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다
미끈대는 검은 욕정
그 어둠을 찢는
처절한 미소로다
- 허영자, <연(蓮)> 부분
한평생 단정하게 살아온 한 여성이 노년이 되어 치매에 걸렸다고 한다. 그러자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살더란다.
시인은 용맹정진하는 한 수도승을 보았을 것이다. 겉으로는 단아한 모습, 연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그의 내면에서 ‘미끈대는 검은 욕정’을 본다. 겉모습에서 ‘그 어둠을 찢는 처절한 미소’를 본다.
조선 최고의 기생이자 뛰어난 시인이었던 황진이는 30여 년간 면벽 수련한 지족 선사를 찾아가 유혹한다.
그 당시 생불(生佛)로 칭송받던 지족 선사를 시험한 것이다. ‘당신, 정말 진흙에서 연꽃을 피웠소?’
그는 파계승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족 선사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진짜 인생을 살아 볼 기회가 생겼으니까.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다. 이성으로야 무슨 생각을 못 하랴? 30여 년 동안 벽만 보며 수도해도, 자신을 속일 수 있는 것이다.
‘나, 깨달았도다!’ 천하를 굽어보며, 호령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만이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
인간은 ‘무의식(無意識)의 동물’이다. 자신도 모르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의 진정한 마음이다.
우리는 항상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제대로 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