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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일간의 동행 그리고 이별...(6)

새해에 찾아온 큰 선물 우리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되고...

"가족은 늘 조건없이 한결같다."

아버지가 아프시고부터는 휴대전화기만 울리면 나도 모르게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무슨 일이 벌어진 듯 철렁하고 심장이 내려앉는듯한 불안함이 이어지는 몹쓸 현상이 생겨 버렸다. 새해 아침부터 전화가 울린다. 화들짝 놀라 자다 말고 일어나 전화기를 보니 아버지시다. 무슨 일이시지? 어제저녁 늦은 시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아버지와의 통화를 불과 몇 시간 전에 했었고 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힘내셔서 올해는 치료도 잘 받으시고 꼭 건강 되찾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덕담을 주고받고 안부도 서로 전했는데... 새해 아침부터 예고 없는 아버지로부터의 전화가 다시 걸려온 것이다. 


오랜 시간 부모님과 큰형사이 불화가 있어 불편한 가운데 며칠 전 포항 본가에 억지로 부모님이 들어가신 뒤라 더 긴장되고 겁이 났다. 이렇게 이른 새해 아침에 무슨 일이실까? 화들짝 놀라 예! 아버지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아프신 거는 아니고요? 가족들이 깰까 봐 침대에서 일어나 얼른 작은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 따져 묻듯 전화한 용건을 캐물었다. 아니 아니 아프고 그런 거는 아니고... 말끝을 흐리신다.   


아이참! 왜 그러시는데요? 무슨 일이 신데요? 아침부터 신경 쓰이게 왜 그러세요? 

막내야! 저 그게 말이다. 예 아버지 뭔데요?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얼른! 평소 잘 쓰지 않던 막내야 하고 부르시며 말을 주저하시는 것만 보아도 뭔가 일이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왜요? 큰형이 아버지 엄마한테 잔소리라도 하고 뭐라고 합니까? 제가 지금 내려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 큰형이 어젯밤에 늦게 들어와서는 아버지 엄마를 끌어안고 펑펑 울면서 자기가 다 잘 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빌더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래서 네 엄마하고 아비는 마 어젯밤에 다 용서했다. 


네 큰형이 동생들 한테도 가족들에게도 못난 모습 보인 자신이 다 용서를 구하겠다고 하더라 막내야! 특히 다른 사람은 몰라도 1년 가까이 우리 때문에 심하게 마음고생한 막내 네가 아비는 제일 마음이 쓰인다. 아비가 대신 사과하마 미안하다. 너희 형제들 우애 있게 잘 지내게 부모인 우리가 처신을 잘했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고집을 피운 내 잘못이 크고 다 내 죄다. 염치없지만 너도 성치 않은 엄마나 아픈 이 아비를 봐서라도 큰형한테 섭섭한 마음 절대 갖지 말고 제발 풀어라. 다 용서해 줘라. 막내야!!!   


순간 수만 가지의 생각과 여러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흘러가며 사람을 바보처럼 멍하게 만들었다. 서러웠던 마음이 지난 시간들의 아픔이 먼저였을까? 그간의 맘고생과 미친놈처럼 포항과 서울을 직장과 병원을 직장상사 눈치를 보고 오가며 부모님을 돌보던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라 식전 댓바람부터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집사람이 문 앞에서 뭔 일인가 놀라 듣고 있다가 또 이런 못난 내 모습을 보고는 어깨를 만져주고 자리를 조용히 피해 준다. 


예! 아버지 그렇게 할게요.. 저는 큰형 밉지도 않고 아무것도 섭섭한 거 없어요. 괜한 걱정 마세요. 우리는 형제고 가족이잖아요. 아버지 아프신데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할게요.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어! 너 큰형 옆에 있는데 바꿔줄 테니 통화해라.. 뭐라 말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순식간에 바꿔준 수화기 너머로 참 오랜만에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큰 형님의 음성이면 족했다. 막내야 큰형이다. 형이 미안하다. 네가 아버지 엄마 서울서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 형이 잘할게! 나는 그 한 마디 소리에 예 형님! 하고 짧게 답하며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이 일순간 해결되고 정리된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쉬운 것을 말이다. 가족은 이래야 하는 것인데... 바보들처럼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아버지의 폐암말기 병환이 확인되면서 매일을 슬픔 속에 지내면서 정말 이러다 형제들과 잘못하면 의절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 가족들 걱정도 들었는데 참 가족이란 늘 옆에 있고 마음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어려서 그런지 나는 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새해 복 많이 받고 제수씨한테도 안부 전해라 예! 짧은 어색한 오랜만의 대화를 하고서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순간 긴장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한 참을 멍하니 있어야 했다. 마치 몸이 공중으로 붕뜨는듯 기분이 좋아지고 새해 아침 큰 하늘의 선물이라도 받은 듯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였다. 


큰 인생의 묵은 숙제가 하나 풀린듯한 상쾌한 기분도 들었고 2018년 새해의 기분 좋은 아침이 열려 모든 피곤함과 아침잠이 달아나 버리는 듯하였다. 집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정말 잘 됐네! 아버님 아프신데 마음이라도 편하시게 가족들이나 형제들이 다 잘 지내야지 잘했어! 잘 됐네 정말! 조만간 가족모임이라도 한 번 해야겠다! 그렇지?

 그렇게 우리 가족은 새해 첫날 다시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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