로 했다가 너무 특징이 없어서 최대치로 확장해 보았습니다.

 주택가격지수 절대치는 '22년에 꺾였습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꺾였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양입니다. 코로나(2020년)는 아래 연도를 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을 정도고 (오히려 그 이후 급상승만 보이는군요) 그나마 좀 눈에 띄게 내려간 시점이 바로 2008년에 그 난리가 났던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입니다. 지금 보면 아주 평온하게(?) 지나간 것 같지 않나요?


 전년비로 봐도 '21년 전년 대비 약 20% 상승했던 YoY 상승률이 10%대로 내려온 수준입니다. (정확하게 YoY는 9.8% 상승입니다.) 역시 전년대비 주택가격이 하락한 시점은 2008년 ~ 2012년 정도의 (지나가보면) 짧은 기간뿐이군요.


 즉 미국 주택시장의 심리가 좋지 않고, 거래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가격은 크게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하여 앞에서 소개한 Freddie Mac의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본 번역 내용은 2022년 7월 27일 자 KOTRA의 경제통상 리포트에서 가져왔습니다.)


3.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물론 금리인상의 효과는 인상 후 몇 개월 뒤에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도 처음에는 보유자들은 버팁니다. 하지만 신규 매입자가 줄어들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고, 점점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주택가격이 내려가면서 항복 물량이 시장에 나오게 되지요. 보통 금리 상승과 주택 가격의 하락 사이에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고 하니,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상승이 시작된 '22년 하반기의 영향이 가격에 반영되려면 '23년 초의 지표를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23년 지표는 YoY는 '22년 대비 (-)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대치가 얼마나 내려갈지가 관건이네요)


 그런데 여기서 감안해야 할 것은 11월의 주택착공 및 건축허가건수입니다. 아직 코로나 시점까지 꺾이지는 않았지만, 심리가 좋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두려움이 겹치다 보니 둔화세가 눈에 띕니다. 이 수치 또한 심리와 가격이 꺾이면서 점점 하향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미국의 금리 인상도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조금 성급한 사람들은 내년 중/하반기에는 금리 인하까지 점치고 있고,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5%~5.5%로 현재 4.5% 대비 상승 예상치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러면 늦어도 '24년에는 금리의 영향력이 감소하기 시작할 텐데, 이것이 위에서 본 공급감소와 겹치게 된다면 주택가격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떨어지리라는 것은 아직은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가장 먼저 보았던 주택시장지수(주택시장의 심리)를 가능한 최대치로 확대해 본 자료입니다. 간단하게 눈으로 봐도 현재보다 이 심리가 확실히 아래까지 내려간 기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 밖에 없군요. 투자의 세상에서 예측이라는 것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심리가 가격에 선행한다고들 한다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 버리면 솔직하게 심리가 너무 극단적으로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지표와 비교한다면 매우 평탄한 가격지표 대비 심리지수가 얼마나 쉽게 큰 폭으로 요동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KOSPI 내 각 기업들의 2022년 주가만 보면 기업들이 돈도 제대로 못 벌고, 막 적자가 심하게 나고, 당장 망할 것처럼 휘청거릴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수가 고점대비 30% 넘게 빠졌으니, 개별 기업 기준에서는 50%~70% 빠진 곳도 수두룩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막상 연간 실적을 보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아직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굵직한 기업이 넘어간 사례도 없고요. (물론 이 점은 앞으로 1년 정도는 두고 봐야 하지만요)


 4. 주인은 걷고, 강아지는 뛰고 


 어떤 이는 인류가 진화하면서 위험과 손실에 민감한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집단과 기술을 익히지 못한 인간은 매우 약한 생명체이므로 위험과 손실에 둔감한 개체는 자손을 남기지 못했고, 우리의 DNA에는 조심스럽고 위험에 예민한 선조들의 유전 정보가 이어져 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비관론이 DNA로 이어져온 것이라면 수십 년 ~ 백 년에 불과한 자산시장 성장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에서 비관론자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인기를 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심리는 변덕스럽지요. 전설적인 과학자인 뉴턴 또한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예측할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씁쓸하게 주식시장을 떠났지요. 하지만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인간의 심리가 가져오는 공포와 탐욕을 이해하고 이를 잘 자제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때로는 무심할 정도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전 시대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과 경제를 산책 나간 사람과 강아지의 관계로 비유하였습니다. 사람은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갑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허락하는 범위 한에서 주인의 앞으로 빠르게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다시 뒤로 또 달려갔다가 돌아왔다가를 반복합니다. 물론 주인의 곁에서 얌전히 같이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눈을 돌리면 어느덧 길가의 꽃을 보면서 코를 킁킁거리면서 멈춰 있거나, 길 옆의 비둘기를 쫓아다니는 강아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금세기의 뛰어난 투자자 하워드 막스 또한 시장은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경기 추세를 따라간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이고 시장은 추세선에 붙는 경우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추세의 극단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시장의 변동성에 경악하고 불안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시장의 속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몇 가지 지표만 가져와서 단언하는 것은 코끼리의 털 하나를 뽑고 코끼리를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사례를 가지고도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기 지표가 좋게 나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될 것입니다. 만약 나쁘게 나오면 경기 침체에 떨게 되겠지요. 주택심리를 보면 대중과 언론은 앞으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을 더 없는 멍청이로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주택가격을 보면서 어쩌면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시장은 앞으로도 한결같이 계속 변덕스러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이 불확실한 투자시장에서 몇 가지 되지 않는 확실한 진리겠지요. 그럼 이 글은 이 정도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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