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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Mar 24. 2024

나침반이 필요한 때 인가보다

인생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랬다


번아웃도 슬럼프도 아닌 이름 모를 방황? 이 찾아왔다. 그래서 최근 글을 쓰지 않았다. 글쓰기를 과연 좋아서 하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까지 이르렀다. 결론은... 최근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을 글로 쓰는 행위로 방황 마침표를 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행히 귀결됐다.



우선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은 글쓰기를 이어가지 못함과 맞물려 시작됐다. 최근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직장 동료들과 친밀도가 조금씩 높아져서 자주 어울리고 있다. 한 지점에 나이대가 비슷한 직원들이 모여있는 것이 드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복일 수 있다. 가까워짐과 동시에 출근 전에도, 출근해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 안주해 버렸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준비된 퇴사'를 하고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서하고, 글 쓰고, 사색하며 질적인 고민을 해왔다. 그런데 무색하게도 무의식에 조금 균열이 생겼다. 이대로 그냥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월급도 더 늘어난 것 같고, 하는 일에 비해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출근이 덜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균열의 틈은 알기 모르게 점점 벌어져갔다.


이런 생각이 일상이 되자 마음이 불편했다. 게을러진 것 같고, 집중력이 분산된 것 같고, 자존감이 흔들리는 듯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금, 현재라는 시간을 잘 보냈는데 일상이 무너지자 충만하지 못한 밤을,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 감정의 에너지를 쓰게 됐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집착? 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가 어느 순간 결혼을 한다고 말할 것만 같다. 그런 순간이 오면 당연히 축복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할 것 같다.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중한 사람을 뺏기는 건 아닌가 하는 나쁜 마음도 든다. 결혼을 인생의 숙제처럼 나도 해야 하나 하는 불쑥 찾아오는 감정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둘이 평생 같이해서 꼭 성공하자던 다짐도 혼자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달라질 건 없겠지만 지금 느끼는 미숙한 감정은 이렇다. 그래서 부끄럽다.



빨리 다시 에너지를 내면으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불안함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게 고민의 결과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서 생각의 힘은 커졌다. 고민하는 방법도, 끝까지 고민하는 집중력도 생겼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하면서도 여전히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의외로 나의 단점이 더 잘 보이고, 부족한 부분을 쉽게 자각하게 되는 것 같다. 계속 독서를 이어가야 할 이유이다.



이유 모를 불안감을 마주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쓴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이해해 보기 위해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쓰기는 계속할 거라는 방향은 있다. 속도가 느려도 방향에 대한 믿음은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괴테의 말에 용기를 내본다. 지금 쓰는 글은 무의식의 힘을 빌리고 있다. 잘 쓰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는 중이다.



'준비된 퇴사'라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독서와 글쓰기가 과연 옳은 지도 의문이다. 방향은 존재하는 데 옳은 길로 가는지 잘 모르겠다. 나침반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주어진 길이 없을지 모른다. 꼭 해야 하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와중에도 독서는 했는데, 닐 도날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가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 추천받아 읽고 있는 고전인데 꼭 필요한 책이어서 이 시기에 찾아온 것 같다.


책 일부를 잠시 소개해보고 넘어가려 한다.


고요히 있는 것에서 시작하라. 외부 세계를 가라앉혀라. 그러면 내면세계가 네게 시야를 줄 것이다. 너희가 내면으로 가지 않는다면 너희는 바깥으로 가게 되리라.




인생의 방향을 재점검해보는 시간을 시간 내서 꼭 가져야겠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불안하면 불안해하고, 대신 이겨내려 고민하면 된다. 고민이 끝까지 괴롭히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해결되기 마련이다. 또 다른 고민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또, 고민에 쓰는 시간만큼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


인생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 나아가고 싶고, 나아갈 곳이 있기만 해도 충분하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더 믿어보고 싶다. 마음의 여유와 자존감을 빨리 원상태로 복구시켜야겠다. 갈 길이 아직 멀다.




잠시 길을 잃어도 다시 돌아올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음에 다행과 안도감을 느낀다. 글 한편을 오랜만에 발행한 것에 충만함을 느껴봐야겠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될 필요가 없다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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