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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Jan 24. 2023

개와 늑대의 시간

- 미국 주택시장, 그리고 샤워실의 월스트리트

 지난번 글에서 우리는 미국의 주택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상태와 실제 가격 지표의 방향이 매우 차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택 시장에 대한 심리는 경제위기 상황 수준으로 나빠졌지만, 막상 가격 지수는 크게 빠지지 않은 모습을 보았지요. 이것은 자산 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산책을 가는 강아지가 주인의 앞과 뒤를 왔다 갔다 하듯 심리는 변덕스럽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은 법이지요.


ttps://brunch.co.kr/@d49f624066694e7/57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자산시장의 심리가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상태로 바뀐 2022년에도 미국의 주택 시장이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다시 한번 봅시다_양극단의 심리와 가격


 본격적인 글을 쓰기 전에 이전 글의 주요 핵심을 Remind 해보겠습니다. 아래 표의 왼쪽은 미국의 주택시장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주택시장에 대한 심리입니다. 2022년의 경우 그 심리가 2021년 대비 극단적으로 추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가 나빠지는 속도만 보면 2020년 코로나와 비슷한 수준이군요. 공개된 약 40년간의 지표 중에서 이보다 심리가 나쁜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심리만 보면 미국의 주택 가격도 금방 떨어지고, 폭락, 붕괴, 참사, 역대급 같은 단어가 언론을 장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위의 표의 오른쪽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매우 평온합니다. 2022년에 조금 꺾인 것 같기는 한데 멀리서 바라보면 별 티도 나지 않습니다. 심리가 극단적으로 나빠진 2022년, 2020년의 코로나 시기,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 시기를 보아도 가격지수만 봐서는 크게 빠졌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2. 대체 이유는 무엇인가?


(1)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의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 비율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경우 모기지 대출(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것입니다. 아래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경우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약 98.9%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1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기 때문에, 다수의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현재의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보다 꽤나 낮은 부담으로 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Report에 이 부분을 조금 더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 가져와 보았습니다. (자료 출처 :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_2023.1.3 일자_Fed Watcher Report) 아래의 자료에서 노란색 선은 미국의 미상환 모기지 중 금리 4% 이상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냅니다. 아래와 같이 그 비중은 약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아래의 자료는 2023.1.4 일자 메리츠 증권의 전략공감 Report (이승훈 애널리스트님) 자료에서 가져온 미국 모기지 대출자들의 신용점수 자료입니다. 가장 진한 회색 부분이 신용점수가 높은 우량 차주를 의미하는데, 2021년 및 2022년을 봐도 과거보다 그 비중이 꽤나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급격한 자산 시장의 하락으로 많은 이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보다 더 강력한 충격인 1997년 IMF사태가 많이 회자되었지요.) 하지만 미국에서 2008년과 같은 모습의 금융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컫는 다른 용어가 바로 'subprime mortgage crisis'였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즉 subprime 단계의 차주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모기지 대출이 실시되었고, 감독당국의 무관심과 금융기관의 탐욕에 따라 이들 대출을 기본상품으로 한 각종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졌습니다. 부실한 모기지 대출이 금융위기의 단초가 되었음을 생각한다면, 2022년 발생한 상황은 그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금융안정성에 대한 내용은 제가 7편에 걸쳐 올린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글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정리를 못한 서울, 전국 아파트값 가격 지수_한국부동산원, KB시세_정보 외에는 대부분의 관련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2) 미국인의 주머니는 아직도 두둑하다!


 그리고 미국 주택시장을 지탱하여 주는 두 번째 요소는 미국인들의 주머니가 아직도 두둑하다는 것입니다. 역시 위에서 본 메리츠 증권의 23.1.4 일자 Report에서 해당 부분을 따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증권사의 Report에는 정말 좋은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위 자료는 미국의 가계가 과거 20년간 저축속도를 계속 유지했을 경우와 코로나 이후 급증한 부분의 차이를 통해 추정한 자료인데, 2022년 11월 말 기준 약 1.3조$의 초과 저축액이 아직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과거 소진 속도로 역산했을 경우 소진에는 약 1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네요.


 미국의 가계자산/부채 증감 자료를 보더라도 코로나 이후 미국 가계에서 요구불 예금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강해진 상황에서 소비의 왕국으로 불리던 미국 또한 저축을 도외시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이러한 초과 저축은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도 소비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3) 미국인의 소득 또한 크게 줄지 않는다!


 아래는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자료입니다. (max 기간으로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2020년 코로나 기간이 월등하게 높다 보니 나머지 기간은 유의미한 변화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지난 2년간 꽤나 낮은 수준으로 유지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계속 예측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익숙한 표현이지만, 현재 미국과 전 세계는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2022년 1월 0.2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4.5%까지 급상승할 정도로 급격한 긴축을 진행하였지요.


 일반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급격한 금리의 상승은 경기 위축을 부르게 됩니다. 조달 금리가 비싸지면 기업은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개인들도 주택 구매를 미루거나 투자를 하던 돈을 저축으로 돌리게 됩니다.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도산하고,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관련된 전후방 산업도 위축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실업률도 올라가게 되고, 위에서 본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늘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중앙은행과 자산 시장은 여전히 강한 고용 지표 때문에 오히려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그 이유를 자세하게 고민하는 것은 본 글의 본의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간략하게 몇 가지 이유만 다루겠지만, 여하튼 결과적으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것은 역시 미국 주택 가격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 미국 고용시장 강세의 아래 배경은 아직 정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각각 합리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는 요인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래의 배경들이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1) 트럼프 정부 시절 반이민정책의 영향으로 저임금 노동력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앞에서 언급한 고령층 외) 자산가격 상승, 육아 관련 인프라의 회복이 늦은 것에 따른 저소득층 여성의 미복귀 등 코로나 impact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투잡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실제 증가하는 일자리가 근로자 수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고용 시장의 질적 측면에서는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4) 요즘 빅테크 업종의 정리해고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고 잉여 자산이 많은 이들 해고자들이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비중은 아무래도 저임금 근로자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짧은 고민


 위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한 인플레이션 → 긴축 →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고리의 논리구조는 직관적이고 합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현재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승리로 이어지더라도, 그 여파가 남아서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자산시장에 2차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2022년에는 굉장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2023년 현재도 이 주장이 여전히 다수 의견입니다.) 


 결국 2023년 이후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자산 시장 하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계속해서 대세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 경기 침체가 와서 어쩔 수 없는 금리 인하이기 때문에 자산 시장에 좋지 않다는 의미로 이해가 됩니다.


 저 또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의 바로미터로 말해지는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한 지도 꽤 되었습니다. 미국의 GDP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었고요. 각종 제조업, 서비스업 지표 또한 침체의 시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 통상적인 경우면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합니다.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만큼 변수도 많고 자금 회전율도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1년짜리 채권의 금리가 4%인데, 10년짜리 채권의 금리가 3%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2년 정도 뒤에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고 한 4년~5년 정도 뒤에는 채권 금리가 한 2%로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몇 번의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은 90% 이상의 확률도 경기침체가 뒤따라 왔었지요.


 또한 침체의 향기가 오기만 하면 (실제 침체가 오기 전에) 기업은 당연히 투자를 줄이게 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실제 침체가 오지 않더라도 경제 주체들은 미리미리 사전 대응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 주체들의 움직임 자체가 또 경기 침체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이 경제의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지요.


 그런데 아직 미국에서 경기침체의 결정적인 지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한 기업들 중에서 무너진 곳은 없습니다. 실업자가 급증한 것도 아니고, 대출 부담으로 주택들이 줄경매를 맞은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최소한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위의 주택 관련 지표에서 보듯이 2008년과 같은 방식의 문제는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기준금리와 주가가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사례도 있지만,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사례도 분명 존재합니다. (출처 : 23.1.25 DB금융투자_강현기 애널리스트님 Report 참고) 자산시장이라는 곳은 당연히 수학 공식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법칙은 경험칙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통념상의 우려와 같이 기준금리와 주가가 정(+)의 관계를 보이겠지만, 현재의 상황이 동일하게 반복될 것인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이번 사례가 반드시 역(-)의 관계를 보일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 사실  system risk는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무엇인가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금 우리들이 보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분야에서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서는 보수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지요.)


 아래는 미국의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미국 경제 연구소)에서 발표한 경기의 정점과 저점에 대한 몇 가지 지표입니다. 해당 기관은 1920년에 설립된 미국의 권위 있는 연구 기관으로 미국 내 Recession의 시작과 끝을 규명하는 역할로 유명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저명한 (이 기관에는 다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등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기관에서조차 경기의 정점과 저점을 판단하는 것은 '지나 봐야 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2022년 갑자기 찾아와 우리를 너무나도 무섭게 하였던 인플레이션도 조금씩 잡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및 여타 고용지표 (실업률, 구직건수 등)이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3년 1월 자본 시장에 작게나마 온기가 들어오는 것은, 각종 물가지표 (CPI 및 PPI 등)가 피크아웃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외에도, 시간당 임금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미국 고용시장이 강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는 줄여주지만,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져오게 합니다. 급여가 올라가고 그 올라간 급여가 소비를 늘리고 서비스 물가가 올라가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지요. 하지만 그 시간당 임금도 조금씩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등으로 일자리를 떠났던 사람들도 조금씩이나마 다시 돌아오고 있고요.


 이러한 지표들은 시장에 작은 희망을 주게 됩니다. 긴축의 결과로 강력한 경기침체를 각오했는데 아직까지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 잡히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조금씩 인플레이션을 잡을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즉 어떤 것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상상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나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장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지요.


4. 개와 늑대의 시간


 프랑스에서는 황혼을  ‘L'heure entre chien et loup(개와 늑대의 시간)’라고 한다고 합니다. 굉장히 서정적인 표현이네요. 밤의 짙은 푸른색과 낮의 짙은 붉은색이 만나는 시간에는 저 멀리 보이는 실루엣이 안전한 개인지, 위험한 늑대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것에서 이 시간을 이렇게 부르곤 하네요.

 

 지금의 자산 시장 또한 감히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다가오는 것이 목장을 지키던 개라면 우리는 친근하고 든든한 친구와 함께 산책도 하고 사냥도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다가오는 것이 늑대라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굉장히 많은 투자자들이 움츠리고 있는 시간입니다.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 또한 (개인지 늑대인지) 분명 해지는 시간을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대세이지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힐 것인지는 2023년 3월 이후 (이때가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한 단계 더 심화된 시기입니다.)가 되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 주춤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이 부분에서 강력한 수요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경기 침체가 과연 올 것인지도 역시 2023년 3월~6월 즈음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움직임이 멈춘(대략적으로 기준금리 5~5.5% 사이) 시점이 넘어야 윤곽이 나오겠지요. 당장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도 잘 넘겨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르게 전통적으로 미국은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중이 꽤 높은 편이기는 했습니다.)


 어떤 지표들이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를 줄여주더라도, 그것이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살리는 촉매가 되기도 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지요. 그래서 요즘의 시장은 하루는 어느 지표에 환호했다가, 다음날은 바로 그 지표 때문에 우울해합니다. 

"오늘 월스트리트에서는 금리 인하 소식이 주식시장을 상승시켰지만,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리라는 예상이 나와 다시 시장은 하락하였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부진한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인식이 다시 시장을 상승시켰고,
이에 경제가 과열되어 금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시장은 결국 하락하였습니다."

(하워드 막스 저_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144p 이하)


 위에서 제가 작은 희망을 찾았다는 표현을 했지만, 그 희망은 매우 좁고 거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의 글에서 보았듯이 투자의 세상에서 때로는 심리가 실제 가격을 넘어 극단적으로 반영되는 사례가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경기침체라는 표현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경기침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아래와 같은 사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의미에서는 성장은 하되 전년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경우, 0%대의 미미한 경기 성장과 후퇴 등도 경기침체의 범주에 포함합니다. 반드시 경기침체가 1997년의 어느 날과 2008년의 어느 날과 같은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투자를 하다 보면 꽤나 자주 개와 늑대의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투자의 세상은 너무나도 불투명하고 불공평하고 위험한 험로로 가득 차있다.'라고 불평을 하곤 하지요. 하지만 (역시 제가 자주 인용하는) 전설적인 투자자인 고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의 세상이 확실하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최근에 브런치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 글은 우량주를 수십 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분할하여 꾸준히 매수했던 방식만으로 성공한 투자자의 이야기를 다룬 글입니다. 본 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투자의 세상에서 버티기 위해서 항상 기억하면 좋을 아래 표현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아래 표현은 책에 있는 표현을 약간 더 각색하여 제가 만든 표현입니다.)


당연히 로널드 리드가 살았던 시절은 미국의 고도 성장기 (그 사이에 세계 제2차 대전과, 몇 차례의 석유 파동과, 베트남전 및 걸프전을 포함한 몇 차례의 전쟁과, 쿠바에 소련의 핵 미사일 기지가 설치될 뻔한 일이나, 1987년의 Black Monday와 2000년의 닷컴버블 붕괴, 2001년의 9.11 테러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앞의 사례들을 포함하여 공식적으로 인정된 1950년대 이후의 11차례의 Recession 기간 등을 제외한다면 매우 매우 평화롭고 순조로웠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https://brunch.co.kr/@d49f624066694e7/52


#다음 글은?


-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는 것입니다.

- 일단 저는 기존에 올린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system risk가 일반적으로 언론이나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높지 않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 그리고 해당 내용에 이어서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KOSPI 시장의 믿을 만한 구석에 대하여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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