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작년 겨울, 에세이 발표할 일이 두 개나 들어왔다. 2022년 10월 말부터 시간별로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는지 계획하고 기록하며 생활+생계 루틴을 만들고 있다. 2023년 1월부터는 생활+생계 루틴에 자신감이 붙어 창작 루틴도 시작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있을까? 미움이 지배하던 정신에 희망의 불이 퍼져 전부 환해졌다.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 제각각인데, 세상이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이렇고 저렇고 생각은 미미했다. 나의 건강, 하고 싶은 일, 행복, 사랑에 집중했다.
작년 12월에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누가 정해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자유를 바랐으면서 정말 자유가 왔을 때, 수많은 경로로 열린 길들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다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은 축복이자 저주일 수도 있겠다. 이젠 남이 정해준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삶에서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작년에 H와 준민에게 고마운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의 장점을 알아주고,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그들이 말해준 나의 장점은 노래를 바로 짓고 부를 수 있다는 것과 기타를 연주한다는 것. 나는 기타를 잘 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타 연주가 내 장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부족해서 싫어졌다. 그런데 H와 준민은 내게 "음악을 잘한다"며 격려와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잘하는 부분과는 다르게 본인들이 잘하는 부분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것이지, 스스로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심, 응원을 받으니 삶과 나, 세상에 대한 사랑이 샘솟았다.
1월에는 창작 활동 루틴을 시작한 걸 기념하기 위해 <Building>을 싱글로 발매하기로 결심했다. 글쓰기 작업에도 매진했다. 주 3일이지만 2주 내내 당일 취소되는 스터디를 멈추고, 온전히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에 집중했다. +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
2월. <Building>과 글쓰기에 매진하다가 잠시 고꾸라졌다.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외부에 에너지를 많이 썼다. 책임감일까? 사랑일까? 보답일까? 내 일에서 도망치는 것일까? 그게 뭐든 이제 막 살아난 나는 나를 위해서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든 나 자신을 지키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다시 일어나 글도 쓰고, 지원 사업도 여럿 신청했다. +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
3월에도 지원사업, <Building> 음악 작업 및 뮤직비디오 작가와의 컨택, 공연 연습,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3월의 공연은 예상치 못한 감동과 행복의 순간이었다. 다른 팀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행복했고, 공연을 기획한 준민의 사랑과 존중을 느끼며 "왜 나를 이런 좋은 공연에 섭외한 거냐"라고 계속 물었다. 답정너 마음은 아니었는데, 준민이 또 "애리니까. 애리의 음악이 좋으니까."라고 말하는 걸 들어버렸다.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받아도 돼. 나도 주면 되니까! +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
4월에 리믹스 작업 의뢰가 처음 들어와서 신났다. 앨범 소개글 의뢰도 들어왔다. 창작 일 많이 하고 싶던 나를 세상이 알아주는 걸까? <Building> 작업도 마무리되어 믹스, 마스터링을 거쳤다. 오랜만에 스스로 발매를 하려니 또 머리가 복잡했다. 예전에 했던 건데도 왜 새로울까? 다시 설명서를 보고 차근차근 따라갔다. 공연 준비와 새 작업 끄적임도 시작했다.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망상 도파민에 홀려 달콤하게 지내기도 했다. 흠뻑 달콤한 생각에 젖어 반년동안 지속하던 기록도 일주일 넘게 놓고 있기도 했다. 여기서 많이 배웠다. 나의 욕망. 사랑, 음악, 명예, 돈, 복수, 베풂, 배려.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시 나를 찾았다. +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
5월이다. 여전히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지내고 있다. 올해 생일에 싱글 <Building>을 발매했다. 이미 겪어봐서 예상했던 감사함과 현타가 동시에 왔다. 예전만큼 흔들리지는 않아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스스로를 응원하기 위해 잡았던 약속.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의미 있다면 그것도 감사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배부르다.
<Building>을 함께 만들어준 mixwell, 황병준, 장영재, 3D 아티스트 꿉끼(GupGi)에게 감사하다. 교류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기뻤어요. 특히 꿉끼님은 나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내가 제공한 인형 사진 자료와 <그리고 일기가 남았다>에 썼던 냉장고 이야기, 어렸을 적 풍물부 활동을 하다 경험했던 단심줄놀이 등 나와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가져다 아트워크를 만들어주셨다. 특히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꿉끼 님은 '조력자'라는 말을 반복하시는 것으로 보아 꿉끼 님도 혹시 겪어본 적이 있을까 해서 꿉끼님의 이야기를 간단히 물어보기도 했다. 꿉끼님이 너무 좋다.
키라라는 당일 나에게 손수 만든 나물 반찬 6가지(취나물, 참나물, 방풍나물, 미나리, 치커리, 시금치)와 <밥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퀵으로 보내 주었다. 참신한 선물을 하는 친구가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떡하라는 건지 난감하다. 이렇게 참신할 자신이 없어! 하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워. 다른 친구들도 반찬, CD, 향(?), 축하 인사 등으로 축복해 줬고, 나는 만끽했다.
그런데 이번 달엔 예상치 못한 일도 있어서 당황스럽다. 똑똑하고 귀엽고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유를 꿈꾸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나는 그에게 공감하며 당신은 Activist라고 놀려대듯 말하기도 했다. 완전한 자유에는 회의적이다. 어쨌거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올해 발표될 책들에서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저번에 계속 우리가 닮았다고 했던 거 기억나?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린 똑똑하고, 귀여워."
"네가 똑똑하고 귀엽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응!"
알아 나도. 아닐 수도 있지. 장난 섞인 말을 뿌린 후, 다른 날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생일 축하 해줬잖아요. 그건 기본이죠. then thanks to the 기본.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하다.
언젠가 엄마가 준 오트밀로 식사를 준비하려다 거하게 망한 후, 오트밀을 시도하려는 마음은 저 멀리 사라졌었다. 그런데 이번 생일 다음날인 아침에 오트밀 하는 법을 배웠다. 귀여운 그가 바나나와 냉동 블루베리, 견과믹스, 오트밀을 챙겨 들고 우리 집에 와서는 그 재료를 우리 집 냉장고에 넣어뒀다는 것도 난 모르고 시간을 보냈었다.
(또) 엄마가 준 두부면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 먹어 봤는데 성공적이어서 종종 해 먹는다. 집에 있는 재료로 발사믹 소스 비슷하게 만들어 집에 있는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먹는데, 덕분에 냉동 블루베리도 추가됐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다. 너무 좋아서 벌써 슬퍼서.
남은 5월과 그리고 곧 다가오는 6월, 올해 하반기는 어떨까?
2023년 1월 1일, 사월에 제안에 따라 글을 써봤다.
대체로 잘 지키고 있다. 지키지 않아 예상치 못 하고 좋은 경험도 한다. 기쁘고 슬픈 마음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기록을 시작했는데, 아주 다사다난하고 신나게 보낸 2023년이었다. 남은 2023년도 부탁해. 언제나 모든 면에서 응원해. +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