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화
인형이
있었다 눕히면 눈을
감았다 치마를 들치고 사내아이들이
연필심으로 사타구니를 쿡쿡 찌르며 킬킬거릴 때
눈을 감고 미동도 않던 인형이
있었다
- 김언희, <음화> 부분
오래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 유튜브에서 한 행위 예술을 보았다.
무대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잠시 후 그녀는 관객들을 향해 자신을 창녀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었다. 관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하체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성매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관객들은 그녀의 하체를 보며 그녀의 이야기에 열중했다. 남성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다들 음란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형이/ 있었다 눕히면 눈을/ 감았다/ 치마를 들치고/(…)/ 미동도 않던 인형이/ 있었다’
남성들은 음화 한가지씩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그녀가 창녀라니 마음 놓고 음란한 상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 관객들의 생각이 바뀌어 갈 것이다. 차츰 그녀의 하체가 성(聖)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차츰 한 인간의 몸이 보이고, 한 여성의 신성한 몸이 보이게 되었을 것이다. 원시인들이 보았던, 신성한 여성의 몸을.
오랜 가부장 사회는 여성의 몸을 남성의 성적 대상이 되게 한다. 어떤 남성도 이런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이 남성을 구원할 수 있을까?