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Looting(약탈)과 Protest(시위)의 차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5월 첫째 주 오프닝 일 단계(Opening Phase 1)를 실시함으로써 점차적으로 사업체의 영업을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령(lockdown)으로 두 달 넘게 집에 갇혀 있던 가주민들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롱 위크엔드를 거치면서 야외활동이 좀 자유로와지나 싶었다.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같은 날인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네 번째 주 월요일로 정해져 있어서 주말과 이어져 삼일을 쉰다. 그래서 보통 롱 위크엔드에는 여행도 가고, 파티도 열고 그런다. 그런데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캘리포니아 시정부가 통행 금지령을 내려, 다시 한번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시에 따라 통행금지 시간이 모두 다르긴 했지만,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통금인 도시도 있어서 바깥에 나갔다가 오후 4시가 되기 전엔 집에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하러 가는 게 불가능했다. 따라서 많은 사업체들이 다시 문을 닫았다. 미네소타(Minnesota) 주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에서 시작된 공권력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국 주요 도시 곳곳으로 퍼져, 작년 6월 2일을 가준으로 350 여개 도시가 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조지 플로이드는 작년 5월 25일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한 마켓에서 위조지폐로 추정되는 이십 달러짜리를 쓰려다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되던 중 사망하였다. 연행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던 플로이드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 한 명이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다는 것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6월 1일 발표된 부검 결과를 보면, 경찰 측 부검은 그의 죽음을 살인(homicide)으로 규정지었고, 구체적 사인은 심장마비였다고 우회적으로 보고했다. 반면 유고 측이 고용한 독립 부검관의 소견은 살인인 건 분명하고, 사인을 흉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asphyxia)로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문제의 경찰관은 과거 용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한다는 민원(complaint)이 수 차례 접수되었지만, 경찰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넘는 Stay at Home Order가 풀려서 다시 출근을 하게 된 지 이 주일도 채 되지 않았던 토요일 저녁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텔레비젼을 켜니, 로스앤젤레스 시내 페어팩스 구역(Fairfax District)에 위치한 가게들이 약탈자들에 의해 약탈(looting) 당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다. 당시 미국 곳곳에서 시위와 약탈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서 시위대가 약탈하는 것으로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었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속하던 차가 지나가던 행인을 치여 죽였는데, 바로 그 옆에서 운행하던 차가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가게를 터는 약탈자들은 기회주의자(opportunist)들이었다. 경찰이 시위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경찰력이 그쪽으로 몰리니까, 치안이 허술한 틈을 타 가게를 터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시위가 일어나지 않던 도시는 이런 약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치안이 평상시와 다를 바 없으니, 가게 털다 바로 경찰에 잡혀갈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탈자들이 훔쳐가는 물건이 진짜 가관이었다. 캘리포니아는 레저용 대마초(leisure marijuana)가 합법적으로 유통되기에 마리화나 보급점(marijuana dispensary)을 털든가, 아니면 담배가 비싸기 때문에 담배가게(smoke shop)에서 담배를 훔쳐갔다. 레저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지 않은 주의 경우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pharmacy)이 우선 타겟이었다. 몇 년 전, 프레디 그레이(Freddie Gray)의 죽음으로 인해 볼티모어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대형 약국인 CVS가 습격당한 게 이런 맥락에서였다. 이런데 터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인지 알만 하다.
이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대리점, 컴퓨터 매장 그리고 Footlocker과 같은 신발 가게도 주요 타겟이었다. 레스토랑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값비싼 와인을 훔치는가 하면, 안경점에서 브랜드 안경테를 훔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주는 사유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가게를 '보드 업(board up)'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디스플레이 유리창이나, 유리문을 깨고 매장 안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유리창을 튼튼한 합판으로 막아버리면 매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당시 '보드 업' 해주는 비즈니스가 때아닌 성업이었다.
한 시민이 경찰에 의해 죽었다. 그 억울한 죽음을 항의하는, 그리고 그 죽음을 야기한 공권력을 처벌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는 약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시위대는 시청 앞이나 도로 위에서 경찰 및 방위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가게 근처나 쇼핑몰 옆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이용해서 물건을 훔치려는 기회를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일뿐이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