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GENTINA (부에노스 아이레스)
28살이 되었을 때 즈음,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독립을 했다. 나의 첫 자취집은 신사동 가로수 길 근방에 위치한 4층짜리 빌라였다. 가로수 길 안쪽에 있어 조용하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면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고, 10분 정도를 더 걸어 나가면 한강에서 산책할 수 있는 20대의 나에게는 꽤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집이였다. 드디어 수원에서 강남역까지 왕복하던 출.퇴근 지옥을 벗어나게 되었다. 오전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억지로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 부리나케 서둘러 옷을 입고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던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니, 하루에 3~4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겨 버렸다. 처음에는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당황을 했다. 갑자기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버린 거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독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이 시간을 즐기는데 서툴렀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 집 근처에 Tango라고 쓰인 간판을 보았다. 짙은 오렌지 빛깔의 70센티 정도 되는 작은 크기의 간판이었는데, 검정 글씨로 심플하게 Tango라고만 쓰여 있었다. 호기심 반 넘치는 시간을 때우고자 하는 마음 반으로 그 탱고 클래스를 찾아갔다. 레슨은 한 달 정도로 짧게 다니고 그만두는 바람에, 그때 배웠던 초보자의 스텝 따위는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내 나이 또래가 많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때의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어른들이 강습을 배우고 있었다. 한 달 동안 탱고에 그다지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탱고 강사님께 들었던 ' 밀롱가 '라는 흥미로운 단어는 기억을 하고 있다.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는 '밀롱가'라는 곳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찾아와 탱고 음악을 들으며, 댄스 플로어에서 탱고를 즐기는 곳이라 했다. 이름도 흥미로운 밀롱가..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라고 무심코 생각을 했었다.
탱고를 한 달 만에 그만두고 난 후, 몇 달 후 나는 우연히도 아르헨티나 출신의 남자와 데이트를 하게 됐다. 그로부터 4년 후 아르헨티나는 나의 또 다른 가족인 시댁 식구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시댁인지라 일 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때 일주일 정도 가족들을 방문하곤 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최소 28시간, 하루를 훌쩍 넘겨 이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가지만, 짧은 일주일간의 시간 동안 사실 관광보다는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시댁 식구들과 남편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끔 관광지를 찾을 때는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탕게라와 탕게로를 만나곤 했다. 탱고를 추는 남자는 탕게로, 그 반대로 여자 댄서는 탕게라라고 부른다. 반도네온의 악기로 연주되는 탱고 음악에는 끓어오르는 열정과 애잔함, 그리고 강렬한 밀고 당김이 느껴지는 깊은 흡입력이 있다. 그 음악에 맞추어 탱고를 추는 탕게라와 탕게로의 화려한 스텝과 몸의 움직임에 매료되어, 숨을 죽이고 쳐다보게 된다.
작년엔 코로나로 시댁 방문을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작년 몫까지 더해 한 달여간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현재 살고 있는 포르투갈에서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니, 비행시간은 반으로 줄었다. 남편이 어릴 때부터 자라 온 집 근처에는 어린 시절 친구 '뿌삐'가 한 블록 거리에 살고 있다. 실제 이름이 '뿌삐'는 아니고 별명이다. 이상하게도 아르헨티나에서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별명' 이 있다. 다 큰 어른들도 친구들끼리는 그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고, 본인 자식도 원래 이름보다는 별명을 더 많이 부른다.
나의 남편은 나에게도 별명을 지어 줬는데 내 별명은 '고르디또'다. 고르디또 의 뜻은 뚱뚱한 남자 아이다. 실제로 나는 뚱뚱하기보다는 마른 편에 가까운 체형을 가지고 있다. 데이트를 시작한 무렵엔 나를 '라똔시또'라고 불렀는데, 그 별명의 뜻은 '새끼 쥐'라는 뜻이다. 딸 둘을 가지신 우리 부모님은 다소 오글 거리긴 해도, 나와 내 동생을 우리 강아지, 예쁜 공주 등 귀여운 이름으로 불러 주셨는데, 쥐새끼라니... 상당히 듣기 불쾌한 별명이다. 난 이 별명을 남편에게 금기어로 지정했다. 남편의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아르헨티나에서는 흔한 애칭이라며 미소를 지으셨다. 고르디또는 어감이 듣기 썩 괜찮아서 그냥 두었다.
지난 9년간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나도 그들과 우정을 쌓으며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매일 아침 뿌삐와 함께 우리 커플은 아르헨티나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아침 메뉴는 '메디아 루나'. '반달'이라는 뜻의 이 빵은 크라상과 닮았는데 달콤한 맛이 나는 만테카와, 짭조름한 맛이 나는 그라싸 중 선택 할 수 있다. 난 항상 만테가를 골랐는데, 식감은 버터롤과 크라상의 중간 정도 되는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나는 빵이다.
뿌삐가 어느 날 아침 식사 중 말하길 본인의 아버지가 취미로 '탱고'를 추신다고 했다. 18세부터 탱고를 추기 시작하셨는데, 여든이 넘은 지금도 '밀롱가'에서 탱고를 즐겨 추신다고 했다. 남편이 뿌비의 아버지가 춤을 추실 때 우리도 함께 가서 내게 아르헨티나 문화를 경험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이런 재미있는 경험을 놓칠 수 없지. 며칠 뒤 마침 뿌삐의 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 '호세'가 그 자리에 있어 '밀롱가'에 함께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여쭈어 보았다.
호세는 흔쾌히 다음 주 월요일에 가자며 제안을 했고, 우리는 바로 일정을 잡았다. 호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저녁 밀롱가를 찾는다. 그에게 탱고는 제일 좋아하는 취미이자, 몸을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했다. 각각의 밀롱가마다 춤을 출 수 있는 요일이 다 다르다고 한다. 호세는 우리를 위해 본인이 생각하는 규모가 크고 괜찮은 밀롱가에서 저녁 8시에 만나자고 제안했다.
월요일 저녁, 우리는 (남편과 나, 뿌비와 그의 여자 친구) 호세가 추천한 밀롱가를 찾았다. 오래 전 부터 말로만 듣던 밀롱가를 드디어 찾게 되다니, 들어가는 입구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입구로 들어가니 붉은빛과 푸른빛이 뒤섞여 있는 조명이 나무 바닥으로 만든 무대를 비추고 있다. 무대를 기준으로 한쪽에는 여성 탕게라가, 다른 한쪽에는 남성 탕게로가 나누어져 서로를 마주한 방향으로 의자에 앉아 있다. 그 안에서 호세가 어디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댄스 플로어에서 슈트 바지와 흰색 셔츠를 입고 이미 탱고를 추고 있는 호세를 발견했다.
월요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이들이 탱고를 추러 밀롱가에 와있었다. 관광을 하러 온 이들은 우리가 유일한 듯했다. (남. 녀가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은 우리가 유일했다) 앉아 있는 이들은 탱고를 춘 후 잠시 쉬고 있거나, 다음 댄스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윽고 음악이 멈추고 춤을 추던 이들이 자리로 돌아갈 때 즈음, 호세에게 손을 흔들어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한쪽 볼을 서로 맞대고 키스를 하는 아르헨티나 식 인사로 호세는 우리를 맞이했다. 그때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호세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한쪽에는 여성들이 한쪽에는 남성들이 앉아 있는데 맞나요?'라고 확인차 물었다. 그러자 호세는 내가 본 게 맞다며, 탱고에서 춤 파트너를 정하는 방식에 대하여 설명한다.
남, 녀가 댄스 플로의 공간을 중간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서 플로어를 향해 마주보고 앉는다. 남성 탕게로는 본인이 춤을 추고 싶은 여성 탕게라에게 눈빛을 보낸다. 탕게로와 탕게라가 눈을 마주 치면, 탕게라는 승낙 또는 거절 중, 하나를 선택 하게 된다. 춤을 추길 원하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 된다. 반대로 거절을 원할 경우, 마주친 눈빛을 살며시 피하면 된다. 모든 것이 눈빛으로만 이루어진다. 그 얘기를 듣고 2시간 정도를 누가 누구에게 눈빛을 보내나 지켜보았는데, 처음 밀롱가를 찾은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탱고 파트너를 정하는 방식이 남성 중심적이 아니냐는 말을 한다지만. 호세는 절대 아니라며 덧붙인다. 선택권은 여성에게 있기에, 여성이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남자도 그녀와 춤을 추지 못한다고 말한다. 내가 탕게라 라면, 적극적으로 춤솜씨가 훌륭햔 탕케로에게 눈빛 보내고 싶을 거 같은데, 그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잠시 해보지만, 원래의 그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춤의 신청과 수락을 의미하는 눈빛 교환이 끝나면, 새로운 무대가 시작하기 직전, 남성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성의 자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두 사람의 거리가 약 2미터 정도 남았을 때 이들은 서로가 교환한 눈빛이 맞았는지 재차 확인한다. 확인이 끝나면 여성이 무대로 걸어 나와 남성의 손을 잡고 무대로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남성 탕게로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착각하고 두 명의 여성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혹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의 손을 잡는 민망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2미터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호세가 설명을 마치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블랙 드레스를 입은 짧은 단발의 블론드 여성을 보라고 신호를 보낸다. 눈을 지그시 감고 춤을 추고 있는 그 여성은 음악을 음미하며 탕게로의 몸짓과 스텝의 흐름에 조화롭게 맞추어 탱고를 추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여성은 앞이 안 보이는 장님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수려하게 탱고를 매우 잘 추고 있었다. 춤을 잘 추는 탕게라는 밀롱가에서 인기가 높다. 그래서 호세는 항상 밀롱가에 도착하면, 그녀에게 춤을 가장 먼저 요청한다고 한다. 그 여성분은 내가 앉은 테이블 바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정말이지 쉴 새 없이 탕게로 들이 춤을 요청을 받으셨다. 다만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기에, 눈빛 교환의 룰은 적용되지 않는다. 탕게로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그녀에게 춤을 추기를 요청했다.
탱고는 남성 탕게로가 리드하며 스텝을 맞추는 춤이다. 탕게로는 한쪽 팔을 탕게라의 허리 윗부분에 두르고, 다른 한 팔은 선서하듯 손을 들어 탕게라의 손을 잡는다. 자세히 보면 허리 윗부분을 감싼 손과 팔을 움직이며, 탕게라에게 사인을 보낸다. 그 신호와 탕게로의 발 움직임을 따라 탕게라가 자연스레 따라 호흡을 맞춰 춤을 춘다.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이는 스텝을 보다 보면, 탕게라의 구두로 시선이 간다. 높이가 6센티 정도 되어 보이는 중간 정도의 하이힐인데, 발등을 덮는 스트랩이 있다. 춤을 추다가 벗겨지는 일이 없도록 스트랩을 덧붙인 디자인이다.
생각해 보니 탱고를 배울 때 선생님이 스트랩이 있는 신발을 신으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때 난 탱고 신발을 사지는 않았었다. 뭐든 시작하면 장비부터 먼저 사고 보는데, 보통 장비를 먼저 사고 나면 지불한 돈이 아까워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꾹 참고 시작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골프도 그랬었고, 스노보드를 배울 때도 그랬었다. 아마 한 달 만에 탱고를 그만둔 건, 처음 탱고 구두를 사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흠.. 이 글을 읽는 분 들 중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지 궁금하다.
아르헨티나를 처음 방문했던 건 8년 전인데, 투박한 플랫폼 신발이 인기였다. 앞도 투박하고 큼직하게 둥그렇고, 허리 벨트 두께의 두꺼운 스트랩이 덮여 있는 그런 슬리퍼 혹은 샌들 디자인이었다. 편해 보이긴 하지만 내 눈엔 못생긴 그 신발이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다. 그 유행이 좀처럼 시들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밀롱가에서는 골드와 실버로 반짝이거나 블랙과 레드의 강렬한 조화 등 화려한 색상들로 디자인된, 앞 코가 갸름하게 빠진 모양의 구두들을 다들 신고 있었다.
밀롱가에 있는 많은 이들 중 여성분들 중엔 외국인 비율이 30프로 정도 된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탱고를 배우는 이들에겐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탱고를 위한 성지 순례의 도시인 것이다. 남성분들 중엔 10프로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다만, 외국인들은 춤 실력이 시원찮은 경우가 잦아 아르헨티나의 탕게로 들은 이들에게 춤을 잘 청하지 않는다고 한다. 참으로 매정하지만, 그만큼 탱고에 진심인 것이다. 다른 모티브는 없다. 춤을 추는 이들은 젊은이들보다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 한편에 매우 젊은 외국인 여성분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 여성분은 스테이지에서 한번 탱고를 춘 이후로는 계속 앉아만 있다. 탱고를 더 추고 싶으면, 열심히 연습해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멀리서부터 비행기를 타고 이곳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찾아왔는데, 탕게로와 매칭이 되지 않아 자리에만 앉아 있는 신세가 된다면 뭔가 좀 억울하지 않겠는가. 아르헨티나에선 뭐든 유연하다. 찾으면 방법은 다 있다.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택시 댄서'가 있다. 전문 댄서들이 이들에게서 댄스비를 지불하면, 그들은 밤새 미리 어레인지 해둔 한 명의 탕게로와 춤을 추는 형식이다. 외국인 여성 댄서 1명 혹은 2명이 남성 탕게로와 한 팀이 되어 돌아가며 춤을 춘다.
밀롱가 안에선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커플이 되어 밤새 그들끼리만 춤을 추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한 명 하고만 춤을 추는 이들은 열에 아홉은 아니 열에 열은 택시 댄서와 그들을 고용한 사람들이다. 2시간 동안 앉아서 춤추는 이들을 관찰하다 보니, 파트너 한 명 하고만 춤을 추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 밀롱가 입구에 들어섰을 때 새까맣고 기름진 장발의 머리카락을 올백을 한, 이글이글하게 열정이 끊어 오르는 눈빛을 지닌 남성이 눈에 띄었는데, 이분은 택시 댄서였다. 내가 입구에 들어섰을 때부터, 밀롱가를 나갈 때까지 탕게라 파트너가 바뀌지 않았다.
70년대의 밀롱가 안에선 라이브로 연주되는 탱고 음악이 흘렀다고 한다. 현재는 라이브 음악 대신 리코딩된 음악으로 반주를 대신한다. 들끓는 열정을 기막히게 표현해 내는 반도네온이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에 맞추어 탱고를 추던 70년대의 밀롱가는 어땟을까. 라이브 음악을 실제로 들었다면, 아마 다시 가로수길의 탱고 스튜디오를 찾아가 탱고 레슨을 수강 했을지도 모른다.
밀롱가를 방문하니 탱고가 아르헨티나인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낮의 일과를 마친 이들이 그 어느 때와 별다를 것 없는 월요일 저녁 밀롱가를 찾아와 탱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며 보낸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일반 시민들이 일상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인, 살아 있는 문화이다. 다만, 밀롱가 안에는 젊은이들은 눈에 띄질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유입이 계속되지 않으면, 이 전통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문득 들었다.
뿌삐와 함께 한 그의 여자 친구 '자히라' 에게 나는 밀롱가에 와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페루 출신의 그의 여자 친구는 나와 함께 그날 밀롱가를 처음 방문을 했다. 자히라는 본인은 탱고가 너무 좋다며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밀롱가는 밤에는 화려한 댄스 스테이지의 모습이지만, 낮에는 탱고 레슨 스튜디오의 역할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소로 변한다. 새로운 학생들이 계속 유입되어 그들의 이 멋진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을 쓰며 탱고 음악의 대가 피아졸라(Piazolla) 의 리베르탱고(Libertango) 를 듣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유혹하며 관능적으로 내 등을 따뜻한 손으로 쓰러 내리는 감각이 든다. 밀롱가에서 느껴지는 숨결이 궁금하다면, 함께 이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잠시 동안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느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