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이거 킹: 무법지대> 호랑이가 과연 사업 아이템이 될까?
작년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거진 두 달 가까이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령으로 인해 전 미국인의 90%가 집에 갇혀 있었다. 놀이공원은 물론, 국립공원, 해변가, 동네 공원, 심지어 놀이터까지 다 폐쇄된 상태였다. 레스토랑은 열었지만,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기에 사람들끼리 모여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쇼핑몰도 문을 닫았고, 식품을 사러 슈퍼마켓을 가도 건물 내 소수만 입장이 가능했고, 일정 수가 차면 사람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했기에 사람들이 2 미터씩 떨어져서 문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로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은 집으로 초대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정부는 이 또한 적극적으로 막고 있었다. 물론 이를 강제적으로 집행할 방법은 없었지만, 누가 보균자이기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막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이라고 봤던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 하나가 전염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바깥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은퇴한 직장 동료는 남편이 심장 질환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인의 넷플릭스(Netflix)나, 훌루(Hulu) 시청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극장 이런 데도 다 문 닫았기 때문에 유일한 엔터테인먼트는 스트리밍 서비스뿐이었다. 넷플릭스가 처음 런칭할 1997년만 히더라도 케이블 방송으로부터 컨텐츠를 받아 재방을 하는 업체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자체 프로덕션을 통해 넷플릭스 만의 시청자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넷플릭스 멤버쉽이 있어야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생겨난 것인데, 작년 3월 20일 출시된 <Tiger King: Murder, Mayhem and Madness (타이거 킹: 무법지대)>가 그중 하나이다.
미국 사람들은 보통 다 애완동물(pet)을 키운다. 자기 강아지, 고양이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건 흔한 일이다.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비디오가 유튜브 등에서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또한 사람들의 심리가 남이 쉽게 하지 못하는 걸 자기가 할 수 있으면 자랑하고 싶고, 현재 소셜 미디어가 그 과시의 완벽한 도구가 되고 있다. 호랑이, 사자, 코끼리, 고릴라, 코브라 이런 동물들은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 내에 이런 동물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아냐면, 그게 다 소셜 미디어 덕분이다. 커다란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옆에 끼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 덕에 사람들은 남이 못하는 별의별 짓을 다 궁리해내게 되었다.
<타이거 킹>은 애릭 구드(Eric Goode) 그리고 레베카 체이클린(Rebecca Chaiklin)이 6년 넘는 시간에 걸쳐 제작한, 미국 내 호랑이왕(Tiger King)이라고 불리던 조 익조틱(Joe Exotic)이란 동물원지기(zookeeper)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제목에 murder가 들어간 걸로 봐서 그냥 심심한 동물 보호 다큐멘터리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다큐멘터리의 메인은 조 익조틱(본래 이름은 Joseph Maldonado-Passage 혹은 Joeseph Schreibvogel)으로 오클라호마 위니우드(Wynnewood)에 GW Zoo(The Greater Wynnewood Exotic Animal Park)의 전 소유주이자 호랑이를 이백 마리 가까이 소유하고 키우던 호랑이왕이었다. 또한 조 익조틱의 네메시스인 캐롤 배스킨(Carol Baskin)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호랑이 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 단체 대표로서 팔로워 수가 수십 만 명이 넘는다.
다큐멘터리인 <타이거 킹>이 장사가 될까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하는 말인데, 출시 십일만에 3억 4천만 명이 시청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미니 시리즈 중 하나이다. 게이 남자가 서른 살 이상 나이 차이 나는 젊은 남자 둘이랑 함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매 맞고 살던 여자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혼한 남편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주말 드라마가 아닌 실제 누군가의 삶이기에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의 구체적 내용을 모른 채 시청하기 시작해서 캐롤 배스킨이 두 번째 남편 살해 의혹을 받고 있다는 장면에 이르러서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For real?
<타이거 킹>에 의하면 현재 미국 내 개인이 사유한 호랑이 수가 5,000~10,000 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자연에서 야생하는 호랑이 수는 4,000 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야생 호랑이를 잡아다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누군가 시장에 공급하고 있단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교배를 통해 호랑이 새끼를 분양하는 사업으로 이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조 익조틱처럼 동물원을 운영해 수익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
반면, 캐롤 배스킨 같은 경우는 주로 버려진 호랑이를 데려다 키우는 일을 하고 있어 수익성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미국의 비영리 단체는 기부금으로 운영되기에 수익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 미국 세법상 기부금은 연방 소득세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기부금 문화가 전반적으로 발달되어 있다. 세금으로 정부에 바칠 거,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면 기부받은 단체에서 알아주고 대접해주기 때문에 어차피 없어질 돈이면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호랑이 새끼는 몰라도 다 성장한 호랑이를 키우기에 곤란한 점이 많다. 가축화된 동물이 아니고, 야성이 살아있는 육식 동물이어서 일단 안전성이 문제다. 어린 새끼는 이빨도 덜 날카롭고,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만, 생후 일 년이 지나면 몸무게 170~200 파운드(76~90 kg)에 육박한다. 게다가 고기를 먹여야 하니, 식비도 만만치 않다. 조 익조틱처럼 호랑이 이백 마리 이상 되는 애들을 먹여 살리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사료 먹으면 좋으련만 그게 맘대로 안된다. 그래서, <타이거 킹>을 보면 로드킬 사슴 등을 동물원으로 가져와 호랑이가 뜯어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가끔 동물원 직원들이 단체로 사냥을 나갈 때도 있었다. 그리고, 평상시 월마트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나, 햄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아 식비를 절감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건비 및 기타 시설 유지비 제외하고도 호랑이 먹여 살리는 것부터가 장난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의 사업성 유무를 검토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이 단계 건너뛰고, 감만 믿고 무작정 사업 시작했다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투자금이 수익률을 웃도는 경우가 생기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이거 킹>을 보면서 호랑이를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업성 계산이나 해보고 시작한 사업인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경영학 이런 거 공부 안 한 사람도 좋은 사업과 나쁜 사업을 구분할 줄 안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높을수록 좋은 사업이다. 즉, 들어가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반면 나오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사업인 거다.
그런데, 호랑이를 이용해 동물원이나 사파리(Safari)를 운영하는 사업을 보면 일단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그것도 시설 투자비 이런 거면 보이는 거라도 있고, 남는 거라도 있는데, 소모성 비용이라 호랑이들 뱃속에 들어가 버리면 끝이다. 또한 야생 동물을 다루는 위험도가 높은 사업이라 직원 안전교육 이런 거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다 지출이다. 반면, 수입원이라고는 동물원이나 사파리 입장료 외에 호랑이 새끼 분양하는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서, 조 익조틱(Joe Exotic)이 운영하던 GW 동물원(GW Zoo)이나 닥 앤틀(Doc Antle)이 컬트 종교 지도자처럼 군림하던 머틀 비치 사파리(Myrtle Beach Safari) 그리고 캐롤 배스킨(Carole Baskin)이 대표로 있는 호랑이 구조대(Big Cat Rescue) 모두 공통적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안감힘을 썼다. 인건비라도 안 줄이면 사업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익조틱처럼 호랑이 및 다른 야생 동물들을 기르는 사설 동물원 머틀 비치 사파리(Myrtle Beach Safari)의 주인인 닥 앤틀(Doc Antle)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십 대 후반 어린 여자들을 꼬여내 최저 임금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을 주며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부려먹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거의 무급으로 일하다 빠져나온 어느 여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마치 세뇌를 당한 것처럼 닥 앤틀의 말을 따랐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잠자리에까지 어린 여직원들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조 익조틱 역시 인건비 줄이기 위해 떠돌이 부랑자들을 데려다 저렴한 임금으로 일을 시켰다. 호랑이 구조대를 운영하는 캐롤 배스킨은 자원 봉사자 차등제를 두어 마치 군대처럼 계급을 다는 제도를 마련했다. 봉사시간 누적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식으로 자원 봉사자의 성취감을 자극했다. 게다가 호랑이 보호라는 공익을 내세우니, 고등교육받은 의식 있는 사람들이 봉사하겠다고 스스로 찾아와 고급인력을 무료로 쓰고 있는 셈이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타이거 킹>에 등장하는 호랑이 사업에 관련된 사람들의 윤리체계가 모두 의심스럽다. 일부다처제를 실천하며 살지 않나(조 익조틱의 경우는 일부다부제), 전남편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지 않나, 나이 오십먹은 남자가 십 대 후반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지 않나, 임금 착취에 심지어 성착취까지, 호랑이에게 주는 먹이 또한 유통 기한이 지난 고기와 햄이라니...... 게다가 닥 앤틀은 어린 호랑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성인이 되기 전, 안락사를 시켰다는 증언이 다큐멘터리 내 나온다. 동물원 내에서 교배시켜 호랑이 새끼가 태어나면 관람객들이 만질 수도 있고, 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다 큰 성인 호랑이는 위험하고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 차원 이런 거 떠나서, 자연에서 생활하게 그냥 놔둘 것이지 동물원에 가둬 두고 돈벌이로 쓰는 것도 모자라 다 자라면 이용가치가 떨어지기에 죽인다니 너무 비인간적인 처사다. 닥 앤틀은 호랑이를 죽였지만, 조 익조틱은 동물원에서 야반도주한 후, 캐롤 배스킨에 대해 이빨을 갈며 복수할 것을 다짐하다가 캐롤 배스킨을 죽여달라고 살인 청부까지 하기에 이른다.
<타이거 킹>을 보면서 느낀 점은 미국 사회에서 돈 벌어먹고사는 방법이 참 여러 가지라는 거다. 조 익조틱은 동물원 내에서 호랑이를 만지게 하고, 호랑이와 함께 사진을 찍게 해주는 등 관객들이 호랑이와 함께 하는 체험을 통해 돈을 벌었다. 닥 앤틀의 경우는 비키니 차림의 젊은 여자와 호랑이가 함께 물에서 첨벙거리는 쇼 등을 돈을 받고 관중에게 보여줬다. 조 익조틱의 한때 동업자였던 제프 로우는 라스 베가스에서 리무진이나 파티 버스 내에서 호랑이랑 시간을 보내는 상품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하였다. 호랑이를 이용하는 사업의 수준이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구경하러 가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조 익조틱과 같은 사람이 호랑이를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미국이란 사회가 욕망을 조장하는 사회이고, 그게 터부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나만 가지고 있다는 쾌감, 위험한 동물을 애완동물처럼 다룰 수 있다는 우월감, 그리고 저 사람이 가진 걸 나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위험한 호랑이를 이용한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 사업 자체가 특이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과는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 오마이뉴스에 기재했던 글을 보완, 첨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