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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Jun 18. 2024

숲에서 건강한 휴식을 보냈다

어느 멋진 평일 낮에


오늘 아침에는 출근길 대신 산을 올랐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을 맞이했다. 은행에는 명령휴가라는 제도가 있다. 원화, 외화 시재를 관리하는 담당자 및 장기 근속자를 불시에 휴가를 보낸다. 시재 횡령 등 금융 사고 예방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이다. 어제 퇴근 후, 명령휴가 대상자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뜻밖의? 휴가가 생겼다.



집에서 혼자 휴식을 취할까, 서점에 가서 온종일 책을 볼까 고민했다. 아침에 몸은 누워있는 채로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다 문뜩 '산에 가볼까'하는 의외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늘도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이네...'라고 마음속으로 했던 말이 의식의 흐름을 타고 '등산'으로 향했던 것 같다.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금오산으로 정해졌다. 구미가 생활터전이 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금오산 저수지도, 금오산 근처 맛집도 자주 갔지만 금오산을 오른 적은 없었다. 오늘 그 언젠가의 여지를 실행으로 옮기게 됐다. 책 한 권과 물 한 병을 챙겼다. 김밥 한 줄도 샀다. 아이스라떼한 손에 쥐고 가벼운 마음으로 금오산으로 향했다.


십분 정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전 열 시 평일 낮인데도 행인들이 꽤 있었다. 건강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오전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돌계단을 올랐다. 조형물도, 바위도, 이정표도, 벤치도 모든 게 새로웠다. 산에 처음 놀러 와본 아이처럼 해맑게 찬찬히 눈에 담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여유롭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까지 자본의 힘으로 올랐다. 정상 등반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오늘은 색다른 하루를 보내고 싶었을 뿐 더운 날씨에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 목적지나 다름없었던 '해운사'로 바로 향했다. 평소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찰에서 듣는 풍경 소리, 염불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참 좋다.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조화가 그저 듣기 좋다. 


오늘도 그 오케스트라를 푸른 하늘과 햇살과 함께 들었다. 평일 낮이라 한적해서 한적한 사람이 머물렀다 가기 참 좋았다.





사찰에서 조금 더 걸어서 대혜폭포가 있는 곳까지 올랐다. 그곳에는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폭포는 가벼운 빗줄기처럼 흘러내리며 잠시 웅장함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도 자연 폭포를 한 폭의 그림 보듯이 바라봤다. 바위에 앉아서 여유롭게 김 밥 한 줄을 먹었다.


'정상' 이정표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오르기 시작하면 한 시간 삼십 분이 소요된다. 내려오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정상으로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발걸음을 돌리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주해서 올라가는 사람들은 내가 정상을 찍고 하산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잠시 오르다 내려가고 있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어찌 됐든 무사히 하산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정상에 끝까지 오르는 게 지금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을 즐기고 싶었다. 여차저차 다시 사찰을 향해 내려갔다.


참 신기하게도 처음 도착해서 사찰을 들어섰을 때 느낀 신비로웠던 여유로움이 똑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햇살이 바뀌어서, 처음보다 지쳐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감정도 생각처럼 순간 머물렀다 지나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처음 이곳을 들어설 때 느꼈던 행복의 감정이 다시 왔을 때 같은 느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같을 수 없다고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이니 그제야 편해졌다.



불상을 향해 절을 올렸다. 지금 보다 더 잘 되게 해 달라는 사심을 크게 담지 않았다. 그저 부처님의 안녕과 모두의 무탈함을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방석을 깔고 자리 잡고 기대어 앉았다. 자연 소리에 귀 기울이고, 멍 때리기도 하고, 책도 읽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한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흘러 보냈다. 말 그대로 그곳에 머물렀다.



절에 가는 것이, 불교라는 종교가 전하는 느낌이 좋다. 부처님은 왠지 모르게 '다 좋다', '다 괜찮다'를 말해주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불교는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절로 '절'로 오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고민이 있어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와도 '그 모든 것이 번뇌입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결국 종결된다. 모든 것이 번뇌라고 생각하면 허탈하면서도 편해진다. 해탈의 경지 까지는 오르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한참을 머물다 갈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마음을 가볍게 전하며 사찰 밖을 나섰다. 마음이 가벼웠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기에 발걸음도 당연히 가벼웠다. 그렇게 산에서, 숲에서, 그리고 사찰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숲에 끌린다.'는 말이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숲과 오래 더불어 살았다고 한다. 결국 돌고 돌아 인간은 숲에 가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온다. 숲 피톤치드, 음이온, 맑은 공기, 푸른 나무, 바람 소리 등이 오감을 자극하고 우리는 거기에 반응한다. 피톤치드는 찾아보니 '나무가 여러 해충과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라고 한다. 그런 물질이 인간에게는 이롭게 작용하기도 한다. 항산화 효과, 피로해소 촉진, 면역령 증가 등을 전해준다.


숲에서 머물렀다 가는 산림욕의 장점이 많아서 그중 몇 개만 잠시 소개해보려고 한다. (healthtip이라는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었다.)

숲의 다양한 자연 소리는 리듬이 있어서 신경 안정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여준다.

 숲의 산소량은 도시보다 높아서 신체 활동을 좋게 한다. 미세먼지도 최대 수천 배 적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숲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공기가 잘 통하는 가벼운 옷을 입고, 울창한 숲을 찾아가서, 고개를 들어 숲을 둘러보며 눈의 피로를 푼다. 마음에 드는 나무가 있으면 끌어안고 심호흡하며 피톤치드 흡입량을 늘려도 좋다.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숲의 효과를 보려면 2시간 정도를 숲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숲 치유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피톤치드 발산량은 여름에 그리고 오전 시간대에 가장 많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뜻밖의 휴일에 숲에서 산림욕을 하고 왔다. 글을 쓰면서 좀 더 알게 된 사실로 오늘 휴일이 더 특별해졌음을 느낀다. 무더운 여름에 자주 숲을 찾아가야겠다. 


숲은 우리에게 머무르는 만큼 건강한 마음과 몸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힐링이 필요해서 숲을 찾긴 하지만 숲은 어쩌면 그 이상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짜 휴일을 숲에서 건강하게 무탈히 보냈다. 내일 출근해야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변화를 느껴서 좋았다.



피톤치드 가득한 여름 숲의 장점을 알게 돼서도 좋다. 여름 휴일 숲에서 보내보는 건 어떤가요?라는 물음을 권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숲에서 보내는 시간은 휴식과 건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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