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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Jan 08. 2023

커피를 끊을 결심

아프고 나서야 깨닫는 것

새해부터 몸 상태가 별로 안 좋더니 결국 위염이 또 도졌다. 유전적으로 위가 약한 편이라 몇 년에 한 번 꼴로 이렇게 위염에 시달리곤 했는데 새해부터 아프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새해 계획 중 하나가 건강 관리하기였는데 말이다.) 병원에 가봐야 될 만큼 통증이 심하진 않아서 집에 있는, 위에 좋다는 약 두 알을 임시방편으로 털어 넣었다.



'이번엔 뭐가 또 문제였을까'



장이 꼬이는 듯한 통증이 시작되기 전날 새벽, 출출해서 매운맛 과자 한 봉지를 먹었다. 몇 달 전부터 하루에 최소 두 잔의 커피를 거의 매일 마셨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말이라는 핑계로 술을 마시는 자리도 잦았다. 과식, 카페인 그리고 음주. 위염은 온전히 건강하지 않은 나의 식습관 때문이었다. 놀랍지도 않은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 달리 뾰족한 수가 있나?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운동하는 것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항상 실천이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한번 아프고 나면 실천하는 게 훨씬 쉬워진다. 다시는 이 고통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한텐 명치 쪽을 쿡쿡 찌르는 것 같은 기분 나쁜 통증과 죽을 먹어도 소화가 안될 것 같은 심리적인 불편함 등이 이 고통에 해당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조금 멀리 하되, 위 건강에 좋다는 양배추를 다시 챙겨 먹기로 했다. 어쩌다 가끔 마시는 술도 평소보다 절주 하기로 했다.






대신 매일 마시던 커피를 끊어보려고 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카페인을 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일 챙겨 마실만큼, 커피 맛집 카페를 찾아갈 만큼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내릴 때의 향긋한 향을 좋아하고, 산미가 없는 고소한 원두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커피를 끊어보려고 한 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일상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안 좋은 습관 하나를 없애기 위해서이다.



일어나자마자 마시는 공복 커피는 몽롱한 정신을 깨워주지만 위 건강에는 좋을 게 없다. 뿐만 아니라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해 아침에 오히려 피곤한 채로 일어나게 만든다. 피로를 떨쳐내기 위해 마시는 오전의  공복 커피는 그렇게 악순환의 시작이 된다. 아예 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커피는 필수적인 마법의 포션이 아닌가. 카페인 섭취를 점점 줄여가거나 커피를 대체할 만한 다른 것을 찾아서라도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한다.








위염을 앓은 지 닷새가 지난 지금은 속이 많이 편해졌다. 죽 대신 일반식을 먹은 지도 이틀이 넘었지만, 커피는 단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커피 보다 카페인 함량이 낮은 얼그레이 티 한 잔을 마신 게 전부다. 그래서 그런지 요 며칠사이 잠드는 시간도 빨라졌고 수면의 질도 좋아졌다.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얼마나 좋아졌을까, 싶지만 속이 편해진 만큼 마음도 편안해진 건 사실이다. 당분간은 커피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드라마틱하게 눈에 띄는 이 변화가 우연의 일치가 아니기를, 꾸준한 다른 습관으로 바뀔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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