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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Apr 26. 2024

우연한 책은 없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가 보다


지난 주말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한 북카페에서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왔다. 대구 근교 청도에 위치한 '오마이북'이라는 북카페인데 식사를 할 수 있는 '오마이쿡', 머물렀다 갈 수 있는 '북스테이' 공간이 같이 모여있었다. 이번은 책 읽기가 목적이었기에 카페 공간에만 있었다.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커피 주문보다 어떤 책들이 있는지가 궁금해서 바로 직진했다.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다. '이 많은 책들을 다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궁금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 가게에 가면 장난감들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걸 언젠가 깨닫고, 신중하게 장난감을 고르는 것처럼 찬찬히 둘러봤다.


카페 라테를 우선 한 모금 마셨다. 


취향 가득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의 맛은 고소했다. 몇 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전투태세? 의 준비를 하듯 한 모금 한 모금 길게 천천히 음미했다.



나중에 읽어봐야지 했던 책들이 여기에 있는지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책을 고르고자 했다. 앉았던 자리 바로 근처에 있는 책 중 하나를 우선 집었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절판된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좋게 읽은 경험이 있어서 그 책을 첫 책으로 골랐다.


가볍게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은 메모했다.

돌다리만 두드리지 마라.
유비무환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다하라.
매일 자신을 새롭게 하라.
몇 번이라도 새롭게 하라. 내 마음이 새롭지 않고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모든 변화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가능한 것을 성취하려면 불가능한 것도 실행해야 한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유독 '변화'라는 키워드에 시선이 머물렀다. '변화'와 관련된 주제의 내용들에 공감이 이어졌다. 평소 서점에 가거나 전자책을 고를 때, '우연한 책은 없다'는 느낌을 받는 편이다. 읽는 시기에 꼭 내게 필요해서 그 책이 눈에 띄고 읽게 된다고 믿는다. 그렇다 보니 자꾸 눈에 들어오는 '변화'라는 단어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지금 내게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가...? 싶었다. 5년 후, 10년 후 멀리 내다보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조언을 시기적절하게 마주했다.



첫 책을 다 읽고 그다음 책을 탐색했다.


관심 가는 책들을 집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유독 눈길을 끈 책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변화' 키워드로 오늘 오후 독서 시간이 채워지려나? 하는 신기한 마음으로 책을 훑어봤는데 읽어보고 싶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자기계발서는 평소 자주 접해서 이 책도 쉽게 읽혔다. 빠르게 필요한 부분만 읽다가 굴러가는 눈동자를 잠시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다.


"우리는 늘 달라진다. 당신의 성격은 변했고, 변하고, 변할 것이다."


문뜩 읽으면서 머릿속 어딘가에 있던 고민이 갑자기 해결됐다. 직장인이 된 후, 내향적으로 변한 스스로를 발견하고 속상함을 느낀 시기가 있었다. 쾌활함도, 해맑음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책 속의 위 문장을 잃고, 변한 게 꼭 슬퍼할 일은 아니구나 하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읽어보다 그 새로운 생각에 곁들이면 좋을 내용이 더 나왔다.


인간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완성된', '진화한' 모습이라고 보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감정과 행동 심지어 습관과 환경이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다름에도 우리는 항상 그대로 인 것처럼 느낀다. 인간은 매우 적응력이 뛰어나다. 극심한 변화를 겪어도 신속히 그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새로운 표준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직장인의 정체성을 가진 뒤 받아들여야만 했던 환경의 변화가 새로운 표준이 되었을 것이다. 감정과 행동, 그리고 습관 여러 방면에서 달라졌다. 성격에도 변화가 생긴 것뿐이다. 중요한 건 이 또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쾌활하고 밝던 성격을 되찾을 수도 있고, 새로운 성향을 가질 수도 있다. 변하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 같기도 하고,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는 생각으로도 이어졌다.


'우리 모두는 달라진다'는 문장이 가진 힘은 큰 것 같다. 현재 모습이 지금껏 살아온 전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일지 모른다. 앞으로의 발전과 성장이 기다리고 있고, 변할 수 있다. 그런 믿음이 있다면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다.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나만의 작은 울림을 얻었다.




책 두 권을 읽고 잠시 머리를 식혔다.


집중력이 꽤나 괜찮아서 한 권 더 탐색했다. 그러다 눈길을 사로잡은 제목을 발견했다.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제목의 책이었는데 이 또한 운명적으로 끌려서 읽게 됐다. 읽으면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탄탄한 에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변화를 앞두고 있는 당신은 분명 청춘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그 일을 묵묵히 받아들인 당신은 뭐든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

불안하더라도, 해낸 것이 아직은 없더라도, 부족하더라도, 슬프고 아프더라도 그럼에도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잘하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어쩌면 신기한 게 아닐지도) 카페에서 보낸 세 시간 동안 '변화'를 이야기하는 세 권의 책을 만났다. 우연이 아닐 것만 같다. 기록해 둔 문장들은 필요해서 만났고, 좀 더 고민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카페를 나서면서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참 가벼웠다.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친구에게 읽은 책 내용을 공유했다. '지금의 내가 내 전부는 아니야'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알 듯 모를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음에는 좀 더 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보고 싶다. 다음 방문 때는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인간은 자신을
완성품이라고 착각하는
진행 중인 작품이다

-댄 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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