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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M Feb 03. 2022

바다 수영 - 여차 해안의 절경을 따라

이번 여정은 여차 몽돌의 비경을 따라가기로 했다


지난번 파도가 높아 뒤로 미루었던 여차 몽돌 해변을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따라가기로 했다.


거제 여차 몽돌 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해안의 절경을 따라서 바다 수영이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거제의 비경을 감상할 요량이었다.


여차 몽돌 해수욕장은 대략 20여 년 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큰 아이를 데리고 온 후로 거제에 살면서 자주 오는 꽤 이름 있는 해수욕장은 아니었다.


당시 기억으로도 해수욕장까지 려면 비포장길을 먼지 풀풀 날리며 지나야 했고,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곳이 경사가 심한 진입로에 주차장까지 좁아서 별로 특별할 게 없는 그냥 흔한 거제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 중에 하나였다.


거제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라 거제 내에서 출발한다 해도 한 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는 불편함과 특히 재래식 화장실은,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과는 달리 붐비지 않고 한적해 좋다는 장점을 제외하곤 다시 가고 싶은 여름철 휴가지에서 한동안 지워져 있었다.


하긴 이건 20년 전의 희미한 기억이라 이제는 많이 변했을 거란 막연한 기대로 교통편이 많이 좋아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5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로 이번 바다 수영의 이른 아침은 보통 때보다 30분은 서둘러 늑장을 부리면 안 되었다.


거제도는 십자 모양으로 생긴 섬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중에서도 여기 여차 몽돌 해수욕장은 와현, 구조라, 학동 몽돌 해수욕장을 지나서 해금강 입구를 지나친 다음 마주칠 수 있는 거제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몽돌해수욕장이다. 여차 몽돌 해수욕장 오른편으로 숨은 몽돌 해변이 있는데 최근엔 오히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어렴풋한 기억만 가지고 막상 와보니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당시엔 보지 못한 절벽 아래 펼쳐진 절경이며, 산뜻하게 정비한 포장도로, 여차로 들어오는 입구에선 포구 위로 둘레길을 만들어 아담하고 정겨운 어촌 마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고 더욱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깨끗하게 잘 정비된 화장실은  푸세식에서 풍기던 20년 전 조각처럼 남아 있던 기억을 말끔하게 지워 주었다.


여차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오늘의 목적지는 여차 몽돌 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오른쪽 해안의 절경을 따라 직선거리로 1.6킬로 지점 (수영을 해서 가다 보면 직선거리와는 제법 차이가 난다)에서 작은 몽돌 해변에서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는 왕복 4킬로가량의 여정이다.


목적지이자 휴식 공간은 수영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이름 없는 몽돌해변이다.(이런 곳을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환점의 위치를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사람이 갈 수 있는 교통로만 준비된다면 조그마한 몽돌 해수욕장이 생길법한 아담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도상 훈련은 마쳤으니, 이제 슬슬 출발해 보자


우리 팀은 정말 팀워크가 좋은 것 같다. 여차 주위는 관광지이기도 해서 유람선이 자주 다니는 데다, 낚싯배들이 해안까지 근접하는 곳이라 항상 주의해야 한다.

그날따라 낚싯배들이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전속력으로 자주 지나간다.


특히 수시로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고 또한 누구 하나 뒤쳐지거나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자연스레 휴식을 하면서 위치 보정을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동호회의 불문율이다.


가장 저질 체력인 내가 문제긴 하지만, 그래서 순서는 대략 앞에서 2번째 아님 세 번째, 뒤쳐지면 늘 기다려준다.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초록색 부이이다.


물살은 잔잔하기가 딱 실내 수영장이다. (잔잔한 바다를 장판이라 비유하시는 분도 있다.)


중간 기착지를 향해 가는 길은 죄다 황홀한 절경이다. 그 절경을 따라가다 보면 이곳이 왜 한려수도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는지 진심으로 실감하고 공감하게 된다.

 

가는 도중 계곡같이 파인 곳은 더욱 아름답다.


오래전 누가 무어라 명명했는지 모르겠지만 길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해도 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절경이다.


바닷속 경치 또한 장난이 아니다. 물이 맑기도 하거니와 가을을 준비(ㅠㅠ) 하고 있는 전어 치어들이 마치 자기 놀이터인 양 빼곡히 놀고 있다.

※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이런 광경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에 두고 있다는 게 그냥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두어 번 절대적 비경에 한눈을 팔다 중간 기착지인 몽돌 해변에 도착했다.


해변 근처에서 덕 다이빙도 하고, 보말이 자연 그대로 노출된 채로 군침을 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구경만 하는 것으로...


거기서 약간의 달달함을 보충할 수 있는 간식과 함께 커피를 나눠마시고 이렇게 한껏 겉멋도 부려본다.


한참을 매료된 주변 경치를 감상하다가 돌아올 때는 언제나 그렇듯 거침없이 직진 특히 이번 여차부터는 일렬종대를 시도해봤다, 앞사람 부이나 오리발에 부딪히는 거품을 보고 뒤를 따르고, 길에 익숙한 리더가 제일 앞에서 방향을 잡고 속도를 조율하며, 체력적으로 강하며 가장 노련한 베테랑이 제일 뒤를 맡는다.


이렇게 가면 뒤쳐짐 없이 중간 휴식 없이 제법 긴 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혼자 하면 못하는 것을 팀워크로 해결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이런 게 의외로 많고 반응도 좋아 이후로 계속 일렬종대가 새로운 불문율로 채택되었다.


이렇게 다녀오니 


시계는 3.6킬로를 찍었는데, 같이 갔던 분은 4.2에서 4.8까지 다양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동 구매한 것도 아닌데 우연찮게 모든 분이 순토 9를 휴대하고 매번 시계마다 오차가 크게는 약 1킬로가 나는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일렬종대였는데...

실내 수영에서는 거리를 의심할 필요도 없이 정확하게 나왔는데도, 우리 같은 아마추어에겐 그냥 GPS의 오차라고 설명하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으려나? 음~~ 그래도 기계치에겐 어렵다.


하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날도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행복감과 쉽지 않을 이번 한 주를 또다시 씩씩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동기를 이번 여차 해안의 절경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거 하나면 다시 찾아오는 힘든 한 주를 버텨낼 힘을 얻는 것이다.


이름 없는 몽돌 해변에서 찍은 이렇게 예쁜 사진까지....


그날의 여정은 기암절벽과 함께한 여차의 바닷속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하루였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함목해수욕장에서 거제에서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신선대를 다녀온 이야기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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