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리 May 01. 2024

우리는 왜 일하는가?

어느 한 근로자의 휴일 이야기


근로자의 날 법정 기념일이자 평일 휴일을 맞아 늦잠을 잤다. 근로자답게? 눈은 일찍 떴지만 열한 시쯤 몸을 일으켰다. 출근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주어졌다.


오전 일곱 시가 아닌 열한 시에 하루를 시작했다.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양심적으로 잠시 소화시킨 뒤 소파에 누웠다. 밝은 햇살에 거실 분위기는 유독 화사했다. 공기도 맑아서 열린 창문으로 깨끗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목적 없는 하루의 오전 시간은 날씨만큼이나 여유로웠다.


무의식과 감정이 전해지는 대로 행동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놔서 조금 쌀쌀해서 이불을 가져 나왔다. 창문을 닫아도 됐지만 바람 위로 포근한 이불을 덮고 싶었다. 아늑함에 나른해졌다. 그런 와중에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내게 주자'라는 오글거리는?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다짐을 지키고자 눈을 감아버렸다.


잠시 잤다고 생각하고 눈을 떴는데 오후 두 시였다.  따스함을 다소 넘은 오후의 햇빛을 가리려다 개운한 김에 잠을 깨웠다. 퇴사하고 갓생을 살아야 할 그런 부담스러운 하루는 아니기에 잘 자고 일어난 뿌듯함을 몇 초간 누렸다. 네 시 반에 예약해 둔 타이 마사지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은 여유로워서 씻고, 선크림만 바른 채 집을 나섰다.



햇살을 품은 기분 좋은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걸음걸음마다 느긋하게 하늘도 올려다봤다.




잠시 산책하다 조용한 카페로 들어갔다. 어김없이 연한 아이스라테를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가 사실 맛있어서 마신다기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좋아한다. 출근하는 아침마다 아이스라테를 마시는 데 오늘은 전자책을 읽으며 여유를 들이켰다. 급하게 마시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한 시간 정도 그 공간에 혼자 머물렀다 일어났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꼴로 타이 전신 마사지를 받는 취미? 가 있다. 마사지받는 걸 좋아해서 비용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피로가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마사지를 받는다. 80분간 뭉친 어깨와 등, 목 골고루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았다. 태국 마사지 언니분이 "딱딱해" 이 세 단어와 서툰 영어로 '컴퓨타 투 머치 노우'라고 말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게 현실이라 그저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마사지를 받는 그 시간과 시원함에 되도록이면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두피 마사지를 받을 땐 유독 시원함을 느껴서 의식적으로도 시원하다 시원하다고 몸의 감정을 되뇌었다. 현재에 집중하고자 했던 것 같다. 마사지를 받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치가 아닌 가치 있는 시간이다. 혈액순환이 잘 돼서 개운하기도 하고 관리받는 스스로를 돌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마사지를 받고 집에 와서 그대로 쉬어도 좋았지만 하루를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고자 했지만 결국 뭐라도 하는 하루가 됐다. 글에 곁들이기 위해 전자책으로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빠르게 읽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예전에 읽은 적이 있어서 부담 없이 발췌를 위한 독서를 했다.


저자는 말한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봐야 한다고. 이 책의 핵심이자 근로자에게 책 제목 그대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저자가 전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일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지도록 강한 의지로 끊임없이 노력하라.'


예전에 이 책을 완독 했을 때랑 같은 느낌을 또 받았다. 나는 이 책이랑은 맞지 않다. '일에 대한 고찰' 분야에서 이 책은 베스트셀러다. 안타깝게도 개인적으로는 답을 얻지 못했다. '나는 왜 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잠시나마 또 고민해 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도 하나의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타인의 시선에서는 좋은 곳이다. 오래 다니기만 하면 탄탄대로겠지만 내게 직장은 망망대해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란 애초에 주어진 적이 없다는 인문학적 사고로 일의 의미도 주어진 적 없다고 합리화해 보려 한다. 



출근하면 급여가 쌓이니깐 일단 간다. 적성에 맞지 않다. '그건 누구나 다 똑같다는' 위로는 하루하루 자기계발하며 노력하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 '일'에 관해서는 고민과 고찰이 더 필요한 듯하다.


조직에 그저 순응하고 안주하기에는 내면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내가 그리는 미래에는 옅게나마 상상해 본 미래에는 지금 직장은 없다. 무의식이 그렇게 전한다. 원하는 일을 찾을 확률은 적다고 한다. 그럼에도 찾지 못할 확률이 없지는 않다. 지금은 대기업이라는 조직에서 배울 건 배우고, 열심히 저축하고, 워라밸을 유지하며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중이다.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결론이 없다. 왜 일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유가 꼭 필요한가 싶다.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때는 알지 않을까. 지금 하는 일도 사랑해 보려 몇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개개인마다 본인의 일에 얼마나 만족할지 모르겠다. 회사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특별 보로금까지 챙겨줬지''라는 근로자는 다른 길을 찾는 중이다. 그 길 위에 있어서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과정에 있으니 성실하게 회사를 다닐 뿐이다. 요즘따라 '모든 것은 과정이다.'라는 문장에 참 마음이 간다.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편해진다.



어느덧 씻고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 갔다.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도 이겼다. 내일이 월요일이 아니라 목요일 이어서 다행인 밤이다...



이 땅의 모든 근로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스스로 쓰는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