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령 Sep 10. 2024

슬기

이 세상이 제아무리 넓고 맛보고 경험해야 할 것 많다지만 죄다 내 것이 아니니 무슨 소용일까

괴로움 가운데서 슬기를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뒤적이는 것은 슬기를 발휘하는 일보다 배로는 지치는 일이다

지치게 하는 것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므로 과정에서 지치는 나는 결과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 괜한 한숨을 짓게 된다

먼저 괴로움을 통과한 이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괴로움을 탈피하게 한 열쇠가 번뜩 생각이 났다지만

생각에는 언제나 길이 있어

그 뒤에 번뜩인다는 말을 붙이는 것이 위선적으로 보인다

읽을 때에야 붙을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소리일 뿐이다

생각은 하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므로

생각은 어둠이 아니라 하얀 빛이므로

색은 섞일수록 검어지고 빛은 모일수록 밝아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두 가지가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흡수와 발광의 차이일까

내가 믿는 신이 하는 말은 빛이라는데

그렇다면 내가 안에 쌓고 밖으로 낳는 것은 어둠이지 밝음은 아니겠다


생각이 번뜩이기까지

잡념을 쌓는 것이 아니라

걷어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색은 섞일수록 검어지고 빛은 모일수록 밝아지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삶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