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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Jun 02. 2024

휴가가 예전만 못하더라도

여행을 떠날 돈과 함께 할 친구가 있다


금요일 휴가와 토일 휴일이 끝을 향해간다.


휴가를 맞아 친구와 여행을 다녀왔다. 사과가 유명한 청송에서 시간을 보냈다. 청송 소노벨 리조트에서 2박을 했다. 가족끼리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친구와 다녀왔다. 맑은 공기와 온천욕 그리고 달기약수백숙을 즐겼다.


청송은 내게 힐링 도시이다. 사람보다 자연이 두드러지는 곳이고, 하늘을 떠도는 구름마저 특별하게 느껴진다. 도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맑은 공기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아서 가족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인생에 하나쯤, 아껴두고 즐겨 찾아가는 여행지가 있다는 꽤나 좋다. 그런 곳에 친구를 데려왔다. 지역 축제 기간과 겹쳐서 축제를 구경하면서 더욱 다채로운 시간을 보냈다.



글의 제목을 '휴가가 예전만 못하더라도'라고 지었다. 휴가를 보낸 후기가 이런 수식어를 가져서 아쉽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생각해 봤는 데 두 가지 인 것 같다.


'휴가를 잘 보내고 싶은 강박적 사고'와 '그렇지 못한 체력'.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몇 안 되는 적고 소중한 휴가를 잘 보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 어정쩡한 부담감이 여행지에 따라왔다.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고, 가만히 쉬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브런치 글 하나를 발행했었다. 글쓰기가 휴식의 일부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뇌는 생산적이었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쓰는 행위를 해서인지 근래에 피로가 누적돼서 그런지 여행 내내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예전만 못한 휴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늦은 시간까지 축제를 구경했다 하더라도 너무 빨리 지쳤다. 예전에는 야식을 늦게까지 먹고, 이야기 나누고, 휴대폰을 오래 보다 잠이 들었었다. 이번에는 이틀간 야식조차 먹지 못했다...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여서 더욱 달라진 게 눈에 보였다. 둘 다 빨리 피로를 느끼고, 늦게까지 놀지 못하고, 일찍 눈을 떴다. 햇살도 알람도 그 어떤 방해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직장인 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서 인지 그 둘을 구분할 할 체력마저 없었다. 늦게까지 잘 놀 던 그때가 그리운 게 아니었다. 달라져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괜스레 주눅? 이 들었다.



차를 타고 어디든 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는 돈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체력이 상쇄한다.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좋은 시간을 원할 때  자유는 없다. 피로는 계속 쌓여서 하루 이틀 휴가 안에 그 피로를 풀기는 한계가 있음을 느낄 뿐이었다. 직장인의 휴가는 다 이런 걸까 싶었다.



휴가나 휴일만 되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만의 리추얼이 있다. 이번에도 여행 내내 마음껏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과 구름이 "왜 이렇게 까지 올려다보니?"라고 궁금해할 정도로 시선을 줬다. 이 또한 어쩌면 일하는 평일에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강박적인 행위가 아닐까 싶다. 평일과 휴일을 구분 짓고 싶은 무의식이, 그런 집착이 왠지 모르게 안타까웠다. 출근한 평일의 하늘도 햇살도 죄는 없는 데 말이다.



청송에 왔다고 맑은 공기를 의식적으로 들이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크게 깊게 마시고 싶어서 애썼다. 산소를 들이마시면 뇌에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문뜩 깨달음을 얻었다. 불어오는 바람을 그저 가볍게 마시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걸 알았다. 바람이 불어올 때 그때 편하게 들이마셨더니 크게 들이마시려 했던 때 보다 충만하게 가득 차는 느낌을 받았다.


힘을 좀 빼고, 내려놓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영감을 느끼고, 찰나를 놓치기 싫어하는 것조차 의무처럼 느껴졌다.




직장인이, 어른이 된 후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어서, 취향을 알아가고 누릴 수 있어서, 휴일을 소중히 여길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도 유독 이번 휴가는 반은 좋고, 반은 좋지 않았다. 쉬면서도 출근해야 하는 평일이 무서웠다.



잠시 고민하다 결론을 내렸다. 이런 찝찝한 감정도 부정하지 않고, 존중해 주기로 말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 미화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주하기로 했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건 바꿀 수 없다. 그런 사실이 휴일을 온전히 보내지 못하게 했지만 뭐 어쩌겠냐는 게 결론이다. 긍정적인 부분을 좀 더 끄집어 내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진 것에 집중해 보자.


출근해서 일할 직장이 있고, 언제든지 여행 갈 수 있는 돈과 함께 갈 친구가 있다. 휴가 기간 맑은 공기, 푸른 하늘과 나무, 샛노란 꽃을 누렸다. 낮잠도 잤고, 카페 라테를 마셨고, 바베큐도 먹고, 느긋하게 온천욕도 하고, 백숙도 먹었다. 분명 출근하는 날에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소중한 휴가 하나를 떠나보내는 것뿐이지만 소소한 감성 에세이 한 편을 만들어냈다. 그걸로 만족하고, 직장인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허전함을 보내주려 한다. 불가피한 것과 싸울 순 없다. 이 또한 나의 감정이기존중해주려고 한다!







좋은 것을 좀 더 추억해 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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