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다 수영의 콘셉트를 굳이 얘기하자면 아름다운 거제 연안 해식동굴 탐방으로 정하였다.
물론 거제는 몽돌 혹은 모래사장으로 된 작은 해변들이 많지만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한려수도의 빼어남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아도 너무 많다.
처음부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다포항을 출발해 형제섬 등대 맞은편 지도상에 보이는 작은 몽돌까지 왕복 대략 6킬로 남짓의 구간에 어떤 비경이 숨어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사실 형제섬 앞 좁은 구간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하고 그래서 간조 특히 파도와 바람이 잔잔한 날을 골라서 가야 제대로 된 경치를 구경할 수 있고 자칫 파고를 잘못 예측하고 갔다가 높은 물살에 멀미를 심하게 하거나 아니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항상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당일 예보에는 파고도 거의 없고 바람도 '0'으로 수렴한다고 예보된 날이었다.
입수 장소가 조그만 항구라 그런지 밤새 낚시를 했던 강태공들의 차박, 캠핑 흔적들이 여기저기 묻어나고 또 제법 큰 화장실도 있어 출발지로서는 아주 적격이었다.
드디어 복장, 장비 착용하고 다포 방파제를 넘어 형제섬으로 출발!
첫발은 아직은 7월 초라 그런지 20도 안팎의 수온은 엄지 발가락을 차갑게 맞아주었다.
다포항 전경
출발하고 조금만 수영을 했을 뿐이데..
너무나도 예쁜 해식동굴을 발견했다.
사람의 콧구멍(?)을 연상하는, 안으로 내부 통로가 있으며 아름다운 몽돌은 형형색색 그 형체도 예쁘기도 하거니와 세로로 세운 듯한 모습은 어떤 자연현상들이 이친구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무구한 세월에 한 줌도 안 되는 궁금증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이제 출발한 지 30분도 안됐는데, 여기서 싸가지고 간 커피도 마시고 약과나 에너지바 등을 나누어 먹고, 아직도 갈길이 한참 남았는데, 늑장을 부리며 자연 현상의 조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생긴 해식 동굴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누구와 나누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한 아름다움이랄까? 하지만 조금 이따 만날 형제섬 등대 앞 또 다른 해식 동굴에 비하여 아직은 시작일 뿐이었다.
형제섬 앞 몽돌밭에 매료되다
아바타에서 섬들이 산들이 둥둥 떠있는 장면을 볼 때 진짜 인간의 상상력이란 결국 이런 장면까지도 연출하는구나 하고 혀를 찼던 기억이 난다.
사실 형제섬 앞 몽돌밭에 중간 지검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잠시 휴식을 위한 장소로 들어갔던 건데, 약간의 호기심이 아바타에서 본 그 하늘에 둥둥떠서 폭포를 아래로 내뿜는 산들보다 훨씬더 아름다운 경치를 목격하고 말았다.
조그마한 해식 동굴로 들어가니, 아담한 사이즈의 몽돌이 숨어 있고, 그 옆엔 다시 더 아담한 몽돌 해변이 말로만 듣던 그 무슨 베이만큼이나 휘황찬 경관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먹다 남은 커피와 과자를 거기서 다시 나누어 먹고 어린아이로 돌아간 물장구 놀이로 분출되는 어른들의 웃음소리, 이른 새벽에 출발한 탓에 잠시 눈을 감고 들리는 찰랑한 파도 소리와 따뜻한 햇빛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그만 코를 골았나 보다.
이렇게 예쁜 데가 또 어디 있을까?
이건 아마 수영을 할 줄 알고 장비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특혜임이 분명하다. 물론 깊은 수심에 대한 약간의 겁 없음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수영이 능숙하다면 그리 번거롭진 않을게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한나절은 더 있고 싶었다.
오랜만에 찰나의 꿀잠으로 피로를 풀고, 조박한 간식에 힘을 얻고, 일주간 쌓인 골치 아픈 일들을 아무 상관없는 주위 분들과 부담 없이 나누니 그 자체가 다음 한주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즐거움이기도 하였다.
수영으로만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안타깝긴 하지만 철없이 사람에게 달려드는 치어 떼들과 크고 작은 값나가보이는 어패류 무리가 전혀 때 묻지 않고 살아가는 이곳이 앞으로도 계속 잘 보존이 되면 좋겠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거리는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 보니 총 6.5킬로 남짓, 시간은 거의 오전 반나절을 다 보냈다.
다들 너무 예쁜 곳을 다녀왔다 아우성이고, 다음에 더 많은 분들과 함께 꼭 다시 찾아올 것을 다짐하며 아쉬운 다포-형제섬의 여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