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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Dec 27. 2022

연말의 끝을 잡고

'2022년'에 대하여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특유의 들뜨고 설레는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한 해는 코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다. 매년 연말만 되면 '올 한 해도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구나'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체감하며 다가올 내년을 기대하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조금이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뒤숭숭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한 해를 향한 설렘과 올해에 대한 아쉬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 양가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연말 루틴을 통해  해를 솔직하게 되돌아보곤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시점에 올해의 계획을 돌아보며 한해를 회고하기


(크리스마스가 지나야 비로소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고, 평소와 같은 차분한 일상을 마주할 수 있기에 반드시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에 올 한 해를 돌아보는 편이다.)




매년 신중하게 고른 다이어리 가장 앞부분에 항상 올해의 계획 몇 가지를 세우는데, 거창한 계획보다도 의외로 소소한 것들을 위주로 적어둔다. 이를테면 내가 올해 무조건 지키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또는 꼭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추려서 10가지 이내로 이다. 올해 내가 어떤 것들을 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혼자 정리하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나의 연말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새해 계획 세 가지



거의 일 년 만에 그 페이지를 펼쳐보니 간단하게 일곱 개의 계획들이 적혀있었다. 그중 두 가지는 실패했지만 세 가지는 성공했고, 나머지 두 가지는 냉정하게 반만 성공했다고 하겠다. 완전히 실패했던 계획은 조금 더 구체화시켜서 2023년에는 꼭 이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절반만 실행한 계획들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웠지만 어째서 지키지 못했는지 이유들을 곱씹어봤다. 성공한 세 가지 계획들을 보면서 '그래도 한 해를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하는 생각에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다이어리를 덮고 문득 드는 생각.

'2022년은 어떤 해였지?'

나에게 2022년은 일곱 가지 새해 계획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해였다. 이밖에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아 다사다난한 해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하필 제일 나쁜 선택만 골라서 한 것 같아 지난날을 후회하곤 했다. 자책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 사실 최악의 선택들은 아니었다.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고, 오히려 잘 된 거라는 일들이 많았다. 잘 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에 데려다주듯이 말이다.



올해 나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와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몸소 배웠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더 확고해졌으며, 가까운 곳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변화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 물론 상처받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 덕분에 쉽게 털어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우리가 못 만난 사이에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그런 해였다.







나의 연말 루틴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동력 삼아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다이어리를 펴놓고 고민하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계획의 절반이나 실천한 2022년을 보냈듯이 2023년에도 최소한 계획한 것의 반 이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를, 새해 초의 마음가짐을 부디 연말까지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연말에 추억할 거리들이 많아 유독 기억에 남는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심 에세이. 매주 키워드 또는 문장에 대한 짧은 글 한 편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누자. 혹여 중간에 멈추게 되더라도 언제가 되었든 또다시 글을 써보자.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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