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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림 May 30. 2023

[오늘의 생각] 젊음.

있으나, 곧 없어질.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저는 젊음이 영원할 줄로만 같았습니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늙어간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밤을 새워 가며 게임을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종횡무진해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좀 다릅니다.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 날에는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자야 합니다. 새벽 자전거는커녕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가끔 눈이 침침하다 느끼고, 허리도 종종 아픕니다. 슬슬 건강 걱정을 하게 됩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 볼까 싶고, 살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아직 30대 초반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조금씩 늙어갈 것임을 이젠 확실히 알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있지 않습니다.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제가 (어쩌면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Lost stars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유명 그룹 Maroon 5의 Adam Levine이 영화 Begin again에서 부른 노래입니다. 싱어송라이터인 Gregg Alexander가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한 가수이기는 하지만, 현대의 가수들이 처음으로 생각해 낸 경구라기에는 너무 멋진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아일랜드 극작가 George Bernard Shaw가 처음 한 말이라고 나옵니다. 물론 그 사람 역시도 저런 생각을 한 최초의 인물은 아닐 것입니다.




 무언가가 가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땅만 파면 석유와 석탄이 나온다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올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고 아침저녁으로 만나가 내리는 땅에 사는 사람은, 퇴근길에 식료품 가게에서 장을 보면서 똑같은 청양고추가 지난주보다 490원 더 비싸진 것에 분개하며 한숨을 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젊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늙을 운명입니다. 지금은 실감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머지않아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날이 옵니다. 그때가 되면 마음대로 밤을 새우거나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종횡무진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젊음이 가치 있습니다. 그런 무모한 일을 저지른 직후에도 잠깐 쉬고 나면 또 새로운 건강한 하루가 주어지는, 마법 같은, 아주 짧고, 다시 오지 않는 시기입니다. 그 넘치는 활력을 의미 있게 활용할 방법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그러나 저를 비롯한 우리 젊은이들은, 젊음의 가치를 잘 모르고 허비할 때가 많습니다. 술과 약,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타임 킬링을 위한 유튜브와 게임, 섹스와 섹스를 쟁취하기 위한 온갖 노력 등으로 말입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것에 매몰되어 다른 가치 있는 것들에 투자할 활력을 잃고 마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어진 시간을 흥청망청 허비하다가,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시간을 아끼는 법을 익힙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젊습니다. 시간을 아껴 사용하는 일을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내게 남은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겠노라고 다짐해 봅니다. 비디오 게임 다잉 라이트의 주연급 등장인물인 Jade Aldemir가, 플레이어인 Kyle Crane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남긴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을 아껴 사용하겠노라 다짐하는 글을 쓰면서 떠올리는 인용문조차 비디오 게임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게 기분이 묘하네요.


"Everybody's life is finite, Crane. You can't deny it. It's pointless. We get here, and eventually we die, and there's nothing we can do to change that. The only thing that we can do is to make what happens in between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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