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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May 03. 2023

리스본에선 글쓰기가 더 쉬운 이유에 대한 짧은 고찰

리스본에서 해외 살이를 시작한 이래의 첫 귀성. 이번 고향 방문 기간 동안 인생 프로젝트 중 하나라 가히 말할 수 있는 책 출간을 준비했다.


바로 바로 <리스보에따의 하루엔 느긋함이 있다>


서울로 돌아와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나니 친구들과 지인들의 줄질문이 이어졌다.

아마도 내가 본래부터 글쟁이로 먹고살았던 이가 아니었기에, 어떻게 책을 출간했는지에 대한 호기심, 놀라움, 의아함들이 곁들어진 질문들이었다.

'대단하다. 너 원래 글을  잘 썼어?’, ‘유미야, 너 글 쓰는 걸 좋아했었어?’, ‘아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준비해서 출간까지 했다고?’

물론 그 와중엔 용기를 불어 주는 응원들도 있었다. ‘우리 엄마가 너 글 맛깔나게 잘 쓴대. 언제 이렇게 글을 썼어?‘ (친구에게 받은 칭찬 중 하나를... 은근 슬쩍 함께 버무려 본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다 보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돌이켜 보니 리스본에서는 글쓰기가 훨씬 쉬웠다.

처음엔 그저 리스본에서 시간적 여유가 많았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첫 1년간은 백수로 지냈다.) 하지만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었음을… 리스본을 잠깐 떠나 서울에서 머물다 돌아와 보니 알겠다. 아니… 알아채게 되었다. ‘리스본은 나에게 사색할 공간과 여유를 준다는 것을..'


리스본엔 소음이 적다.

먼저, 시각적인 소음.


서울에선 가족 집에서 머물렀다. 아침에 일어나 운이 좋다면 (그날의 미세먼지 상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고(복도식 아파트다) 외출을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침부터 광고를 송출한다. 마O컬O 에서 파는 소시지와 층간 소음을 방지하는 슬리퍼에 대한 광고가, 무방비했던 나의 머릿속을 허락 없이 비집고 들어 온다.

주입되는 광고에 생각이 흐름이 아무런 저항 없이 바뀌어 버린다. '저 소시지, 오늘 주문해 볼까? 아이용 슬리퍼도 있네? 꽤 좋은 아이디어인걸. 오늘 주문하면 내일 오겠군…. 리스본에서는 이런 빠른 배송은 상상할 수 없는데 말이지..'


이제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향한다. 출근 시간 지하도에선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람들을 요리 저리 피하기 바빴다. 오락기에서 장애물을 피하듯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몸을 빠르게 움직여봐도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게 된다. 전에는 몰랐지만 서울은 정말이지 대도시다.


그렇게 서울에서 한 달간의 시간을 보내고 리스본으로 돌아왔다. 물속에서 수영을 할 때 세상의 소음과 단절되듯, 리스본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시각적 그리고 청각적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나에게 사적 공간이 더 생긴다. 그렇다.. 무엇보다 사색할 여유가 생긴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강멍과 바다멍을 때린다. 때론 아담한 공원 안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거위가족들과 공작새가 있는 공원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한다. (마침 돌아왔을 때의 시기가 봄철이라, 이 곳 공기엔 꽃내음이 실려 있었다. 추적추적했던 긴 겨울이 끝나고 맞이하는 달콤한 봄이다.)


언제든 멍~ 하니 있을 수 있는 리스본의 환경이 글쓰기에 좋은 영향을 미침에 틀림이 없다고까지 생각이 드는 참이다. 리스본의 주위 환경은 나의 사고를 몰랑 몰랑하게 만들어 실가닥을 뽑듯, 이야기를 뽑아내 그것를 쓰게 만든다.


이 무슨 괘변이냐… 싶겠지만 작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인용해 본다. <정리하는 뇌>의 저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이 책에서 말하길, 우리의 뇌가 휴식을 취하는 '몽상 모드'일 때(쉽게 말해 멍 때리는 시간이다) 창의적인사고를 발휘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멍하니 있는 동안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퐁퐁 샘솓는다. 그럼 그 생각들을 타이핑하기 시작한다.

그래서이지 싶다. 이곳에서의 글쓰기가 훨씬 더 쉬웠던 이유.


아마추어가 장비탓 하는 것 마냥, 새내기 작가가 장소 탓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웃음)

그렇게 리스본의 장소발을 받아 탄생한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을 소개한다.


포르투갈에서의 느긋한 삶과 리스보에따의 문화가 궁금한 이들. 혹은 포르투갈 한 달 살기 또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리스본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


리스보에따의 하루엔 느긋함이 있다.

리스보에따 에세이가 우연히 이 책을 만나게 된 독자들에게 잠깐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을 선사하길 바란다.책을 덮은 후엔, 멍- 하니 사색하는 시간 또한 가져다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리스보에따의 하루엔 느긋함이 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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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마을, 스토리지북앤필름(해방촌), 종이잡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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