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도 슬럼프도 아닌이름 모를방황?이 찾아왔다. 그래서 최근 글을 쓰지 않았다.글쓰기를 과연 좋아서 하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까지이르렀다. 결론은... 최근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을 글로 쓰는 행위로 방황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다행히귀결됐다.
우선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은 글쓰기를 이어가지 못함과 맞물려 시작됐다. 최근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직장 동료들과 친밀도가 조금씩 높아져서 자주 어울리고 있다. 한 지점에 나이대가 비슷한 직원들이 모여있는 것이 드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복일 수 있다. 가까워짐과 동시에 출근 전에도, 출근해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안주해 버렸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준비된 퇴사'를 하고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서하고, 글 쓰고, 사색하며 질적인 고민을 해왔다. 그런데 무색하게도무의식에 조금 균열이 생겼다. 이대로 그냥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월급도 더 늘어난 것 같고, 하는 일에 비해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출근이 덜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균열의 틈은알기 모르게 점점 벌어져갔다.
이런 생각이 일상이 되자 마음이 불편했다. 게을러진 것 같고, 집중력이 분산된 것 같고, 자존감이 흔들리는 듯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금, 현재라는 시간을 잘 보냈는데 일상이 무너지자 충만하지 못한 밤을,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 감정의 에너지를 쓰게 됐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집착? 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가 어느 순간 결혼을 한다고 말할 것만 같다. 그런 순간이 오면 당연히 축복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할 것 같다.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중한 사람을 뺏기는 건 아닌가 하는 나쁜 마음도 든다. 결혼을 인생의 숙제처럼 나도 해야 하나 하는 불쑥 찾아오는 감정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둘이 평생 같이해서 꼭 성공하자던 다짐도 혼자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달라질 건 없겠지만 지금 느끼는 미숙한 감정은 이렇다. 그래서 부끄럽다.
빨리 다시 에너지를 내면으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불안함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게 고민의 결과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서 생각의 힘은 커졌다. 고민하는 방법도, 끝까지 고민하는 집중력도 생겼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하면서도 여전히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의외로 나의 단점이 더 잘 보이고, 부족한 부분을 쉽게 자각하게 되는 것 같다. 계속 독서를 이어가야 할 이유이다.
이유 모를 불안감을 마주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쓴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이해해 보기 위해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쓰기는 계속할 거라는 방향은 있다. 속도가 느려도 방향에 대한 믿음은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괴테의 말에 용기를 내본다. 지금 쓰는 글은 무의식의 힘을 빌리고 있다. 잘 쓰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는 중이다.
'준비된 퇴사'라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독서와 글쓰기가 과연 옳은 지도 의문이다. 방향은 존재하는 데 옳은 길로 가는지 잘 모르겠다. 나침반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주어진 길이 없을지 모른다. 꼭 해야 하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그 와중에도 독서는 했는데, 닐 도날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가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 추천받아 읽고 있는 고전인데 꼭 필요한 책이어서 이 시기에 찾아온 것 같다.
책 일부를 잠시 소개해보고 넘어가려 한다.
고요히 있는 것에서 시작하라. 외부 세계를 가라앉혀라. 그러면 내면세계가 네게 시야를 줄 것이다. 너희가 내면으로 가지 않는다면 너희는 바깥으로 가게 되리라.
인생의 방향을 재점검해보는 시간을 시간 내서 꼭 가져야겠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불안하면 불안해하고, 대신 이겨내려 고민하면 된다. 고민이 끝까지 괴롭히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해결되기 마련이다. 또 다른 고민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또, 고민에 쓰는 시간만큼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
인생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 나아가고 싶고, 나아갈 곳이 있기만 해도 충분하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더 믿어보고 싶다. 마음의 여유와 자존감을 빨리 원상태로 복구시켜야겠다. 갈 길이 아직 멀다.
잠시 길을 잃어도 다시 돌아올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음에 다행과 안도감을 느낀다. 글 한편을 오랜만에 발행한 것에 충만함을 느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