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망회회(天網恢恢)
법은 거미줄 같아서 작은 파리는 잡지만 말벌 같은 큰 놈은 빠져나간다. - 조나단 스위프트
천망회회, ‘하늘의 그물이 천하의 모든 것을 뒤덮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성긴 듯 보인다.
하지만 노자는 말했다. 소이불실(天網恢恢),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하늘의 이치를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울부짖는다. “하늘이시여!” 이 하늘의 법칙, 이치를 본떠 만든 게 인간 사회의 법, 규범이다.
이 세상의 법, 규범도 천하를 뒤덮고 있다. 법, 규범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데 왜 법, 규범들은 놓치는 게 이리도 많을까?
어떤 죄인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법이 가능할까?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법이 더 촘촘해지면, 도둑들도 그에 맞춰 진화할 것이다. 보이스피싱을 보면 기상천외한 온갖 수법들이 계속 동원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거미줄 같이 촘촘히 쳐 놓은 법망에 작은 파리들은 다 걸려들지만, 말벌 같은 센 놈들은 법망을 찢어버리고 유유히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한 정의로운 법’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한다.
법에 의해 세상을 통치하게 되면, 법이 도덕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법만 지키면 된다는 파렴치한 생각들이 판을 치게 된다.
중국의 천하 통일 이전의 진나라에서는 법치주의가 성공했다. 그때는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중국에서는 평민, 노예에게는 엄격한 법이 적용되었지만, 귀족들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고 예(禮)가 적용되었다.
지금도 힘 있는 사람들은 관례라며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특권층에게도 평민과 똑같이 법을 적용했으니, 진나라에 천하의 인재가 모여들어 천하통일의 기틀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하 통일을 하고서도 법치를 시행하자 진나라는 차츰 쇠퇴하게 되었다. 결국 진시황이 죽은 지 3년 만에 멸망하게 되었다.
공자는 중용에서 ‘하늘의 명령이 인간의 본성(天命之謂性)’이라고 했다. 하늘의 이치(명령)는 우리 안의 본성에 있다는 것이다.
천하를 뒤덮고 있어 어느 누구도 빠져 나가지 못하는 하늘의 법은, 우리의 깊은 내면에 있는 ‘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양심을 어기고서 잘 살아갈 수가 없다. 양심은 세상의 옳고 그름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와 공정은 인간의 양심을 최고의 규범으로 두는 사회에서 가능하다. 법으로 정의, 공정을 세우려 하면 사람의 마음은 점점 타락하게 된다.
법망에만 걸리지 않으면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어떤 인간의 가치가 남아 있겠는가?
왕의 명령(법)에 맞서 죽음으로 양심을 지킨 그리스의 안티고네는 인간 사회를 지켜주는 등불이다.
안티고네의 양심은 ‘자연법’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은,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법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로 가고 있다. 모든 문제를 법의 판단에 맡기려 한다.
위험한 사회다. 우리는 인간의 양심, 자연법에 의해 우리 스스로를 다스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민주주의는 민(民)이 주인(主)이 되는 사회체제다. 우리가 이 세상의 통치자이자 통치를 받는 사회체제다.
심부름을
갈 때는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함께 불러주지만
앞발을 곤두세워
살금살금
꿀단지가 얹힌
선반으로 갈 때면
내 구두는
찌익 찍
큰소리를
내지.
내 마음의
양심의 소리를
구두는 내게
들려준다.
우리가 해야 할
착한 일만
구두소리는
일러준다.
그러나 나는
구두소리가 일러준 그대로
착한 일만
하지 않을 수
있어야지.
- 에리쟈베스 노벨, <내 구두> 부분
우리가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어느 것 하나 양심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