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삼겹살 & K-rice)
2021년 10월에 리스본으로 이주했으니 이제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드디어 긴 해외살이 끝에, 한국에서 한 달이라는 휴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리스본에서 파리를 경유, 서울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 안엔 익숙한 K-pop 멜로디가 흐르고, 한국인 승객들의 대화가 제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이 소소한 모든 게 반가웠습니다.
제 좌석 옆에는 유럽여행을 막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자매 두 분이 계셨어요. 그분들과 서로 간단한 소개를 나누었답니다.
- “저희는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 "어머! 그러세요? 저는 리스본에 살고 있어요...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잠시 후,
두 자매 분이 이런 얘기를 서로 주고받더군요.
- "너, 한국 가면 뭐가 먼저 먹고 싶어?"
그 얘기를 듣는데, 저도 너무나 그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군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분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저.. 저.. 저기.. 저도 뭐 먹고 싶은지 말해봐도 될까요?"
1년 반 만에 돌아가는 고국 방문인지라 설렘에 그런 오지랖을 떨었습니다.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말이죠...
이번에 한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먹고 싶었던 음식은 삼겹살이었어요. 한국에 도착한 첫날,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베프와 함께 삼겹살 집으로 바로 직행했습니다.
지글지글 되는 삼겹살과 쌈을 싸 먹기 위해 스댕 밥그릇의 뚜껑을 열었는데!!!!
반지르르하게 흐르는 쌀의 윤기에 '띄용'!!! '띄용'!!!
오랜만에 보는.. 잊고 있었던…. 따뜻하게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그 위로 정말 사진 필터라도 씌운 듯 좔좔 흐르는 영롱한 쌀의 윤기에 정말 감동을 받았답니다. 새하얀 밥알 한 톨 한 톨, 그 작고 포실포실 귀여운 것들이 반짝반짝 빛까지 나더군요.
웬 오버냐고요? 정말 진지하게 진심입니다.
한국에서는 쌀 도정일, 수확연도를 확인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지만, 유럽에서 파는 쌀엔 그런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죠.
언제 수확한 건지 모를 푸석푸석하고 꺼끌꺼끌한, 입안에서 겉도는 유럽의 쌀로 지은 밥만 먹다가 이렇게 윤기가 흐르는 밥을 먹으니 정말 행복하더군요. 쌀도 역시 K-rice입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더군요. 윤기가 흐르는 갓 지은 쌀밥! 이제 제겐 저를 반겨주는 소중한 고향의 온기가 되었습니다.
포르투갈 에세이
<리스보에따의 하루엔 느긋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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