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춘기(思春期)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 서정주, <화사(花蛇)> 부분
내 인생의 봄은 중학교 2학년 때 시작되었다. 내게 여러 2차 성징이 나타나며, 나는 억제할 수 없는 성욕을 느꼈다.
어른들이 볼 때는 참으로 싱그러운 소년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내게 온 꽃뱀(花蛇),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강박증에 시달렸다.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동화 속의 백조’를 만났다. 95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목발을 짚고 있던 한 여고생이 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졌다.
그녀 옆에 목발이 나뒹굴었다. 나는 집에 가서 단편 소설을 하나 썼다. 제목은 ‘동화 속의 백조’
‘나는 넘어진 그녀를 보고서 얼른 버스에서 내렸다… 그녀의 두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동화 속의 백조 같아!”’
그 당시 고등학생들이 많이 보던 잡지 ‘학원’에 투고했다. 독자란에 실렸다. 나는 그녀에게서 편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나의 ‘성과 사랑’은 두 개로 분리되었다. ‘육욕적인 성’과 ‘플라토닉 러브’ 나는 아득히 먼 이 둘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했다.
누가 그때 내게 ‘그 두 개가 실제로는 하나’라고 가르쳐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