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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M Mar 27. 2022

바다 수영 - 구조라 방파제에서 윤돌섬 돌아오는 비경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장마가 한풀 꺾인 걸까?


작년 6월 중순경이었던 같다. 늦게 찾아온 장마가 일주일 내내 구멍이 난 것처럼 퍼붓더니,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 잔뜩 찌푸린 구름 사이로 무더운 햇살이 빼꼼히 비더니, '음~~ 여름이 시작되는 걸까?'


사람의 마음이 한마디로 간사하다. 하루 종일 비가 그내릴 때는 비 때문에 답답하고, 비가 그치고 나니 이제는 무더워가 걱정된다. 모쪼록 이번 여름은 아무 탈 없이 평범하게 지나가면 좋을텐데...




한려수도의 비경에 취하게 된 그날의 여정은


구조라 방파제 -그냥 편하게 바로 옆에 야망 펜션이 있다고 하여 '야망 펜션'이라 부른다- 에서 출발해서 해안선을 타고 한번 들린 적이 있었던 수정 동굴

 - 수정봉 밑에 있다 하여 우리 동호회에서 작명(?) 하였다. '수정동굴'이라 검색하면 다른 곳이 나온다- 을 들렀다가, 윤돌섬을 찍고 -계획은 항상 바뀐다 ^^ 결국 윤돌섬을 한 바퀴 돌았다-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모처럼만에 3 km가 넘는 여정을 계획했다. 시간도 조금 더 걸릴 거고, 체력보다는 주위 경치를 감상하는 목적에서의 바다 수영을 표방(?)하는 우리 동호회에서 제법 과감한 코스를 선택했던 것 같다.

실제 수영을 하다 보면 조류의 영향 그리고 항상 일직선으로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직선거리로 3.5km라면 동일 코스로 실제 거리는 분명 1km는 족히 더 나갈 것이다




아침부터 서둘렀다. 그런데


모이는 시간이 5시 반으로 일출 시간보다는 대략 1시간을 늦추어서 만나기로 했다.


 매번 보는 일출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당일은 새로운 신입 회원이 참석하기로 한 날이라 빡세게(?) 보다는 좀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여주려 했나 보다.


하긴 당일 코스는 거제에서 사는 사람이라도 거의 가보지 못한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는 곳이라 일출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바다 수영의 매력을 찐하게 빠져 들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픈 마음이었다.


모이는 장소는 구조라 해수욕장이다. 주차장에서 장비 착용하고 구조라 방파제로 차로 이동해서 거기서 출발할  요량이었다.


나름 새벽 4시 조금 넘겨 일어나 주섬 주섬 장비를 챙기고 5시경 집을 나서니 네비는 대략 6~7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고 알린다.


마침 동호회 큰 형님의 전화가 울린다.


'오늘 이상하게? 다들 평소보다 일찍 와서 옷 다 갈아입고 장비 갖췄는데 어디쯤 오고 있냐'라고 물으신다.


헉! 이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부리나케 도착해서 슈트 입고, 부이 불고, 수경에 김서림 방지 뿌리고 등등,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장비 챙기는 바구니에 이런 스노클이 없다.


바다 수영 거의 처음 몇 번을 빼곤 스노클을 계속 착용하고 수영을 해서 이미 익숙해 진터라 스노클이 없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거제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비경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기하기는 아쉽고, 다시 집으로 갔다 오자기다려 준 동호회 분들 뵐 면목이 없고, 그래 이럴 바에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스노클'없이 한번 해보는 거지 뭐~~. 


처음 몇 번은 스노클이 더 번거로웠잖아?


처음 스노클을 착용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불편함이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스노클을 문 채 측면 호흡을 하려고 고개를 계속 오른쪽으로 버릇처럼 내밀던 때가 웃기면서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을 이번에 다시 더듬는 수밖에, 하긴 지금으로선 딱히 방법이 없다.


스노클이 없으면 수시로 헤드업을 해서 진행 방향을 봐야 한다. 수영하는데 체력 손실이 더 할 수밖에 없다. 측면 호흡을 하면 편하긴 한데, 방향을 제대로 못 잡을 수 있고, 그래서 유튜브나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헤드업과 측면 호흡을 동시에 하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래서 내린 약간의 잔머리랄까? 측면 호흡을 위주로 헤드업은 간간히 번갈아 하면서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앞서가는 동료를 뒤에서 따라가기보다. 해안선을 조금 멀리 돌더라도 동료들을 오른편으로 보면서 측면 호흡으로 가는 게 스노클 없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사용하고 있는 수경은 실내 수영장용이다. 바다 수영 전용 수경이 시중에 많이 있지만, 시력이 지독하게 나빠 어쩔 수 없이 실내용 도수 수경을 바다 수영에서도 같이 쓴다.


이게 안 좋은 것이 김이 서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앞이 안 보이는 바람에 동료들의 오리발이나 부이는 길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되어 놓치면 한바다로 표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수영 실력과 체력이 선두에 설 수 있는 정도가 훨씬 못 미치다 보니, 잘 따라간다 생각하더라도 김이 서려 버리면 어디가 어딘지 보이지 않게 되면 반대방향으로 삽질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긴 이런 방법이 확실히 편하긴 했다. 지만,  결과적으로 훨씬 먼 거리를 돌아오게 되 현명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스노클 없이 한 당일 바다 수영은 체력 운동은 한번 제대로 한 것 같다.


나 - 5.4km
같이 같던 다른 분 - 이런 거의 1km나 더 돌아왔네~

물론 조류의 영향, 수영 실력 등,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거의 이동거리가 1km나 차이가 나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바다 수영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들


다시 한번 느꼈지만, 거제는 역시 아름다운 곳이다. 당일의 만만치 않은 여정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거제의 한려수도만이 가질 수 있는 경치를 감상해 보자


구조라 방파제에서 대략 1km 지점 (수정 동굴에 들어가기 앞서 잠시 커피와 에너지 바로 체력 보충)


※ 이건 그냥 감상용



※ 수정동굴엔 물이 많이 차 있었다. 아름답다.

 


※ 수정동굴 안으로~



※ 수정동굴 밖으로~



※ 이제 윤돌섬을 향해서 ~



※ 은빛 갈치도 일행으로 받아주고 ~


당일 여정은 3.5 km인 줄 알고 갔다가 스노클링 덕에 그리고 미숙한 수영 덕에 2 km를 더하고 기어이 5.4 km가 되어버린 약간은 힘들기도 했지만 사실은 사진보다 더 화려한 경치를 보면서 지친 마음마저 한 번에 녹아내린 행복한 하루였다.


'스노클'이 있었으면 바닷속 풍경까지 꼼꼼히 들여다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 '스노클'을 제일 먼저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다음부터 코마개를 쓰긴 했지만, 확실히 '스노클'이 없으니 코에 물은 덜 들어간다.



올해 첫 바다 수영은 5월 7일에 하기로 했다. 한 달 남짓을 제대로 기다릴 수 있을까?


올해는 또 어디를 찾아갈까? 하는 기대로 남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다음 이야기는  태풍 다음날 멋모르고 나섰던 바다 수영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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