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발명하라
여자의 육체, 하얀 구릉, 눈부신 허벅지,
몸을 내맡기는 그대의 자태는 세상을 닮았구나.
아 불두덩의 장미여! 아 슬프고 느릿한 그대의 목소리여!
내 여인의 육체여, 나 언제까지나 그대의 아름다움 속에 머물러 있으리.
- 파블로 네루다, <사랑의 시> 부분
한 선사가 만행(萬行)을 하다 어느 마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과부가 유혹했다.
그 선사는 과부와 하룻밤을 함께 자게 되었다. 한참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마당의 감나무에서 홍시가 툭! 떨어졌다.
선사는 사랑 행위를 멈추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홍시를 맛있게 먹었다. 그다음 날 아침, 과부는 선사를 따라나서 그의 제자가 되었다.
언뜻 생각하면, 그 선사 참으로 ‘매너’가 없다. 그 과부의 심정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선사, 경지에 오른 사람 같다. 삼라만상, ‘인연(因緣)’이 아닌가?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헤어지는 것. 거자필반(去者必返), 떠나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는 것.
따라서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을 ‘쿨’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만사 고정불변한 것은 없으니까.
우리는 무한히 자신을 발명해야 한다. 새로운 자신으로 계속 거듭나야 한다. 그 과부는 선사에게서 이러한 '삶의 이치'를 보고 제자로 따라나선 게 아니었을까?
영원불변한 나, 영원불변한 너… 다 집착의 산물이다. 우리는 서로의 아름다움만 간직한 채, 미련 없이 서로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