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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Mar 31. 2024

구름 덩이의 틈새 : 구름짬

(당이궁 ver2) 4주 차 주제 : 삶의 틈새를 메우는 나만의 방법

매주 1회 토요일 오전에 모여 함께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누는 취미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글잡이의 주제설명] 

책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웨인다이어 


당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음들 사이의 공간이다. 그 공간이 없으면 하나의 연속적인 시끄러운 음이 있을 뿐이다.  창조된 모든 것은 침묵에서 나온다. 당신의 생각은 침묵의 무에서 나타난다. 그 빈 공간에서 말이 나온다. 당신의 본질도 텅 빈 공간에서 나왔다.  우리를 대체할 사람들도 거대한 빈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다. 모든 창조성에는 고요가 필요하다.  내면의 평화를 느끼려면 삶의 에너지를 침묵으로 보내 배터리를 충전하고 긴장과 불안을 없애고 신을 아는 기쁨을 숙지하고 모든 인류에 더욱 가까움을 느껴야만 한다.  침묵은 피로를 줄여 창조적인 힘을 경험하게 해 준다.

행복마저도.



1. 어떤 책에서 소개된 < 틈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어떤 상황에서 '틈'을 느낀 적이 있나요? 그 틈을 누구나 상상할 수 있게 최대한 자세히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세요 (7분)



나는 퇴근 후 용산역에서 경의중앙선을 기다릴 때 틈을 느낀다. 자주 오지 않는 지하철이라 그런지 그걸 기다리는 시간이 꽤 되기도 한다. 5전 역, 7전 역이라고 떠있는 글자를 보면 20분은 걸리겠네, 싶어 주변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샌드위치를 하나 골라 결제를 하고, 자리에 앉아 급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 순간에 ‘후’ 하고 한숨이 쉬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바쁜 시간’과 나의 ‘바쁘지 않은 ‘ 시간이 순간적으로 훅 하고 대비된다. 그게 내겐 틈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그렇게 먹고 나와 느릿느릿 걸어 다시 지하철 전광판을 보아도 4전 역, 3전 역 일 뿐이다. 샌드위치를 먹는 속도가 (상상 속) 지하철이 달려오는 속도보다 몇 배 더 빠르다. 용산역은 어디에 앉아 마음 두고 기다릴 공간도 딱히 없다. 기차를 탈 수 있는 플랫폼이어서 더 그럴까? 싶기도 했다. 개찰구를 지나 수많은 플랫폼 (숫자도 엄청 많다) 중 3번, 경의중앙선이 오는 곳으로 내려간다. 긴 계단을 지나면 사람들이 멍하니 핸드폰을 보거나 바깥을 쳐다보며 지하철을 기다리기도 한다. 건물 바깥에 있어 그런지 찬 바람도 훨씬 더 잘 느껴진다. 공허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바쁜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 여기에선 종종 틈이 느껴진다.



2. 콘텐츠와 콘텐츠 아닌 것들 중 하나씩, 나의 삶에 틈새가 생길 때마다 하는 것들을 와르르 써주세요. 생각이 나는 대로, 3분 동안 키워드를 끊임없이 뱉어 적어주세요. (이어서 3번 진행)


3. 그 방법들을 2가지로 구분할 거예요. 무언가를 지속하기 위해 한 방식, 무언가를 그만두기 위해 한 방식으로 나누어주세요. 만약 제3의 방식으로 묶어내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요. 그룹으로 분리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그룹을 정해주세요. (5분)


팟캐스트 듣기 → 지속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연락이 온 게 있나 보기 → 지속

카카오톡 눌러보기 → 지속

좋아하는 노래 틀어두기 → 지속

내일 해야 할 것 생각하며 스트레스받기 → 지속

회사에서 한 이야기 되새김질 → 지속

사람들이랑 한 이야기 되새김질 → 지속

마음속에서 걸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미안함을 표현할지 고민 → 지속

손끝 살 뜯기  → 지속

반지 만지기  → 지속

핸드크림 바르기 → 지속

유튜브 새로고침하기 → 지속

유튜브 영상 틀어놓기  → 지속


사람들 구경하기  → 멈춤

다른 사람들이 들고 있는 짐 구경하기  → 멈춤

음식들 보고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  → 멈춤

광고 속 사진을 보면서 ‘저건 어떻게 찍었을까’ 상상하기  → 멈춤

커피 마시기  → 멈춤

물 벌컥 들이켜기  → 멈춤

손을 피아노 치듯 두드리기  → 멈춤



4. 틈새를 메울 수 있게 해 준 '그것'을 옆 글쓰기 동료에게 권해봅시다. 어떻게 설득해 볼 것인가요? (15분)



저는 이전을 멈추는 행동들을 많이 하는데요, 기존에 알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현재 내 눈앞에 놓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소설을 쓰듯 정의를 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우리는 매일 알던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어제 본 사람, 그저께 본 사람, 내게 필요한 사람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어떤 감정이 얽혀있기도 하고 이해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을 자꾸 머릿속에 올려놓곤 해요. 메모리 위에 데이터를 띄워놓듯이 말이에요.


그런 우리에게 어떤 ‘틈’ 이 생긴다면, 그땐 아무런 맥락 없이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앞에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가방을 쳐다보면서, 저 사람이 가진 가방 속에 들어있는 짐을 한번 살펴본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 얼마나 잘 매치되어 있는지, 혹은 그 옷 질감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떤 생각 끝에 저런 결정을 내렸는지 괜스레 한번 추론해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지금 눈앞에 놓인 어떤 과자 봉지가 있나요? 그럼 그 과자봉지를 만든 디자이너는 이 png 파일을 배치할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상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는 철원 오대산 축제 배너 광고를 보면서, 저 철원 시장은/ 마케터는/ 광고 담당자는 어떤 생각을 하며 저 이미지 파일을 컨펌했나?라는 생각도 좋고요.


가끔 그렇게, 현실에서 만나지 않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두면서 그들을 바라보면, 그것도 꽤 그 나름대로 멍떄리기가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나와 여러 복잡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멈출’ 수 있어 좋고요. 한 곳을 바라보던 선풍기에서 ‘회전’을 누르면, 그 힘이 그대로 다양한 방향을 향해 전달이 되잖아요. ‘회전’이라는 버튼을 누른 것처럼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틈새가 생길 때, 아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모르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방식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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