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대-형제섬 구간에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해식 동굴과 그 안에 숨어있는 몽돌 해변을 발견하고 (수영이 아니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발견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중간 지점에서 돌아와도 대략 6.5km로 반나절은 족히 걸릴 수 있는 거리기를 대략 10여 명의 바다 수영꾼들이 의기투합하여 전투식량까지 (요즘은 세상이 좋은 게 캠핑이다 뭐다 해서 생활 패턴이 바뀐 게 그냥 생수만 부어도 먹음직한 한 끼 식사가 나온다) 준비하여 간조에 때맞춰 형제섬 등대 맞은편에 있는 이 해식동굴 안 몽돌에서 자연을 즐길 계획이었다.
세상에 이런데가 다 있다니, 수영을 배워 논게 인생에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바다 날씨는 육상하고 달리 변덕이 심하고 때론 짓궂기까지 하다. 특히나 다포항을 지나 형제섬까지의 여정은 거리는 3km가 넘는 그리 멀지 않은 구간이지만 외만으로 나가야 하는 조류의 심술을 직접적으로 받는 데다가 보호받는 방파제나 자연 지물이 없어 조금이라도 날씨가 안 맞으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된다.
일주일 내 바다 날씨를 보았다. 경험상 가장 확도가 높은 바다 날씨 앱은 Windy이고 바다수영 추진 여부를 기상청 예보와 함께 참고하는 편이다.
일단 바다수영을 계획했던 오늘 이른 아침 날씨가 기상예보에는 비였지만 사실 비가 오는 것은 어차피 바다가 물이니 그리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파도와 바람은 비와는 사정이 다르다. 물론 비가 오면 바람과 파도를 동시에 수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험상 그리 큰 연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파도와 바람은 아주 맑은 날씨에도 높은 파고로 멀미가 나고 (멀미가 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위험하다) 세차게 부는 바람은 결국 높은 파도로 이어진다.
3일 전 만해도 돌풍은 빨간색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 정도만 약간의 멀미를 느낄 정도라 생각했고, 우리 수영꾼들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수영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상 90% 이상의 확도를 가지는 이틀 전의 예보는 갑자기 돌풍이 빨간색으로 바뀌더니, 바람도 덩달아 14노트(7.2m/s)까지 올라간다.
내만으로 둘러싸인 해수욕장 같은 장소라면 8m/s까지 가능하다고 보겠지만 한바다로 나가면 이는 다른 얘기가 된다.
이제 바람과 파도를 따로 그리고 동시에 보아야 한다.
파도는 수영 시간에 1미터까지 올라가고, 바람은 역시나 7~8m/s를 넘나드는 예보이다. 이는 바다 수영이 적합하지 않으며 안전을 위해서 해식 동굴 안 몽돌에서의 유유자적은 한주 더 미루라는 자연이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자칫 능숙한 수영 실력에 자신감과 오기를 부린다면 생각하기 싫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이번 주 바다 수영은 취소 공지를 하고 더 나은 조건에서 자연을 즐기기 위한 '기다림'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세기기로 하였다.
역시 바다 수영꾼들은 아쉬운 마음을 꼼꼼히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더 큰 행복을 선사할 기다림으로 한주를 차분히 보내기로 했다.
예측 결과는?
이제 마지막으로 예보와 분석이 얼마나 맞는지? 점검을 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더 확도 높은 분석을 할 수가 있다.
본래 계획은 여느 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바다 날씨가 예측 및 분석과 맞는지 출발지인 다포로 확인하려 가는 거였는데, 바다 수영이 없는 이른 아침 너무 편하게 잠이 들어서 그런지, 아뿔싸, 늦잠을 자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침 시간에 근처 물놀이를 가던 다른 분께서 보내주신 사진 한 장. 이로써 확도를 높일 수 있는 데이터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예측은 맞았고, 우리 바다 수영꾼들의 안전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다음 주는 Windy 앱에 온통 흰색으로만 색칠이 되었으면 한다.
예측을 잘못했으면 바다에 있을 시간. 아마 멀리가지 못하거나 입수하지 못하고 바로 아침 먹으러 갔을 만한 사진 한장.
바다수영을 놓친 아쉬운 마음에 오랫만에 실내수영장을 찾아 바다수영하듯 느릿 느릿 민폐를 좀 끼쳤다.
그래도 불평없이 양해를 해주시는, 거제는 살기 좋은 참 살가운 시골 동네다. 그런 동네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떠나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