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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젠 Jul 07. 2023

그냥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 Part 2 -

박사 졸업 후 대기업으로 취업한 대학원생

갑작스레 정한 교수의 꿈, 교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 Part 1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뒤,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교수가 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우선 이공계 학문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학박사' 또는 '공학박사'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 즉, '박사'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교수가 될 수 있다. 사실 다양한 종류의 교수(특임교수, 산학교수 등)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이공계 교수가 박사 학위 소유자는 아니지만, 정년(tenure)이 보장된 교수를 하기 위해서는 박사 학위가 필요하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가야 한다.


그래 교수가 되기 전에 일단 박사 학위를 따자


    문제는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교수 자리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교수는 운칠기삼도 아니고 운구기일이란다. 아무리 논문 실적이 좋고 연구 경험이 많아도 본인의 전공 분야를 맡고 있는 (비교적 젊은) 기존 교수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교수가 될 수 없단다. 따라서 교수가 되고 싶다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할 때부터 전국에 있는 우리 과 교수님들의 전공과 은퇴 시기를 고려해서 연구실을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필자의 전공이 있는 학교는 전국에 몇 곳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대부분의 대학에 있는 전공이었다면 상황이 약간 다를 것이다). 특정 학문 분야에 큰 뜻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조언과 현실이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특정 전공 분야에 관심이 있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전문직으로 오래 일하고 싶었고, 기왕이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업이 하고 싶었다. 두 조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직업이 교수였을 뿐이다.


    이제 내게는 무슨 세부 전공을 연구 분야로 삼을지, 대학원은 어떤 연구실로 갈지가 중요했다.


무엇을 전공하지? 박사 학위는 꼭 외국에서 받아야 하나?


    과에서 가장 인성이 좋다고 알려진 A 교수님께 이메일로 나의 고민을 적고 상담을 요청드렸다. 그는 해외 명문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졸업한 뒤에 거의 바로 우리 과에 교수로 부임해서 10여 년째 교직에 있는 중이었다. 이메일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 교수님께 회신이 왔다.

O일 OO시까지 OOO호로 오세요.

    당일에 나는 교내 파리바게트에서 롤 케이크를 하나 사서(김영란 법 생기기 전이니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떨리는 마음으로 A 교수님의 연구실에 방문했다. 역시 좋은 인성의 소유자라는 소문대로 그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나를 반겨주며 의자를 내어주었다. "교수가 되고 싶다고?"라는 질문에 나는 "네"라고 대답한 뒤, 궁금했던 것들을 줄줄이 질문했다.

교수가 되려면 꼭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하나요?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한다면 석사 때부터 해외로 나가는 게 좋을까요?
제가 교수에 지원할 즈음에도 해외 박사만이 교수가 될 수 있을까요?

    A 교수님에 따르면 과거에는 교수 임명 시 해외 박사 학위 소유자들을 우대했다고 한다. 또한, 교수가 되고자 하는 우리 과 출신의 박사 학위자들이 많아서 교수 시장이 레드 오션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많은 박사들이 교수에 지원하는 것을 포기했고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의 수가 크게 줄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교수를 뽑으려고 해도 지원 자격(박사학위, 연구 실적)을 갖춘 사람을 찾기 힘든 상황이랜다. 요약하자면 내가 졸업할 때 교수 시장은 블루 오션일 것이고 시대 흐름에 따라 국내 박사 학위 소유자이더라도 교수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내 박사 학위 소유자여도 충분하다는 사실은 내게 큰 호재였다. 해외로 대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군대를 다녀와야 했지만, 국내 대학원을 간다면 박사 학위 과정으로 대체 복무를 하는 전문연구요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군대가 18개월로 줄어서 36개월짜리 전문연구요원을 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필자가 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군대와 전문연구요원 사이의 복무 일수 차이가 약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전문연구요원도 지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3급 이상의 한국사 자격증 소유자여야 하며 영어 시험 TEPS의 점수와 석사과정 학점으로 1년에 약 600명을 선발한다. 자세한 얘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또 다루도록 하겠다.

    내가 속한 대학에는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을 따로 이수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석박사통합과정으로 두 과정을 한 번에 이수하는 것이었다. 석박사통합과정은 일종의 도박과 같은데, 각 과정을 따로 이수하는 것보다 1년 정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도중에 포기하면 석사 학위도 없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 학위가 필요했던 나는 호기롭게도 도중에 포기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에게 석박사통합과정은 단점은 하나도 없는 황금사과로 보였다. 이 선택이 황금사과가 아닌 선악과였는지를 깨닫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냥 교수가 되고 싶던 나는 이제 두 가지 결정을 했다. 첫 번째, 국내 대학원으로 진학하며 석박사통합과정을 이수한다. 두 번째, 병역은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한다. 나에게는 마지막 결정만 남았다.



졸업할 즈음 교수에 지원할 때 가장 유리한 전공 분야를 뭘까?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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