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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치규 Oct 07. 2021

가족을 넘어서지 못한 항우

정치력-가족넘기-가족을 넘어서지 못한 항우

유방은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가족을 넘어선 사람이었지만 항우는 가족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사기>는 "우虞라는 이름의 미인이 있어서 늘 총애를 받아 따라다녔고, 추騅라는 이름의 준마가 있어서 늘 이를 타고 다녔다."라고 항우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항우는 전쟁터에까지 사랑하는 여인을 데리고 다니며 가족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항우의 군대가 해하에서 방벽을 구축하고 있을 때 군사는 적고 군량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한군과 제후의 군대는 여러 겹으로 포위를 했고 밤에는 한군이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불러 초군의 사기를 떨어뜨립니다. 낙담한 항우는 한밤중에 일어나 장중에서 술을 마시며 비분강개한 심정을 시로 읊었습니다. 그 유명한 <역발산기개세>라는 시입니다.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하건만

力拔山兮氣蓋世


시운時運이 불리해 추騅 또한 나아가지 않는구나.

利兮騅


추騅가 나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

逝兮可柰何


우虞여, 우여, 그대를 어찌해야 좋을까?

虞兮虞兮柰何!


자신과 용맹하게 전장을 누빈 오추마烏騅馬마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항우는 여러 차례 노래를 불렀고 항상 그를 시종한 우미인虞美人도 따라 부르며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항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운' 탓을 했습니다. 


생사가 엇갈리는 무서운 전쟁터에 우미인을 동반하며 다닌 것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성공한 자들은 자신의 과업에 충실했고 결코 항우처럼 사랑이나 가족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지휘관이 막사에 여자를 늘 데리고 있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항우가 생각을 한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패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대를 어찌해야 좋을까?"라고 묻는 항우의 모습은 일도 망치고 가족도 망친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우리가 성취하려고 애쓰는 일들은 공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은 사적인 영역이며 가족을 돌보느라 공적인 임무를 태만히 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넘어서야 하는 것이 바로 '가족'으로 대표되는 사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명백히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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