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결혼
우정과 결혼- 제일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제일 좋은 아내를 얻을 것이다. 좋은 결혼은 우정의 재능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 독일의 철학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처럼 다르다는 걸 떠올리는 거예요.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인정할 때 상대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20여년을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며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야말로 서로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 부부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서로 독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서로 공감을 못하고 있다. 오늘도 버스 안에서 나이 지긋한 한 부부의 대화를 계속 엿 듣게 되었다.
아마 저 부부는 멀지 않은 시간에 이별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에 계속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젊었을 적에는 남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남자는 자신이 폭력적인 남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내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남자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아내의 깊은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쌓여갔을 것이다.
그러다 늙어 힘이 빠진 남편이 퇴직을 하고 집에 들어앉게 되었을 때, 아내는 삼식이(하루에 꼬박 꼬박 세끼를 먹는 사람)가 된 남편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남편은 한평생 일만 했으니 이제 집에서 편히 쉬고 싶었을 것이다. 차츰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앞으로 살아봤자 얼마나 산다고? 끝이 좋아야 다 좋다고 하는데.
니체는 말한다. “제일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제일 좋은 아내를 얻을 것이다. 좋은 결혼은 우정의 재능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대등하게 관계를 맺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항상 두 사람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
수평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니 서로가 버겁다. 두 사람은 서로를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다. 엄연한 이심이체(二心二體)다. 절대로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자신이 좋아지면 상대방도 좋아지게 되어 있다.
이제 노년의 여유를 즐길 때다. 깊이깊이 자신의 마음속으로 침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한 인간의 무의식에는 인류의 모든 지혜가 쌓여 있다. 그 지혜의 꽃밭에서 노닐 수 있어야 한다.
고요히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깊은 희열이 올 것이다. 혼자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둘이 있어도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식사준비를 하고,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절대로 가장 절박한 상황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부부 생활의 첫 번째 비결이다.”
인간의 마음 맨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도스토예프스키의 통찰이 우리에게 큰 지혜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부부가 되려 하지 말고 ‘가장 절박한 상황까지’만 가지 않으면,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 김경미, <나는 야 세컨드 1> 부분
‘세컨드의 법칙’은 무거움과 가벼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일 것이다.
삼라만상 다 서로에게 세컨드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들은 정들 새 없이 훌훌 떠난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헤어지는 것. 이 아슬한 경계선에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뇌관’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