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위치알기-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안 진영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늘 위치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치력 있는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 할 위치를 잘 압니다. 올라가야 할 때 내려서고 내려서야 할 때 올라서는 것은 안됩니다. 자신의 감당할 수 있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위치알기'입니다.
올라가야 할 때 올라서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려가야 할 때 올라서는 경우, 올라가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올라서려고 할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나라 초기 공신인 진영陳嬰과 그의 모친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진영은 원래 동양현의 하급관리였지만 평소 신의가 있고 신중해 장자長者로 준경을 받았습니다. 진나라가 기울자 동양현 젊은이들도 현령을 죽이고 봉기했습니다. 수천 명이 모여 진영을 우두머리로 삼으려 했는데 진영이 사양했지만 그들은 억지로 진영을 왕으로 세우고 푸른 천의 못자를 씌우고 창두군(蒼頭軍)이라 칭했습니다.
이때 현명한 진영의 모친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너희 가문으로 시집 온 이래 이제껏 너의 조상 중에 귀하게 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네가 왕명(王名)을 얻는다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못 된다. 차라리 남의 밑에 있는 것이 낫다. 그러다가 거사가 성공하면 후侯에 봉해질 수 있고, 또 거사가 실패했을 경우라도 쉽게 화를 면할 수 있으니, 이는 네가 세상 사람들이 지목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진영은, “항씨는 대대로 장수의 집안이며 초나라에서도 이름이 높소. 그러니 지금 대사를 일으키고자 함에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이오. 우리들이 명문대족에 의탁하면 진秦의 멸망은 틀림없을 것이오.”라며 항우의 휘하로 들어갑니다. (사기, 항우본기)
진영의 모친은 현명한 분이었고 특이 '위치알기'를 잘 하는 분이었습니다. 가문의 위치와 아들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왕이 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자신의 적절한 위치를 찾아간 진영 또한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군수 이상의 관리는 하지 말라고 했던 퇴계의 모친과 그 말을 받아들여 일찍 관직에서 내려온 퇴계선생을 보는 듯 합니다.
진영은 항우의 진영에서 공을 세우고 다시 유방에게서도 공을 세워 공신 중 86위에 올랐고 몸을 잘 보존했습니다. 오르라고 주변에서 모두 추켜세울 때 진영처럼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자리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